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우리는 세상에 함께 맞선다

등록일 2021년10월24일 12시4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서 일어난 내부고발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삼진전자 8년 차 입사 동기 △‘보람’△‘유나’△‘자영’이다. 이들은 회사에서 고졸 신분을 드러낸 빨간 유니폼을 입은 채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어느 날 자영은 외근을 나간 지방 공장에서 독성 화학물질 ‘페놀’이 섞인 폐수가 무단으로 방류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회사는 페놀 유출 농도를 조작해 페놀 방류 수치가 안전하단 보고서를 발표한다. 심지어 사원들을 동원해 공장 근처 마을 주민으로부터 합의서를 받아내기까지 한다. 이후 자영은 다시 찾아간 공장 근처 마을에서 병에 걸린 주민과 황폐해진 개천을 마주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자영은 동기와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폭로하기로 한다. 그들은 치열한 분투 끝에 조작된 보고서의 정황을 알아내고 이에 연루된 사장과 사원을 징계하는 성과를 이뤄낸다. 더불어 그들은 모두의 오랜 목표였던 정규직 전환과 대리 승진을 달성한다. “I am tiny tiny person(나는 작고 작은 사람이다).” 이는 영화 마지막에 고위 임원들과 사원들 간의 갈등 상황 속에서 자영이 사장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끝내자마자 사장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들이 지닌 능력과 연대의 힘을 입증한다. 주인공의 말처럼 당시 회사 내 고졸 출신 여성 노동자는 매우 작은 존재였다. 고졸 여성은 그저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당한 차별을 겪었고 능력에 따른 적절한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힘을 모아 회사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며 주체적이고 올곧은 모습을 보였다. 영화는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며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삼진그룹의 여직원들’이 존재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당하거나 어렵게 입사를 하더라도 △성범죄△성별 임금 격차△성차별 등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동아제약이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면접자에게 “여자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 등의 질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직장 내에선 여전히 남성과 여성 간의 공공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영화의 이상적인 결말을 현실 속에서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소수자가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그들의 당찬 포부를 이뤄낼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

임세은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