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총 세 차례의 총장선거 투표를 통해 제12대 총장이 선출됐다. 이번 총장 선거는 교수만의 참여로 시행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교직원과 학생이 참여해 학교의 세 주체(△교수△교직원△학생)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첫 사례다. 그러나 세 주체 중 학생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밝힌 주체별 투표율은 △교수 94.69%△직원 89.64%△학생 51.37%다. 총장선거에서 학생주체 참여율이 저조했던 이유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어렵게 얻은 투표권과 총장선거 결과
우리학교 전임 총장의 부정은 학생주체 투표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박철 우리학교 제8대 총장은 재임 시절 우리학교 교직원 노조와 법적 다툼을 벌이며 소송비용 12억 원을 교비에서 지출했다. 또한 등록금 인상과 자유전공학부 폐과 등 학생의 의견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해 비판이 일었다. 이후 김인철 우리학교 제11대 총장 역임 시절에도 △김인경(국제지역·국제스포츠 12) 골프선수 학점 특혜 의혹△다수의 공약 미이행△재단의 50억 원대 회계 부정 등의 논란이 존재했고 이에 따라 총장선거에서의 학생주체 투표권이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지난해 학생주체 투표권에 관한 이 같은 요구는 결실을 보았다. 2020년 9월 16일에 시행된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정안에 대한 교수 투표’에서 62.6%가 학생주체 투표권 부여에 찬성했고 이는 총장선출제도 개정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 집행부에서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정안의 학생 단위 추인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체 학생의 50%가 넘는 동의를 요구했다. 이에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총 투표율 52.64%을 기록했고 97.88%에 해당하는 4,983명의 학생이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정에 찬성했다. 이에 교수 100%였던 기존 반영비율에 교직원과 학생이 추가돼 각각 △90%△5%△5%의 반영비율을 갖게 됐다. 우리학교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이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캠퍼스(이하 양캠) 총학은 학생의 총장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간 투표율과 투표 방법 등을 SNS에 게시했다. 특히 설캠 총학 ‘외대에게’는 △교육△대학 경쟁력 강화△소통·거버넌스·재정△캠퍼스 인프라와 진로 및 취창업의 총 네 분야로 나눠 6명의 후보자 공약을 분석하는 ‘PROJECT 총력전’을 진행했다. 글캠 총학 ‘ON’ 또한 각각의 후보자 공약을 △대표 공약△대학 행정 부문△재정 부문△캠퍼스별 공약△학생 복지 부문의 총 다섯 분야로 알기 쉽게 정리해 총장선거의 학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이 같은 양캠 총학의 노력에도 이번 총장선거에서 학생주체의 최종투표율(51.37%)은 교수(94.69%)와 직원(89.64%)에 비해 저조했다. 최종투표율에선 과반을 달성했지만 1,2차 투표율은 각각 39.8%와 46.51%를 기록했다.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
외대학보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우리학교 학생의 총장선거 참여율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총장선거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6.5%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엔 51.9%의 응답자가 ‘5%의 적은 학생주체 투표 반영비율’을 들었고 18.5%의 학생은 ‘총 세 번 이뤄지는 번거로운 결선투표제’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교수에게 치우쳐진 총장후보의 공약△총학생회의 홍보 부족△휴학생 투표권 제한이 각각 △11.1%△7.4%△7.4%의 응답을 얻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적은 학생주체 투표 반영비율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장선거에선 반영 비율에 따라 교수주체의 1표가 학생 주체 약 12표에 해당하기에 학생 투표가 선거결과를 뒤집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갖진 않았다. 실제로 기호 3번 김유경 후보(이하 김 후보)는 약 6,000여명 이상의 학생에게 선택받았다. 이는 전체 투표인수 8,526명의 과반을 크게 넘는 수치다. 그러나 김 후보는 학생에 비해 반영비율이 큰 교수주체 투표에서 밀려 낙선하게 됐다. 총장후보 선출 업무를 관장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총 64명의 인원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교수 위원은 44명, 교직원과 학생 위원은 각각 10명에 불과하다. 이는 의결 등의 측면에서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선거방식과 관련해 신수연(인문·언어인지 19) 씨(이하 신 씨)는 “총장선거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학교는 최다 득표인 2인이 선발되기 전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결선투표제를 유지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유효득표율 10%를 넘긴 후보가 2차 투표에 진출하고 이중 최다 득표를 한 2인이 최종적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신 씨는 “여러 번 투표해야하는 선거제도가 번거로웠다”며 기존 투표 방법의 간소화는 학생주체의 많은 참여를 유도할 것이란 의견을 표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선 휴학생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휴학으로 인해 이번 총장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최효재(서양어·포르투갈어 19) 씨는 “휴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며 “휴학생에 대한 학교의 합의 없는 투표권 제한 조치가 기본권 보장이란 보편적 가치에 역행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총장 선거는 언젠간 학교에 돌아올 휴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치기에 휴학생도 투표권을 가져야 한단 입장이다.
◆민주선거를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
‘학생의 총장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변화’를 묻는 질문엔 △학생주체 투표 반영비율 확대△총 세 번 이뤄지는 결선투표제의 간소화△총장 후보의 학생을 위한 공약 강화△휴학생 투표권 부여△총추위 내 학생 구성원 인원 확대 △총학생회의 투표 홍보활동 강화 순으로 많은 응답을 얻었다. 많은 학생이 학생주체 투표의 적은 반영 비율을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이민지(사회·미디어 19)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이 회장)은 “노동조합, 차부장협의회와 반영비율 상향에 대한 논의할 예정이다”라며 “교수협의회에서 작성한 총장선거 백서에서 미비한 부분을 개정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경현 (통번역·독일어 19) 글캠 총학생회장은 “이번 총장선거에서 학생들의 표가 한 후보에게 쏠렸으나 교수들의 표가 개표된 후 결과가 크게 뒤집혔다”며 “지속적으로 학생 본부 및 교수와 학생주체 투표반영 비율 증가의 필요성을 피력할 것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모든 교수진이 학생주체 투표 반영비율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총장선거 제2차 공개토론회에서 학생 참정권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냔 학생대표의 질문에 기호4번 최종찬 후보는 “대학 내 오래된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라며 학생주체 투표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타 학교에서도 학생주체 반영 비율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공립 대학교는 세 주체 모두가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이번 해 총장선거를 치르는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에선 학내 구성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외에도 학생 주체가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사립대학교인 △성신여자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등은 학생투표 반영 비율을 늘리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총장 선거가 세 주체 간 공정한 논의를 통해 이뤄지기 위해선 총추위 내 교직원과 학생 위원 인원을 늘려야한단 여론도 존재한다. 우경주(사범·중교 19) 씨는 “1:1:1의 비율은 아니더라도 교직원과 학생 위원 수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 주체 모두 같은 자격을 갖고 회의 및 의결이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휴학생의 투표권 부여와 관련해 정나윤(사회·미컴 19)씨는 “정회원 등록을 마친 휴학생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한다”며 “재학생과 동일한 권리를 지녀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연 기자 04sang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