아프간 특별공로자 입국을 통해 본 한국의 난민 문제

등록일 2021년10월12일 21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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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사업에 협력했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들이 한국에 입국했다. 총인원은 391명으로 이들은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병원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 통역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그 배우자들이며, 입국자의 절반가량이 10세 이하의 어린이, 영유아이다. 한국에 도착한 과정은 기적에 가까웠다. 아프간 내전이 탈레반의 승리로 종결되자, 외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 주민들의 해외탈출이 시작되었다. 한국 정부는 군수송기 3대를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급파했다. 탈레반이 카불 전역을 점령한 상황에서 현지 조력자들을 카불공항까지 데려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관과 군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고, 성공적인 이송은 국내는 물론 국외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도착한 아프간 현지인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신분이다. 한국 정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단기체류 비자를 발급한 후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가 부여된다. 현행 법령상 거주비자 발급이 어려울 경우,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여론은 이번 조치에 호의적이다. 자국에 장기간 협력한 현지인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은 선진국의 관례이며 이웃에 대한 예의이다. 반면에 ‘특별공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은 난민에 대해 관대하지 않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당국의 고육지책이다. 시민사회의 비판은 크게 상반되는 두 개의 의견으로 요약됐다. 첫 번째 의견은 특별공로자가 아닌,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단 것이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정부는 강제송환 금지, 사회정착, 체류 안정 등을 보장해야 하며, 그들은 내국인과 같은 조건의 취업이 가능해진다. 반면에 인도적 또는 특별공로 체류의 경우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체류 조건이 좌우될 수 있다. 반대 의견은 이번 특별공로자 입국을 계기로 난민신청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한다. 2018년 6월 예멘 국적의 난민 560여명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에 입국한 바 있다. 이들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2명에 불과했으나, 412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게 되어 국내 체류가 가능해 졌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 난민의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에 70만 명이 넘게 동의하며 당시로써는 역내 최대 청원수를 기록하였다. 이 사례는 한국 사회 기저에 있는 ‘난민 포비아’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아프간 사태는 난민 문제가 우리사회에 직면한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난민에 대한 우려는 크게 △유입급증△사회통합△재원소요 등에 대한 것이다. 난민 유입이 많은 유럽국가의 경우 2019년 자국의 인구 1,000 명당 1.5명 정도의 난민이 유입되었다. 이 수는 전적으로 시리아, 이라크 등 유럽 외부의 정치적 불안에 의해 좌우되었다. 한국의 경우 2010년 난민신청자 수는 420명에 불과하였으나, 2018년에는 16,15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인구 천 명당 연간 난민유입은 0.3명으로 유럽의 1/5 정도이다. 한국사회는 이민, 국제결혼 등으로 인해 다원화되고 있다. 2019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총인구의 4.9%인 250만 명에 이르렀다. 그 수는 더 늘어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인’의 기준은 혈통에서 문화 중심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즉 한국어와 문화의 수용여부가 한국인임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민유입의 경험이 많은 서구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편 다원화 사회에서는 모자이크 마냥 출신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소규모 공동체가 공존한다. 그 공동체조차 정착국의 사회, 문화적 가치에 일정부분 동화되기 마련이며, 이주민 집단의 공존과 동화 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은 새로운 과제이다. 인구고령화, 기후변화 등의 문제처럼 적응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여 본교에서는 국제지역대학의 주도로 지난 8월 난민문제를 담당하는 연구센터 ‘경계너머’를 창립했다. 난민이 직면할 문화·언어적 문제에 있어 본교의 특성을 살려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을 막는 데 주력하는 것은 현실 변화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과 같다. 이번 아프간 특별공로자 입국을 계기로 난민 등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육△취업△통합 등에 대한 세심한 정책들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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