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캠퍼스를 벗어나 기업 및 단체의 △기자단△봉사단△홍보대사 등으로 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대외활동’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상당수의 대학생이 대외활동을 취업에 필요한 핵심 스펙으로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외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기업 및 단체가 이를 악용해 참여자의 권리를 빼앗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학생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대외활동의 △현황△장점△문제점△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외활동의 현주소 대외활동이란 대학생이 대학교 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지칭한다. 대외활동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주로 모집하며 △기자단△기획단△마케터△봉사단△서포터즈△홍보대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대외활동 참여자는 기업 및 단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주요 행사에 참여해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외활동의 개수와 종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2013년 대학생 대외활동 경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1,464개의 대외활동이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외활동 정보 사이트 ‘씽굿’에 의하면 지난해 4월부터 이번 해 4월까지 1년간 등록된 대외활동은 총 3,796건으로 조사됐다. 8년 사이 약 2.6배 증가한 수치다. 대외활동의 영향력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경력을 채워 넣기 위해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 및 단체가 대외활동의 혜택으로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 시켜 주는 등 큰 가점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대외활동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더욱 늘고 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대두돼 학점에 대한 의미가 퇴색됐다. 이에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내 활동 참여 기회도 축소돼 많은 대학생이 대외활동으로 몰리는 추세다. 대외활동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의 참여 현황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외대학보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외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나요?’란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대외활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2.4%가 서포터즈/홍보대사△47.6%가 기자단△38.1%가 봉사단△23.8%가 멘토링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활동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선 모든 응답자가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서’를 꼽았다. 이어 △‘평소 관심이 있던 대외활동이라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금전적 혜택(상금, 활동비)을 받으려고’가 각각 △76.2%△47.4%△19.8%로 나타났다. ◆대외활동, 양날의 검 대외활동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에게 다양한 경험과 혜택을 준단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지닌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대외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0.5%가 ‘스펙’을 꼽았다. 이어 △‘인적 자원’△‘상금, 활동비 등의 금전적 혜택’△‘실무자와의 만남’이 각각 △47.6%△42.9%△38.1% 순으로 나타났다. 이지우(사회·미디어 19) 씨는 “학업을 통해선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대외활동을 통해 할 수 있었다”며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며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연수(통번역·영어 19) 씨는 “대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류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대외활동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여러 문제점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대외활동 참여자는 그들이 수행하는 활동 및 노동에 비해 적은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2015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원회)에서 대외활동을 경험한 대학생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5%가 피해를 경험했으며 그중 22.7%가 ‘근로 대가 미지급’을 꼽았다. 한 언론사의 전시회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조현수(사회·미디어 18) 씨는 “회의와 활동을 위해 모임을 가져야 했으나 지급되는 활동비가 없어 사비로 카페를 가거나 스터디룸을 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 혜택으론 전시회 티켓 10장만을 지급받았는데, 이는 서포터즈에게 지인을 데리고 오란 일종의 마케팅이라 느껴졌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대학생이 사비를 지출해야 참여할 수 있는 유료 대외활동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한 민간 정기간행물 영리 업체가 운영하는 기자단의 경우, 합격자로부터 15만 원의 가입비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원고료를 받을 만한 전문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료는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가입비 사용처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지나친 가입비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학생은 해촉되거나 형사고소 위협 등의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자단으로 활동했던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비대면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활동비까지 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스펙을 쌓기 위해 활동을 끝마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대외활동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 사설 인터넷 강의 업체의 경우, 일명 ‘자기계발 커뮤니티’란 대외활동을 통해 강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취한다. 이 대외활동에 선발되기 위해선 참여자가 업체 측에 49,000원을 지불하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외활동이 아닌 일종의 상술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돈을 내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회사의 홍보 활동까지 한 셈이다”며 “장학금 혜택 또한 업체에서만 사용 가능한 쿠폰 및 포인트 형태로 지급돼 보상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외활동과 관련해 투명하지 못한 정보와 후기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평소 대외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된 경로는 △링커리어△에브리타임△캠퍼스픽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이 90.5%로, SNS와 포털사이트가 76.2%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얻은 대외활동 관련 정보 및 후기를 얼마나 신뢰하느냔 질문에 응답자의 62%는 ‘대체로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어 응답자의 76%가 관련 정보 및 후기가 대외활동을 지원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문제는 대외활동 주최 기업 및 단체가 온라인상의 관련 정보와 후기를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단 점이다. SNS와 포털사이트에 해당 대외활동을 검색했을 때 긍정적인 후기만이 노출되도록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다. 한 브랜드 관련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우리학교 재학생 C 씨는 “활동 임기가 끝난 직후 주최 측에서 포털사이트 개인 블로그에 후기를 작성하게 했다”며 “주최 측 관계자에게 내용을 확인받고 게시물을 올려야 했기에 해당 활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솔직하게 작성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대외활동의 민낯, 걷어내기 위해선 대외활동을 하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 대외활동 주최 기업 및 단체와 참여 학생 사이의 근로관계가 성립된다면 참여자는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그러나 대외활동은 대부분 단기간으로 진행되고 계약서 또한 작성하지 않기에 근로관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경우 대외활동 참여자는 근무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대외활동 참여자가 부당한 상황으로부터 구제받기 어려운 실정이기에 적절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단 의견이 존재한다. 김민수 청년 유니온 위원장은 “대외활동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더 이상 청년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 및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대외활동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7년 청년위원회는 대외활동 관련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똑똑한 대외활동 가이드’를 마련했다. 대학생용 가이드엔 대외활동 참여자가 겪는 피해사례와 대처 방법을, 주최기관용 가이드엔 △기획△모집공고△운영 단계에서 기업 및 단체가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담아 배포했다. 또한 청년포털 온라인 게시판엔 대외활동 참여자가 피해 사례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마련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 청년위원회가 폐지됨에 따라 대외활동 관련 피해 문제를 관할하는 단체 및 기관은 부재한 상태다. 한편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기업 및 단체의 자성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소속 변호사는 “대학생이 착취당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선 기업 및 단체가 윤리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대외활동 주체 기관은 적은 돈으로 학생을 이용해 홍보 효과만 누리려 하기보다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프로그램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외활동 주최 기업 및 단체의 여론 조작, 후기 관리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외활동 참여자들이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급받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때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