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0대 제1야당 대표 선출부터 사무직 노조 활성화까지 사회 곳곳에서 MZ세대가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MZ세대론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세대 간 갈등△선동△편견 등의 문제점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MZ세대론에 대한 △정의△논의△우리학교 학생들의 인식△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새로운 청년담론으로 부상한 ‘MZ세대론’ 세대란 사회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사회학적 개념으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특정 역사적 시기를 함께 경험하면서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집단적 특성을 지니게 됨을 기본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출생 시기에 따른 세대는 △산업화(1940~1954년생)△베이비부머(1955~1963년생)△386(1960~1969년생)△X(1970~1980년생)△Y 및 밀레니얼(1981~1996년생)△Z(1997년생~) 세대로 구분된다. 최근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세대’란 새로운 세대 개념이 등장했다. MZ세대는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청년층으로 구성되며, 이에 해당하는 인구는 2019년 기준 총 1,797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7%를 차지한다. MZ세대의 특징은 다른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최신 유행을 추구한다. 이들은 SNS를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며 △집단보단 개인의 행복을△소유보단 공유를△계획보단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또한 MZ세대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적인 측면에선 전통적인 이념보다 실제 사회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당을 지지한다. 이런 MZ세대는 우리 사회의 각종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체로 여겨지고 있다. MZ세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MZ세대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 건수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9월 400여 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인 지난 3월엔 1,092건으로 급등했다. 이후 MZ세대를 언급한 기사 건수는 △4월 1,263건△5월 1,523건△6월 2,075건△7월 2,251건으로 급증했다. ◆MZ세대를 바라보는 양립된 시선 MZ세대론이 세간의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나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MZ세대론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외대학보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MZ세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46.2%가 ‘긍정적’, 53.8%가 ‘부정적’이라 답했다. ‘MZ세대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론 △‘청년세대가 겪는 문제점이 조명됨에 따라 관련 정책이 확대된다고 생각해서’△‘청년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증거라고 생각해서’△‘동일 세대 내 연대, 공동체 의식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서’란 응답이 각각△71.4%△64.3%△21.4%로 나타났다. ‘MZ세대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론 응답자의 △66.7%가 ‘기성세대에 의해 규정됐다고 느껴져서’△58.3%가 ‘다른 세대 간 차이, 갈등을 부추긴다고 생각해서’△41.7%가 ‘특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MZ세대론은 우리 사회의 징후와 특정 세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단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지닌다. 임채영(중국·중언문 19) 씨는 “MZ세대에게 씌워진 특징은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굳어지기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MZ세대론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해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단 것 또한 장점이다. 그 증거로 MZ세대를 향한 대선 주자들의 맞춤 공약을 들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주 4일제 공약을 필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의 연간 200만 원 청 년 기본소득 지급△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무주택 청년 원가 주택 공급 등의 공약이 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MZ세대를 ‘민지’와 ‘민준’으로 의인화해 소통하는 홍보 전략을 취하는 등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동일한 세대 내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향상될 수 있단 장점도 존재한다. △삼성△현대△SK△LG 등의 대기업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었던 이번 해 초엔 MZ세대가 주축이 돼 사무직 노동조합(이하 노조) 설립을 주도한 바 있다. 그간 성과금과 임금 체계 등을 협의하기 위한 소통 창구가 없었던 사무직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연대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평적 구조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MZ세대 노조는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노동 운동에 새로운 지형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편 MZ세대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먼저 MZ세대론이 집단의 정체성을 임의로 재단해버려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한단 비판이 존재한다. 출생 시점과 그에 따른 사회, 역사적 지위는 특정 집단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요소에 불과하고, 개인의 경험에 따라 동일 집단 내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MZ세대 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88.9%가 ‘예’, 11.1%가 ‘아니오’라 답했다. ‘어떤 간극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엔 응답자의 △41.7%가 ‘자산’ △20.8%가 ‘소득’△12.5%가 ‘주거’를 꼽았다. 김미정(상경·국통 19) 씨는 “MZ세대는 아낌없는 소비를 하며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삶을 추구한단 인식이 퍼져있지만 이는 모든 MZ세대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 어렵거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도 존재한다”며 “현재 퍼져있는 MZ세대론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MZ세대의 범위와 그 대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세대 이론의 초석을 제시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은 각 연령 집단엔 다수의 세대적 단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단위 자체론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란 단어로 2030을 한데 묶는 요즘의 사회 풍토를 받아들이기 어렵단 의견이 존재한다. 언론이나 정부 기관에서 MZ세대를 묶어 여론조사를 진행하거나 통계 자료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지만 그 결과의 오차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정부가 가구소득 하위 80%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한 언론사가 MZ세대 1인 가구는 소득이 높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단 분석을 담은 기사를 내놨다. 아직 취업 준비 중이거나 사회 초년생인 20대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30대에서 40대까지의 소득을 한데 묶어 평균 통계를 낸 것이다. 이에 통계 오차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세대 세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세대론은 세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단 의견도 존재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MZ세대와 다른 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2.3%가 ‘예’라고 답했다. 이어 ‘MZ세대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5%가 ‘매우 그렇다’, 16.7%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방향 MZ세대의 대표성을 끌어올려 보다 정확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게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좀 더 세분화된 세대 구분이 필요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해부터 MZ세대를 1989년을 기준으로 전기, 후기 밀레니얼 세대로 구분 지어 더욱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Z세대에 대한 촘촘한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세대론 연구를 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MZ세대에 대해 과도한 편견과 일반화가 고착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대갈등은 역사적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회 변화와 기술 혁신 속도가 더욱 빨라져 기성세대와 MZ세대 간의 세대차이가 과거에 있었던 세대차이보다 더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세대 간 접점 마련을 바탕으로 한 상호 소통과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압축적 근대화에 따른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서 세대 간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세대 간에 상호 소통하고 이해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대 갈등의 해법으로 세대 통합 프로그램의 조속한 확산과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한 공유 주택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MZ세대 내에서의 불평등과 차이 또한 점차 커져가는 추세다. 이 교수는 “각종 사회와 조직 문화 자체를 시대 변화에 적응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좁아진 기회의 문을 넓힐 수 있도록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정책 또한 수립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MZ세대론이 당면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