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으로 얼룩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 이면을 살펴보다

등록일 2022년03월03일 22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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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5개 종목에서 91개국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외교적 보이콧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의 인권침해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개막 이후에도 △경기 운영△인권△환경 등 여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베이징 올림픽의 여러 논란을 짚어보고 해결해야 할 숙제에 대해 알아보자.

 

◆올림픽 판정 논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선 특히 쇼트트랙과 스키점프 종목에서 편파 판정을 근거로 경기 운영의 부당성에 대한 항의가 계속됐다. 자국 위주의 판정과 다수의 페널티로 인해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연이어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전에선 중국 선수들에게 내려진 판정이 논란이 됐다. 쇼트트랙 혼성계주는 준결승전에서 각 조 2위 이내로 들어와야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 해당 경기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한 미국과 러시아가 진로 방해를 이유로 실격돼 원래 3위이던 중국이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장위팅 중국 쇼트트랙 선수가 동료 런쯔웨이에게 순서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실격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국내외 언론 및 여론에선 이를 두고 ‘블루투스 터치’와 ‘노터치 금메달’이라 표현하며 비판했다.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에선 유니폼 규격을 문제로 △독일△오스트리아△일본△노르웨이 선수들이 대거 실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스키연맹이 제시한 유니폼 기준에 따르면 여성 선수의 경우 유니폼과 신체의 허용오차는 2~4cm다. 그러나 해당 규정 적용이 애매해 사실상 사문화됐음에도 4명의 금메달 유력 후보가 규정 미적용을 이유로 실격됐다. 특히 카타리나 알트하우스 독일 스키점프 선수는 같은 복장으로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증폭됐다. 그는 “선수들의 꿈이 산산조각 난 게 너무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며 개인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국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판정의 불공정성에 대해 지적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 인권 논란

 

지난해 12월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이하 위구르 지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의 문화 및 언어가 중국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단 의혹이 제기됐다. 대다수의 위구르족은 이슬람교를 믿고 터키어와 유사한 언어를 사용해 중국 주류 문화인 한족의 문화와 큰 차이를 두고 있다. 계속되는 탄압에 위구르족은 독립 선언을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의 통제로 인해 테러를 비롯한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이 위구르의 독립을 막는 이유는 위구르 지역이 외교와 안보의 요충지기 때문이다. 위구르 지역은 △러시아△몽골△인도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엔 대륙 내부와 이어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이 풍부해 미래의 경제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곳으로 평가된다. 강준영 우리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위구르 지역은 △역사적△자원적△지정학적 영향으로 중국의 변방 관리와 직결되는 곳이다”라며 중국이 위구르 지역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것은 위구르 지역 사람들의 강제노동에 대한 의혹이다. 올림픽 선수단이 착용할 유니폼이 위구르 지역에서 난 면화로 제작됐단 사실이 알려지자 소수민족 노동력의 강제 착취 결과물이란 비판이 나왔다. 중국은 세계에서 면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이 중 약 85%는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해당 면화가 위구르 지역 내 수용소에 구금된 위구르족과 무슬림의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제기됐다. 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는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과 무슬림이 위구르 지역 수용소에 구금돼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위협에 놓여있다”며 수용소에서 풀려나면 노동 프로그램에 투입돼 강제노동에 동원된단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다. 과거 강제 노동에 동원됐던 피해자는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강요받으며 막대한 양의 생산 할당량을 채우란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 지난 2018년 테러 분자 갱생에 수용소가 필요하다며 그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수많은 폭로에도 강제 노역과 위구르족 문화 말살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인공 강설 및 빙질 논란

 

건조한 사막 기후인 베이징의 연평균 강수량은 7.9mL로 세계적으로도 적은 편에 속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자연 눈을 경기장에 동원하기 어려워 100% 인공 눈만을 사용한 첫 번째 올림픽이 됐다. 그러나 경기가 치러지는 모든 곳의 눈과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들다 보니 물 부족과 관련된 환경 문제 지적이 계속 뒤따랐다. 물 부족 국가인 중국이 인공 강설 논란에 대해 저수 시설 물을 사용해 피해가 없을 것이란 답변을 내놓으며 논란은 가속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스키장 한 곳의 인공눈에만 수영장 500개의 물이 필요하다”며 인공제설이 물 부족을 심화하고 환경파괴에 일조한단 의견을 비쳤다. 카르멘 드종 프랑스 지리학자는 “향후 6개월간 경기장 근처 자연 생태계의 물이 고갈될 것이다”며 지역 환경에 인공눈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인공눈은 입자가 작아 단단하게 뭉쳐 푹신한 자연눈에 비해 선수의 부상 위험도가 크단 우려도 현실이 됐다.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선 이전 올림픽보다 완주하지 못하고 넘어진 선수들이 증가했다. 특히 알파인 스키 종목에선 절반의 선수만이 코스를 완주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쇼트트랙 종목에서도 선수들이 유사한 지점에서 넘어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아이스 테크니션으로 활동한 배기태 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는 “얼음의 밀도가 치밀하지 않으면 날 끝에 얼음이 으스러지거나 밀리면서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베이징 올림픽의 빙판 상태가 상당히 무른 얼음일 것이라 추측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숙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국내의 반중 정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양국 국민의 정서적 거리감은 외교 범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관은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반중 감정이 확산하자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선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베이징 올림픽을 빌미로 반중 정서를 부추겨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의 반중정서 원인’에 따르면 이미 올림픽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선 △미세먼지 및 황사△사드 보복△중국 어선 불법조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발생과 대응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했다. 최근엔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란’과 경기 중 편파판정으로 양국의 갈등이 크게 치솟아 국민적 반감이 폭등했다. 김홍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 소장은 “특히 2030세대에서 중국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크다”며 한국의 2030세대가 문화적 공격과 부당함에 대한 거부반응이 특히 강한 편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공정성△인권△환경과 같은 국제사회에 요구된 보편적 가치를 지키지 않았단 사실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나 차별의 이유가 되어선 안된단 의견도 존재한다.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는 “올림픽처럼 국가끼리 경쟁하는 대회에선 편파 판정 같은 문제를 국가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기 쉽다”며 일반화가 편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여 비합리적인 혐오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동양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일어나면 분노하지만, 국내 거주 중국인 차별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건 모순이다”라며 무분별한 혐오 감정 표출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행위에 대한 비판이 개개인을 향한 혐오로 번지지 않도록 모두의 세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비 기자 04hanb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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