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Barrier Free)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움직임을 뜻 한다. 우리학교는 지난해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사회과학관 엘리베이터 설치 를 위한 공사를 시작하는 등 학교 내 시설 개편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설 노후화 문제와 통학 시 이동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배리어 프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학교 입학 전형에 장애 학생 특별 전형이 마련되지 않아 근본적인 시설 개편이 어렵단 문제를 가진다. 모두를 위한 학교생활을 위해 △양 캠퍼스(이하 양 캠) 시설 점검△현재 우리 학교의 시설 개편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양 캠퍼스 통학로는 안전한가
외대학보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우리학교 설캠과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통학로의 △대중교통 이동 환경△보도블록 설치 여부△횡 단보도 음향 신호기 설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설캠은 외대앞역부터 정문 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았으며 글캠의 경우 기숙사 정류장부터 인문경 상관(이하 인경관)까지 살펴봤다.
설캠의 교통 환경은 글캠에 비해 비교적 잘 마련돼 있다. 대중교통의 경 우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의 경우 △120번△147 번△261번△273번△1222번 등 총 5대의 버스가 설캠을 지난다. 지하철 1 호선 외대앞역은 회기 방면과 신이문 방면이 존재한다. 1번 출구 방향의 신이문 방면은 우리학교 정문부터 1번 출구까지 높은 경사로 없이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찰구의 폭이 좁아 휠체어 이용 시 휠체어에서 내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대편 회기 방면의 경우 2번 출구로 진입해야 하는 데 계단을 이용해야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다. 더불어 계단의 경사가 급하고 높아 리프트 운행이 불가해 사실상 휠체어로 이동이 불가하다.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 가 없는 곳은 현재 △남구로역△남영역△외대앞역 총 3곳뿐이다. 외대앞 역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현재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설캠을 지나는 총 5대의 버스의 저상버스 평균 도입률은 64.8%다. 2020년 기준 △120번 버스 62%△147번 버스 71%△261번 버스 80%△273번 버스 57%△1222번 버스 54%의 저상버스 도입률을 보인다. 저상버스는 운행 시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이용객은 정류소에서 직접 버스 운수회사에 전화를 걸어 탑승을 희망하는 버스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
외대앞역에 내려 정문까지 걸어가는 거리엔 대부분 점자보도블록이 설치돼있다. 설캠 주변에 위치한 롯데리아 앞 횡단보도와 정문 앞 사거리의 횡단보도엔 음향 신호기도 존재했다. 그러나 설캠 번화가의 경우 곳곳에 골목길이 많아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에 대한 위험 신호가 없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캠은 지하철역의 부재로 대부분 광역버스를 이용해야한다. △1117번 △1150번△1500-2번△1303번 등 다양한 광역버스가 운행 중이지만 저상 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캠퍼스 내의 셔틀버스도 같은 상황이다. 글캠 정문에서 가장 끝에 위치한 인경관까지 도보로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캠퍼스가 넓어 20분 주기로 학교 안을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지만 저상 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캠퍼스 내 도보 시설에 대한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후생복지관(이하 후 생관)부터 인경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해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교양관△어문학관△인경관 건물로 올라가는 길 역시 급한 경사로 휠체어가 오르기 어려운 상태다. 이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글캠 내 전체적으로 점자블록이 설치돼있는 편이지만 도로 중간마다 점자 블록이 끊긴 인도도 존재했다. △교양관부터 학생회관△백년관부터 기숙사 앞 버스 정류장△정문부터 기숙사까지의 거리에선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다. 캠퍼스 내 횡단보도엔 음향 신호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신호등도 따로 존재하지 않아 청각에 의존해 건너야 하는 시각장애인에겐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학교 측의 노력과 현황
지난해 설캠은 사회과학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며 14개의 건물 중 △교 수회관△국제학사△도서관 등 9곳에 엘리베이터가 존재한다. 글캠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19곳 중 10곳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다. 그러나 10 곳 중 7곳은 기숙사 훕스돔(Hufs Dorm) 4개동과 국제사회교육원 3개동이 며 나머지 3곳은 △백년관△자연과학관△창업보육센터다. 실질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건물 중 백년관과 자연과학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어 학생들의 불편함이 큰 상황이다. 설캠 장애학생지원센터 교직원 A 씨는 “건물 전체에 개략적인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글캠 제43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외대의봄’의 공약이었던 교양관 엘리베이터 설치에 관해 글캠 시설관리팀은 이번 해 중으로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 전했다. 글캠 총괄지원팀은 셔틀버스 저상버스 도입에 관해선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이에 관련한 요구가 없었다며 “버스 교체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요청이 있으면 점진적으로 이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애학습지원센터의 수동적인 운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설캠과 글캠 에 각각 설치된 장애학습지원센터는 우리학교 소속 기관으로 편성돼 자체 적인 시설 개편의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 장애학습지원센터의 자체적인 배리어 프리 시설 관련 안전성 검사 및 개편안 설정 여부에 대해 설캠 장애 학습지원센터는 “학교 본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며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글캠 장애학습지원센터는 “캠퍼스 내 보도블록 미설치는 몰랐던 사실이다”며 “시설관리팀에 연락해 추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 학생회관 경사로 마련△도서관 1층 장애인 화장실 마련△후생관 학생식 당 경사로 설치 등 학생의 요구가 들어오면 즉각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 캠 모두 문제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시설 을 개선하기보단 재학생의 요구가 계속되면 그 사항을 부분적으로 개편하 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 입시제도엔 장애 학생 특별 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시 행한 외대학보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학교 입학처는 장애 관련 시설이 노후화됐기 때문에 장애 학생 특별 전형을 신설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 학생은 일반 전형으로 입학해야 하기에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장애 학생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약 200명 정도의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인 타 대 학들과 달리 현재 우리학교는 설캠 5명, 글캠 2명으로 총 7명의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다. 재학 중인 장애 학생 수가 적어 관련 예산도 적게 편성된다. 이에 장애 관련 시설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마련과 장애학생 특별 전형의 부재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학교 입학처 교직원 B 씨는 “여전히 장애학생 특 별 전형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며 “시설이 개선된다 해도 당분간 특별 전 형 마련은 어렵다”고 전했다. 교육부에선 이번 해 장애 학생 특별 전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각 대학의 전체 모집 인원 중 △농어촌△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 이상 선발해야 한단 지침을 마련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우리학교의 장애 학생 특별 전형 마련과 관련 복지 사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모두를 위한 학교를 위해서
서울 주요 11개 대학 중 장애 학생 특별 전형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는 우리 학교뿐이다. 우리학교의 고른기회전형의 경우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 층△국가보훈대상자△농어촌학생△서해 5도 거주 학생이 포함된다. 고른 기회전형 대상에 장애 학생도 포함되지만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장애 학생으로 한정된다. 우리학교를 제외한 10개의 대학에선 장애 학생 특별 전형을 독립적으로 시행하거나 고른기회전형 중 장애 학생을 일정 인원 선발하며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 10개의 대학은 관련 시설 마련과 복지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성균관 대학교의 경우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보행이 어려운 비장애인 학생도 장애학습지원센터로 이동지원차량을 신청하면 서울의 인사캠퍼스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고려대학교의 경우도 특별이송지원 차량을 마련해 캠퍼스 내에서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이번 해 당선된 박정운 총장이 지난해 총장 선거 당시 외대 앞역부터 정문까지 운행하는 특별 차량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양 캠 총학에서도 관련 공약을 마련했다. 설캠 제52대 총학 ‘이룸’은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을 위한 요구’와 ‘동대문구청과 외대앞역부터 정문까지 안전한 통학 거리 조성 요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민지(사회·미디어 19)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계획 수립 및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건물별 이동 불편사항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요구안을 작성할 예정이다”며 “학생들의 의견 을 반영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오경현(통번 역·독일어 19) 글캠 총학생회장은 “이번 해 공약이었던 교양관 엘리베이 터 준공을 시작으로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리어 프리가 이뤄진 통학 시설과 건물의 부재는 학생들의 학습권과도 이어지는 문제다. 경사가 급하고 저상버스 운행이 없는 글캠에선 비장애 인 학생이 다리를 다친 경우 통학이 어려워 유고결석을 내거나 휴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인대 파열로 수술한 우리학교 글캠 재학생 C 씨는 “자 가용으로도 통학이 어려워 휴학을 신청했다”며 “광역 저상버스가 존재하 지 않아 우리학교로의 통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배리어 프리가 이뤄진 통학 시설 마련 및 건물 마련은 우리학교 학생 모두를 위한 방향이다. 비장애인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우가 안전한 학교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