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융합전공, 진정한 융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선

등록일 2022년05월11일 16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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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지난해 9월 AI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이는 지난 2020년부터 각각 개설된 언어와 공학 전공과 융복합소프트웨어 전공을 하나의 융합전공으로 통합 및 개편한 것이다. 하지만 △교수진 및 강의 부족△재학생 간 정보격차 심화△기존 학부와의 유사성 등 AI 융합전공과 관련한 재학생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 박정운 우리학교 총장(이하 박 총장)이 정견 발표에서 AI 융합대학 및 대학원을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 설립하겠다고 해 기존에 있던 AI 융합전공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AI 융합전공의 설립 배경△재학생이 AI 융합전공에 갖는 불만△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AI 융합전공의 설립 배경

지난 2019년 우리학교는 소프트웨어 핵심 인재 양성체계가 원활히 구축됐단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하 SW 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는 지난해까지 추가예산을 지원받았으며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AI 융합대학을 신설하겠단 계약 아래 2020년 융복합소프트웨어학과와 언어와 공학을 융합전공으로 먼저 개설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이를 통합해 AI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AI 융합전공에 소속된 2학년은 공통 과정을 이수하고 3학년 진입 시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에 개설된 ‘Business & AI 트랙’△설캠에 개설된 ‘Language & AI 트랙’△양 캠퍼스에 모두 개설된 ‘Software & AI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수하려는 트랙이 자신의 캠퍼스에 없을 경우에만 캠퍼스 간 교차수강이 가능하며 트랙 변경은 1회 허용된다. △경상대학이 Business & AI△컴퓨터공학부가 Software & AI△ELLT 학부와 언어인지과학과가 Language & AI 트랙의 교육을 담당한다.

이용웅 우리학교 Business & AI 트랙 소속 교수는 AI 융합전공의 취지에 대해 “인문계열을 택한 학생이 본전공과 최근 필요성이 대두되는 AI 분야를 모두 배움으로써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가 되도록 돕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AI 융합전공에 소속된 모든 학생은 2학년 때부터 ‘고급파이썬프로그래밍’ 과목 등 실습과 관련된 강의를 필수 수강해 코딩의 기초를 다진다. 이후 트랙의 특성에 따라 △Business & AI 트랙의 Business AI 프로젝트(캡스톤 디자인) 이수△Language & AI 트랙의 졸업시험 통과△Software & AI 트랙의 졸업논문 작성 등 차별화된 졸업요건을 이수해야 한다. 이런 AI 융합전공의 차별화된 교육에 대해 강민정(서양어·포르투갈어 21) 씨는 “어떤 트랙을 택하던 컴퓨터공학의 기초를 쉽게 배울 수 있다”며 “어문 계열만을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컴퓨터공학 관련 지식을 모두 갖출 수 있어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재학생이 AI 융합전공에 갖는 불만

설립 후 한 학기가 지난 지금 AI 융합전공 소속 재학생은 △교수진 및 강의 부족△재학생 간 정보격차 심화△기존 학부와의 유사성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현재 AI 융합전공에 포함된 교수진은 모두 △산업경영공학과△컴퓨터공학부△ELLT학과 등의 타 학부에 속해있다. Software & AI 트랙을 택한 장정아(경영·경영 19) 씨는 “AI 융합전공에 소속된 교수님이 적어 교수님 한 분이 융합전공 트랙 내에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높아지는 학부 인기에 따라 특정 강의에선 80명까지 인원 제한을 늘렸음에도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은 학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실제 AI 융합전공은 계절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고 전공 필수 과목이 특정 학기에만 개설되기에 휴학과 같은 개인 사정으로 해당 과목을 듣지 못하면 그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 이와 함께 재학생 간 정보 격차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Software & AI 트랙을 택한 정나윤(사회·미디어 19) 씨는 “학과나 단과대학 규모의 학생회가 존재하는 다른 전공과 별개로 AI 융합전공은 학생의 의견을 통합해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다”며 “AI 융합전공 신설 이후 계속 비대면 수업이 진행돼 선후배 간 교류가 매우 어려운 것이 아쉽다”라고 답했다. 변영창(경상·GBT 21) 씨는“아직 학부가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AI 융합전공 내 △관련 동아리△대회△연합프로젝트 등의 정보 교류가 굉장히 협소하다”라고 전했다.

AI융합전공과 다른 학부 간의 유사성 문제도 제기된다. △Business & AI 트랙은 GBT학부△Language & AI 트랙은 언어인지과학과△Software & AI 트랙은 컴퓨터공학부와 유사해 추후 유사 중복학과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로 Software & AI 트랙의 졸업 필수 과목인△‘소프트웨어공학’△‘알고리즘’△‘자료구조’△‘종합설계’는 모두 컴퓨터공학부의 수업과 중복됐다. Language & AI 트랙과 언어인지과학과의 ‘컴퓨터와 언어학’ 과목, GBT학부와 Business & AI 트랙의 ‘e-business 개론’ 등의 수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AI 융합전공의 전공 수업인 ‘고급파이썬프로그래밍’ 과목을 수강 중인 박혜림(경상·GBT 21) 씨는 “수강하고 있는 AI 융합전공의 2학년 트랙 과목 대부분이 본 전공에서 다루는 내용과 겹친다”며 “두 전공이 유사하기 때문에 전공을 살려 취업시장에서 특색있게 보이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유승리(공과·컴전 20) 씨 또한 “학부 수준의 AI 관련 과목은 대부분 컴퓨터공학부 교육과정 내에 포함돼 이미 컴퓨터공학부에 AI 전공 트랙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근본적으로 각 학과의 교육과정과 융합전공 내 관련 트랙의 교육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단 것을 의미한다.

지난 12월 16일 박 총장은 정견 발표에서 AI 융합대학 및 대학원을 설캠에 신설하겠단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글캠 총학생회 ‘외대의 봄’(이하 글캠 총학)은 공과대학 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반대 의견을 펼쳤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총장은 지난달 4일 글캠에서 진행된 ‘총장과의 대화’에서 “신설될 AI 융합대학 건물의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김현익(공과·컴전 17) 씨는 “AI 융합대학을 설캠에 단독 설립하는 것은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며 “이는 기존 컴퓨터공학부의 교수진 및 학부 운영 지원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공과대학 전체에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현재 AI 융합전공 사무실은 설캠에만 위치돼 있다. 또한 컴퓨터공학부의 실습실 등 컴퓨터 공학 관련 개발 환경은 글캠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AI 융합대학 설립 후 대면 수업 시 원활한 실습수업 가능 여부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우려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글캠 총학은 “AI 융합대학은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음을 학교 측에 확인했으며 차후 이 사업이 진행될 때 공과대학의 학과와 유사성 여부를 따져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AI 융합전공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근섭 우리학교 AI 융합전공 주임 교수는 “AI 융합전공은 최근에 설립됐기 때문에 운영에 있어 비교적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지난해 9월 융합전공이 설립된 직후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며 각 트랙에 대한 재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중전공 신청 기간에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교수진 및 강의 수 부족의 경우 AI 분야 신임 교원 충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문제가 해결될 것을 강조했다. 두영웅 우리학교 AI 융합전공 조교는 “AI 융합전공은 이중전공 전용 전공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참여하는 만큼 학생 대표 선발이나 전공생 간 정보 교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AI 융합전공 전담 행정 조교를 채용하고 있고 추후 학과 홈페이지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학생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릴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우리학교와 같이 제1 전공을 가진 학생이 제2 전공으로 AI 융합교육을 받는 학교론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가 존재한다. 지난 2014년 SW 중심대학에 선정된 직후 서강대는 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을 개설해 컴퓨터공학 관련 학부가 아닌 타 학과 및 학부 재학생이 2학년 때 융합전공으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서강대 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은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과의 취업 및 인턴 연계를 통해 재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바 있다. 또한 학습 과정에서 컴퓨터공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집중 조교제’를 실시해 주기적으로 재학생을 돕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AI 융합전공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많은 기대를 품고 신설됐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소통 미흡으로 재학생의 불만이 발생했다. 진정한 융복합형 인재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선 학내 구성원 간의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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