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쟁, 공정한 수사 체계를 위해선

등록일 2022년05월11일 16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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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과 이번 달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발의한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하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권력 분립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기에 여야뿐만 아니라 △검찰△경찰△국민△법조인 등 많은 사람이 이 법안에 관심을 쏟고 있다. △검수완박 논의△우려 지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시킨 검수완박 법안      

지난달 30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3일엔 다른 한 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또한 본회의를 통과해 검수완박 법안이 전부 통과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하 문 전 대통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같은 날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 및 공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전과 같은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선택적 정의△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며 검수완박 추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에 오는 9월부터 검수완박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검수완박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2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변경△검사 자신이 개시한 수사에 대해 공소 제기 금지△보완수사 범위 제한△별건 수사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의 수사 권한을 한 단계 더 축소시킨 것이다.

검찰의 수사 범위 제한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이다. 2016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진경준 전 검사장△홍만표 전 변호사 등이 일으킨 검찰 비리 논란으로 인해 검찰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늘었다. 여러 차례 일어난 검찰 내 사건·사고로 인해 검찰의 권력 독점과 비리 문제를 견제할 기관이 필요하단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의 수사권 제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0년 7월엔 검찰의 독점 수사를 견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설립했다. 더불어 지난해부턴 검사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고 △경제범죄△공직자범죄△대형참사범죄△방위사업범죄△부패범죄△선거범죄의 6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했다.

 

◆ 검수완박 법안의 쟁점은?

검수완박 법안은 70여 년간 존재하던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근간부터 바꾸는 법안이란 점에서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에선 검수완박 법안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며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3일 뒤인 25일, 국민의힘이 이 결정을 번복하며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한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법안 통과를 저지했으나 민주당은 회기를 각각 △지난달 27일△30일△이번 달 3일로 쪼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검수완박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검수완박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검사가 독점적으로 보유하던 수사 권한이 경찰에게 분담돼 검경 간 상호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단 것이다. 또한 중대한 사안일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기에 검찰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단 입장을 보였다. 이 점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중요한 사안에만 집중할 수 있고 보다 가벼운 사건들은 경찰에 넘겨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며 검수완박 법안의 의의를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이하 박 원내대표)는 “70년간 민주화를 이루며 선진국에 오른 우리나라가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반겼다. 경찰 출신이던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수사 현장에서 경찰로서 불합리함을 느꼈다”며 검경 간 권한이 균형을 맞추게 된 걸 환영했다.

한편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개정 및 신설되는 법안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될 경우 경찰의 업무가 과중돼 수사 진행이 크게 지연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난해 1~10월 수사관 1인당 맡은 사건은 17.9건이었다. 15건이었던 그 전 해보다 19.3%가 늘어난 것이다. 경찰의 1인당 평균 사건 처리 기간도 63.2일로 55.6일보다 8.6일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이번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경찰에 업무가 더 과중될 것으로 예상해 TF를 구성하고 인력과 예산 확충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는 여전히 수사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소속 변호사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대신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경찰의 사건 적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설립 문제에 관해서도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수청이 설립되면 2개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가 가능했던 검찰의 권한이 모두 중수청으로 이양된다. 다만 검찰청이 정부 산하 법무부 소속인 데 반해 중수청은 공수처와 같이 독립 기관으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으로서 중요 범죄를 수사할 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중수청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수청 설립에 반대하는 측에선 검찰의 수사 전문성이 무시돼선 안 된단 입장을 보이는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의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를 제도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건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중수청 설립을 비판했다.

법안 개정 논의가 졸속으로 치러져 법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단 시각도 존재한다. 검찰의 수사권을 없앨 경우 우리나라의 기존 사법 체계에 막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 과정이 면밀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법적으로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헌법 제12조와 제16조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다고 직접적으로 명시돼있진 않지만 검사가 법관에게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헌법이 검찰의 수사권을 간접적으로 보장하고 있단 해석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 수사권 제거 문제가 이 두 개의 조항과 충돌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은 해당 법 조항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구하겠단 계획이다. 대검찰청 측은 “법률 개정의 전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며 헌법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헌법뿐만 아니라 다른 법에 존재하는 검찰 관련 조항도 수정해야 한다. 일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29조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중대한 사항을 다룰 때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이러한 고발권이 어느 주체에게 이전되는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렇듯 사법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사안이니만큼 법적 요소와 각 법 간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수완박은 형사 사법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형사 사법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검수완박 법안,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박 원내대표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 다 보유하고 있어 권력을 과도하게 지니고 있다”고 말한 데 반해 차호동 대구지방검찰청 기획검사(이하 차 대구지검 검사)는 “오늘날 대다수 국가에서 검찰이 사건에 개입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기준 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수사권이라도 운영방식에선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는 나라엔 △독일△미국△일본이 있다. 독일은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 등 중요한 사건을 수사할 때만 중점 검찰청을 지정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진행한다. 미국의 경우 선거법 위반과 같은 중대한 사례를 다룰 땐 연방 검사가 연방수사국(FBI)과 협업해 수사를 진행한다. 일본 역시 미국과 비슷하게 정치인과 대기업이 연루된 특수한 사건은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나라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이스라엘△캐나다가 그렇다. 영국은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기소 이전 단계에서 수사를 종결할 권리도 가지는 한편 검찰은 기소권만을 가진다. 이스라엘은 경찰이 전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며 검찰에게 수사 지휘도 받지 않는다. 경범죄인 경우 경찰이 기소권도 행사할 수 있다. 캐나다 역시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경찰이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가지고 있다. 검찰은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제한적으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와 차 대구지검 검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인 건 실제론 나라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9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검찰청△국민의힘△법조계 측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기는 등 법안 시행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단 것이다. 김재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사권의 섣부른 조정은 국가 전체 수사 능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이 받을 사법 서비스의 질 역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검찰 운영 방식에 대한 비교와 대국민적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바른 수사 형태 확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 국회에서 법안의 표결을 지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주 행해진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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