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줌(Zoom)을 통해 이뤄진 하반기 제1차 정기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서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성소수자 인권 모임 ‘외행성’(이하 외행성)의 중앙동아리 가인준 등록이 부결됐다. 외행성은 다음날인 7일 가인준 과정에서 종교봉사2분과위원장(이하 종교2분과장)의 월권 행위와 부당한 차별이 있음을 규탄한 성명서를 냈다. 이에 △종교2분과장△종교2분과 소속 기독교 동아리 ‘IVF’ 회장△설캠 동아리연합회 ‘동고동락’(이하 동연)이 차례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외행성의 중앙동아리 가인준 부결 과정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알아보자. ◆가인준 과정에서 밝혀진 부당한 압박과 인권침해 지난달 7일 외행성은 종교2분과장의 추천서 철회 압박 사건 입장문과 그에 대한 규탄문을 발표했다. 외행성에 따르면 가인준 과정에서 종교2분과장은 동아리 가인준을 위한 추천서를 써준 IVF 회장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는 등 지속적인 추천서 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동연 운영위원이기도 한 종교2분과장은 외행성 운영진에게도 사적으로 연락해 “운영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되지 않길 바란다”며 “전동대회에서도 난 반대할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외행성은 입장문을 통해 “운영위원의 지위에서 추천서를 써줬단 이유로 중앙동아리 회장을 압박한 일은 전례가 없다”며 “과연 공정한 운영위원회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가인준을 원하는 동아리는 동연 산하 각 분과위원회 소속 1개 이상의 중앙동아리 회장 추천서가 필요하다. 추천서 등의 구비서류가 갖춰지면 해당 분과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신규등록이 전동대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회의에서 재적 대표자 과반수의 출석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면 가인준이 이뤄진다. 결국 종교2분과에 속한 7개의 기독교 동아리와 1명의 분과위원장이 모두 가인준 반대 표를 던졌고 △찬성 45표△반대 15표△기권 17표로 찬성표가 전체 성원의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외행성 측은 종교2분과장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동연 측에 인권 침해 피해 사례를 신고하고 가인준 과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같은 날 종교2분과장은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브리타임)을 통해 외행성 주장에 대한 반론의 글을 세 차례 올리고 외행성과의 온라인 메신저 대화 기록을 공개했다. 종교2분과장에 따르면 종교2분과는 크고 작은 안건에 대해 토의를 통해 결정하는 오랜 전통이 있고 동아리 추천서 역시 토의를 통해 결정해왔다. 하지만 IVF 회장이 분과 내 타 동아리와 상의 없이 외행성 가인준을 위한 추천서를 썼다고 한다. 분과 내 한 동아리장이 외행성에 추천서를 써줬단 사실을 알게 된 몇몇 동아리는 종교2분과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이에 그는 분과 내 평화수호를 위해 IVF 회장에게 추천서 취소 요청서를 써줄 것을 부탁했고, IVF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IVF 회장이 뜻을 바꿔 추천서 취소 요청서 작성을 철회하자 종교2분과장이 IVF가 외행성 추천서에 서명한 사실을 분과 내 타 동아리에 알렸다고 한다. 종교2분과장은 일련의 과정이 모두 IVF 회장과 외행성 관계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이뤄졌음을 주장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억압이나 인권침해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IVF 회장도 곧바로 에브리타임을 통해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에 따르면 종교2분과장은 분과 소속 동아리의 추천서가 분과의 대표성을 지닌단 이유와 종교2분과의 평화 수호를 이유로 추천서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IVF 회장은 분과 소속 동아리의 추천서가 분과의 대표성을 지닌단 사실을 몰랐으므로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고 외행성과 동의가 되면 철회서를 쓰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연에 문의한 결과 개별 동아리 회장의 추천서가 분과를 대표하지 않는단 사실을 알게 됐고 종교2분과장에게 철회서를 쓰지 않겠단 의사를 밝혔다. 이에 종교2분과장은 IVF 회장에게 철회요청서 작성을 부탁하는 편지와 온라인 메시지를 보내 철회서 작성을 회유했다. 하지만 IVF 회장이 같은 동아리의 전 회장들에게 확인한 결과 2017년부터 이번해 9월 8일까지 단 한번도 동아리 추천서와 관련해 종교2분과장과 논의를 나눈 적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IVF 회장은 ‘동연 인권 침해사건 대응 세칙’을 근거로 중단을 요청했고 그제서야 종교2분과장은 회유를 멈췄다. 동연은 진상조사위원회 결정문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종교2분과장의 지속적인 추천서 철회 요청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소속 동아리장의 개인 의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종교2분과장에게 동연 회원자격 제명처리 징계를 결정했음을 전했다. ◆가인준 부결을 둘러싼 논란 외행성 측은 이번 가인준 부결 사건을 단순히 종교2분과장 개인의 월권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단 입장을 전했다. 전동대회에서 나온 투표 결과와 종교2분과장의 추천서 철회 압박 행위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됐단 것이다. 이에 외행성은 동연 측에 전동대회 가인준 동아리 심의의 건 부결에 관한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회칙 제29조 상 각 동아리대표자들은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의원으로서 전동대회에 참석할 의무가 있다. 즉 회원은 개인의 신념보다 동연 전체를 우선시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외행성 주장에 따르면 일부 전동대회 의원 및 종교제2분과는 외행성의 운영안 및 활동계획에 대한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가인준을 반대했다. 외행성 측은 “우리가 성소수자 동아리가 아니라면 종교제2분과를 포함한 다른 대의원분들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는 자치활동 참여 과정에서 △성별△성적 지향△성 정체성△국적△사상△인종△장애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단 회칙 제12조 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외행성은 동연 측에 동아리 대표자들이 회원의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하고 비토권과 기권을 행사한 회원들이 타당한 이유에 근거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인준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 행사와 동연 정신에 어긋난 투표 과정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의 제기를 수용해 임시 전동대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동연은 이의제기서 결정문에서 대의원의 투표 행사는 민주적으로 진행됐으며 의결의 결과만으로 회칙 제 12조를 위반했다고 볼 순 없기에 외행성의 이의제기를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외행성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 및 추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현재까지 이뤄진 건 종교2분과장의 재명 뿐이다”며 동연의 대처를 비판했다. 김나현(영어·ELLT 18) 씨는 “전동대회에 참여해 본 전직 중앙동아리 회장으로서 가인준 안건 의결이 얼마나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고 있다”며 “회칙에 명시된 인준 조건을 모두 충족했고 문제가 될 만한 질의응답이 오가지도 않았는데 왜 다른 동아리는 인준이 되고 외행성은 부결됐는지, 차별적 시선으로 말미암은 결과는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전동대회에서 회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절차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다른 의견을 냈단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회장들이 그 근거를 밝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가인준 부결, 그 이후 가인준이 부결된 외행성은 회칙 제137조 2항에 따라 향후 2년간 중앙동아리 신규등록을 할 수 없다. 전동대회에서의 부결은 회칙상 이의제기 조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번 이의제기는 상황의 필요성에 따라 동연의 재량으로 허용됐다. 외행성 측은 동연에 ‘2년간의 신규등록 금지’와 관련해 본회의 회칙 개정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동연은 입장문을 통해 회칙 제137조 2항의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추후 전동대회에 개정 안건을 상정해 회칙 개정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의제기와 관련된 회칙을 개정해 부결 이후 가인준 동아리에 대한 처우 정비를 약속했다. 외행성 관계자는 학내 성소수자에 대한 안전한 공간 확보와 세미나 자료 및 현수막 등 물품 보관 가능 공간 확보를 위해 중앙동아리 등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동아리 인준을 통해 단순히 성소수자의 결집만을 목표로 하기 보단 성소수자 가시화를 통해 비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공존방향을 모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낯선 존재인 성소수자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곁의 존재라고 인식되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며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외행성이 학내 정식 중앙 동아리로서 인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외행성은 평등한 외대를 위해 개인과 단체에게 ‘가인준 과정에서 종교2분과장의 월권과 부당한 차별에 대한 규탄문’에 연서명이나 대자보로 함께 해줄 걸 요청했다. 이에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아쿠아(AKHUA)’△고려대학교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우리학교 여성주의 학회 ‘주디’ 등 총 66개 단체 및 설캠 구성원 214명이 참여했다. 특히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ueer IN SNU)’는 동연에 이번 사태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큐이즈는 의견서를 통해 “학내 성소수자의 ‘쉘터(Shelter)’인 성소수자 동아리의 존재는 개인의 신념으로 부정될 수 없으며 그 운동의 흐름은 더 이상 저지될 수도 없다”며 “동연의 조속하고 현명한 해결과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더 평등한 대학문화로의 도약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외행성은 이 같은 연대에 대해 감사를 표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계속해서 학내 성소수자의 인권을 수호해나가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학내 성소수자가 학교 구성원으로서 설 수 있는 자리 마련이 시급하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