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 사이 명품 열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품시장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생) 비중은 2019년 8%에서 지난해 17%로 두 배 이상 커졌고, M세대(1980~2000년대 생)의 경우 35%에서 46%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MZ세대의 명품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파생된 ‘플렉스(Flex)’문화△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된 소비 욕구의 분출구인 ‘보복 소비’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번 기사에서 △청년층의 명품소비 인식△명품소비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올바른 명품 구매 생활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학생들의 명품소비 인식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명품소비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착용한 고가의 명품을 보고 소유하고 싶단 생각이 든 적 있는가’에 관한 물음에 응답자의 70.4%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명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에 관한 물음에 약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청년층 사이 명품제품을 소유하고 싶단 욕구가 존재한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 중 52.6%의 비율은 그 이유로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제품이 있다’를 꼽았다. 이어 △‘명품소비를 통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싶다’△‘명품 소유를 통해 선망하는 유명인처럼 되고 싶다’△‘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제품을 소유하고 싶다’가 각각 △31.6%△5.3%△5.3%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을 치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변영창(경상·GBT 21) 씨는 “명품을 구매하고 싶은 이유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나 과시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며 명품 소유의 이유가 모두가 다 아는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함으로써 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편 ‘MZ세대 사이에 명품 열풍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관한 질문엔 응답자의 62.3%가 ‘주변인과의 교류와 활발한 SNS 활동으로 인한 비교소비’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유명인을 통한 모방 소비’와 ‘미디어에서 유명인이 과시를 목적으로 과도한 지출을 하는 플렉스(Flex)문화 확산’이 각각 18.2%, 12.4%를 기록했다. 또한 ‘순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Yolo(You only live once)문화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지출 감소에 따른 보복 소비’가 각각 5.6%와 1.5%에 달했다. ‘주변 MZ세대의 명품 소비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51.9%는 명품을 소유하며 관심을 갖는다고 답했으며 40.7%는 명품을 소유하진 않지만 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다수의 MZ세대는 명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런 명품 열풍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송성근(일본·일언문 18) 씨(이하 송 씨)는 명품 과열로 인한 문제점으로 ‘리셀(resell)’을 꼽았다. 리셀은 한정판 제품 등 인기 있는 상품을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일컫는다. 실제 지난 1월 대구 신세계 백화점 *오픈런(Openrun)에서 선착순 100명에게만 판매된 약 18만 원 가량의 골프화가 리셀가로 70만 원에 거래되며 판매자가 300% 이상의 이익을 거둔 사건이 있다. 송 씨는 “리셀에서 판매자는 공식 매장의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기에 막상 사게 되더라도 구매자 입장에선 불안할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명품 열풍의 그림자
명품 열풍과 관련한 문제점은 크게 △베블런 효과△가품시장△해외직구를 통한 탈세가 있다. 소비자는 명품의 희소성이 높을수록 소비 욕구가 증폭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에 영향을 받는다. 베블런 효과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자신의 지위를 물건 구매를 통해 드러낸 후 타인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자아의식을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명품 브랜드는 다른 소비자 브랜드와 달리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 속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모두 MZ세대에 의한 해외명품 매출이 2019년에 비해 30~40%나 급증했다. 또한 세 백화점 모두 2조 원의 매출을 돌파하고 평균 16%의 수익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조효과로 인해 명품 제품 구매의 장벽이 낮아지고 소비자의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명품의 가격이 인상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명품의 가격 인상이 소비 감소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의 유통업계 또한 명품업체의 가격 인상을 제어할 권한이 없어 이들의 가격 인상 추세를 막는 것은 어렵다.
명품시장이 확대될수록 가품시장의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전달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품 가방은 1,866건이 적발이 됐으며, 이는 4,67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특허청이 내놓은 지난해 ‘위조상품 단속실적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품이 고가의 해외 명품을 본뜬 것이다. 이에 김영배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위조 상품도 많아질 것이란 사실을 밝혔다. 가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경우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착용자의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착용자가 해당 제품이 가품이란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그 제품을 진품이라고 소개한 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이는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상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커져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의 규모 또한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외직구 거래액 규모는 2020년에 비해 26.4% 증가하며 처음으로 5조 원을 웃돌았다. 이에 해외 직접 구매(이하 해외직구)의 고질적 문제인 ‘언더밸류(Under value)’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에 새롭게 등장했다. 언더밸류는 세관 통관 시 실제 물품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구매자의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나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판매자의 단독 행위라고 해도 관세법상 통관 신고와 관부가세의 납부 책임회피이므로 처벌받을 수 있다.
◆올바른 명품 구매 생활을 위해선
최근 자신의 삶의 질과 행복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두고 ‘스마슈머’란 신조어가 생겼다. 스마슈머는 똑똑하단 뜻을 가진 ‘스마트(smart)’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다. 스마슈머는 자신의 상황과 예산에 맞춘 최적의 물건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구매자를 일컫는다. 즉 소비자 스스로 가격과 성능 등 다방면에서 제품을 비교분석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다. 박지우(경상·GBT 21) 씨는 “소비자는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도 고려하며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맹목적으로 명품이나 유행을 좇는 소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품 업체는 가품 시장 확대에 대한 여러 대안을 내놓았다. 유명 명품 브랜드 ‘몽클레어(Moncler)’는 2016년부터 생산되는 제품들에 한해 전자태그(RFID)칩을 내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의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 고유의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가장 통용되는 방법은 제품의 고유한 식별 번호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이용해 인증서로 발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명품 브랜드 3사(△까르띠에(Cartier)△루이비통(Louis Vuitton)△프라다(Prada))는 ‘아우라(Aura)’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고유한 디지털 코드를 받게 된다. 이 코드엔 △소유권△제작된 나라△제조 및 유통과정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어 가품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제품 판매 플랫폼 또한 투명한 운영을 위해 노력 중이다. 명품 해외직구 플랫폼 ‘발란(Balan)’ 관계자는 “고객이 언더밸류 문제를 발견한 후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관할 세관의 지침에 따라 세금 납부 및 통관을 진행해 고객에게 상품이 적법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해외 판매자의 법령 위반시 패널티를 부과해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제품이 불법적 경로로 유통되는 것을 방관한 플랫폼에 대한 처벌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안은 플랫폼 혁신을 막을 거란 우려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가 약한 편이며 자율규제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Amazon) 외에 많은 빅 테크 기업들이 자율규제를 시행 중이지만 미국 의회는 온라인 판매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소비자 보호법(Inform Consumers Act)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 법률 또한 단순히 판매자와 플랫폼 업계의 자율성에 맡기기보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마련에 속도를 가해야 한다.
*오픈런(Open run): ‘매장이 개점(Open)하면 바로 달려간다(Run)’는 의미이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개점하자마자 입장하는 것을 뜻한다.
차승연 기자 03seung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