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박정운 우리학교 총장(이하 박 총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우리학교 제10차 이사회 회의에서 공약에 관해 발언한 내용이 공개됐다. 회의록엔 융합대학 확대와 학과 재편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 총장은 지난달 22일과 23일에 열린 총장 취임식과 총동문회 신년인사회에서도 위 계획을 강조하며 공약 실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대두된 학제 개편 및 교육과정 계획△학생사회의 반응△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두된 학제 개편 및 교육과정 계획
지난해 12월 16일에 진행된 우리학교 제10차 이사회 회의 내용이 지난달 14일 우리학교 총장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해당 회의에선 △교원 임용△규정 개정△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리모델링 등의 안건 논의와 더불어 박 총장과 당시 총장 후보였던 김유경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의 정견 발표가 진행됐다.
박 총장은 정견 발표에서 재정 마련과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 제고 등의 공약과 함께 학사 제도(이하 학제) 개편에 관한 공약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융합대학 확대와 학과 재편 두 가지였다. 융합대학 확대는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회과학적 소양과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한 교육을 진행하겠단 취지다. 융합학과 신설을 위해 박 총장은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 AI융합대학 및 대학원을 설립하겠단 계획을 내세웠다. 더불어 영미문학·문화학과와 ELLT학과에서 각 20명, EICC학과에서 10명의 인원을 감축하겠단 구체적인 인원 조정 방안까지 언급했다.
학과 재편은 유사중복학과 통합과 전략언어융합대학 재편 두 가지의 내용으로 나뉘었다. 현재 설캠과 글캠엔 △독일어△영어△이탈리아어△일본어△중국어 등 총 11개의 외국어학과가 중복돼 존재한다. 박 총장은 유사중복학과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과 조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유사중복학과 외의 외국어계열 학과를 조정하는 전략언어융합대학 재편 공약을 실천하겠단 입장을 전했다. 이는 우리학교의 학과를 조정·축소해 재정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어 박 총장의 정견 발표에 대한 이사회의 질의가 이어졌다. 융합대학 확대와 학과 재편 계획을 실행할 때 교수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선 학제 개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원칙대로 진행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박 총장은 “학교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원칙을 고수한다면 교수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또한 어학계열 학과를 학제 개편 계획의 중심으로 둬 비어학계열 학과 교수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박 총장은 지난 2018년 영어학과 커리큘럼에 공학적 지식을 접목한 ELLT학과를 출범시킨 경험을 내세웠다. 박 총장은 “대부분의 교수가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정체성과 유망 분야를 올바르게 제시한다면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학생사회의 반응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된 뒤 학제 개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지난달 18일 설캠 총학생회 ‘이룸’(이하 설캠 총학)은 이사회 회의록 내용을 정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에 공개했다. 내용 정리와 더불어 학제 개편 및 정원 조정 학과 선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단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 학생의 의사 반영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학교에 비판적인 여론이 존재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이사회의 질문에 박 총장은 “학교 구성원이 학내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설캠 총학은 “해당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한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제 개편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제 개편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단 것이다. 지난달 15일 글캠 총학생회 ‘외대의 봄’ 또한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했단 사실을 전했다. 더불어 TF팀을 구성해 회의에서 거론된 학제 개편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학제 개편 계획에 관해 다양한 목소리를 전했다. AI융합대학 신설에 대해 염승민(일본·일언문 18) 씨는 “AI융합대학이 설립되면 우리학교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언어 전공만으론 취업이 어렵단 인식이 있는데 신설되는 대학은 취업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기존 공과대학 운영이 미흡한 가운데 AI융합대학이 신설되는 걸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글캠 공과대학에서 이중전공 수업을 듣는 A 씨는 “기존 공과대학에 대한 배려나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과대학 운영도 부족한 점이 존재하는 가운데 AI융합대학이 추가로 설립될 경우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유사중복학과 통합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오갔다. B 씨는 유사 학과가 통합되면 중복 투자가 줄어 우리학교 재정에 도움이 될 거란 의견을 밝혔다. 이어 “낭비를 줄이고 유망한 학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복학과 재편은 좋지만 이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단 시선도 존재했다. 박주영(아시아·태국어 21) 씨는 유사중복학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조정 대상이 되는 학생과 교원의 의견 반영 여부가 중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행정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학교에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학과를 개설하거나 기존 학과를 통합하려 시도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학교엔 언어와 공학을 결합해 언어공학사를 취득할 수 있도록 개설된 융합전공 ‘언어와 공학’이 존재했으나 지난해 1학기에 폐지됐다. 지난해 2학기부터 AI융합전공을 신설해 이를 ‘Software&AI 트랙’과 기존 언어와 공학 전공에 해당하는 ‘Language&AI’ 트랙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해당 전공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Language&AI 트랙을 전공하고 있는 신수연(인문·언어인지 19) 씨(이하 신 씨)는 “급히 개설된 전공이다 보니 교과 과정이 세밀하지 않다”며 전공 수업만으론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개설되는 강의의 수가 매우 적단 고충도 존재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 Language&AI 트랙에 개설된 전공 강의 수는 3개뿐이다. 신 씨는 “교수님 중에는 통계학과 수업을 병행해 들으라는 분도 계셨다”며 적은 강의 수에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의견 반영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대) 설립에 관한 논의가 오갈 당시 글캠 제41대 총학생회 ‘The 본’은 우리학교 측에 학생대표자와도 이에 관해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5월 8일 학교 측은 교무위원회와 전체교수협의회 회의를 통해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같은 날 융인대 설립에 반대하는 60인이 설캠 도서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수의 학생은 이와 같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논의 진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가했다. 비판을 인지한 김윤수 당시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전략기획팀 담당자는 “후속 조치는 최대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 총장의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 15일이 지난 현재, 융합대학 확대와 학과 재편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구원회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전략기획팀 담당자는 “학과장과 논의하겠단 예고는 있었으나 기획조정처 측에 하달된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총장이 총장 취임식과 총동문회 신년인사회에서 임기 내에 실천하고자 하는 공약으로 학제 개편을 특히 강조한 만큼 해당 계획의 귀추가 주목된다. 내실 있고 학과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학제 개편이 되도록 구체적 계획 수립 과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