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강의에 엇갈리는 목소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강의를 위해선

등록일 2022년09월15일 15시4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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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학교엔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의가 개설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의 중 △‘여대생커리어개발’△‘여학생취업실전전략’△‘여성호신술’은 남학생의 수강이 제한돼 있는 상태다. 이에 지난달 31일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엔 성별에 따른 수강 자격의 정당성을 논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선 여성 전용 강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우리학교 내 여성 전용 수업 개설 현황△학생들의 인식△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내 특정 성별 전용 수업 개설 현황

우리학교엔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강의가 개설돼 있다. 서울캠퍼스(이 하 설캠)엔 △‘여대생커리어개발’△‘여성과사회’△‘여성호신술’△‘한국여성사’가 있으며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경우도 △‘여학생취업실전전략’ △‘여성과사회’△‘여성호신술’△‘한국여성사’로 구성돼 있다. 미래시뮬레이 션 분야의 강의인 설캠의 여대생커리어개발과 글캠의 여학생취업실전전 략은 사실상 같은 강의로 양 캠퍼스(이하 양캠)엔 동일한 내용의 여성 주 제 강의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여성 주제 강의 중 여성과 사회와 한국여성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수강이 가능하다. 그러나 △ 여대생커리어개발△여학생취업실전전략△여성호신술은 여학생만 수강 할 수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에타 설캠 자유게시판엔 성별에 따라 수강 신청이 제한되는 강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논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여학생을 위한 강의가 존재하는 반면 남학생을 위한 강의는 존재하지 않는 점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설캠의 여대생커리어개발과 글캠의 여대생취업실전전략은 지난 2013 년 2학기 개설돼 현재 10년 째 운영되고 있다. 두 강의는 고용노동부 대학 일자리(플러스)사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여대생특화취업지원’에 따라 여대생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고자 신설됐다. 당시 우리나라 취업시장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입지가 좁단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지 난해 시행한 ‘우리학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졸업 비율이 각각 47.5%, 52.5%로 여학생의 졸업 비율이 약 5%p 높은 데 비해 남학생과 여학생의 취업률은 각각 63.3%와 58.4%로 여학생의 취업률이 약 5%p 낮다. 이처럼 우리학교는 상대적으로 낮은 여학생의 취업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학교의 전반적인 취업률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현재까지도 여학생과 관련한 취업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학교 이외에도 △건국대학교△국민대학교△단국대학교와 같이 대학일자리사업을 수행 중인 여러 학교에서 취업과 관련한 여학생 전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학교 양캠에 존재하는 생활과스포츠 교양 과목 중 하나인 여성호신 술 강의는 지난 2015년에 신설됐다. △노인△아동△여성△장애인 등이 사회적 약자란 인식과 더불어 이들의 호신 능력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 게 강의 개설의 배경이다. 여성호신술을 담당하는 박효주 우리학교 강사는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엔 체격과 힘의 차이가 존재해 여학생끼리 연습했을 때 진행이 매끄러웠고 동작을 위한 파트너 선정이 용이했다”며 남학생 의 참여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 전용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외대학보는 여성 전용 수업에 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우리학교 재학생의 여성 전용 수업에 대한 인식 및 반응’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성 전용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 는가’란 질문에 남학생 응답자의 92%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론 ‘성별에 따른 수강 자격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69.6%)’라 고 답했으며 뒤를 이어 ‘강의 개설 목적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서(17.4%)’ 를 꼽았다. 우리학교 남학생 A 씨는 “현재 성별 구분 없이 수강 가능한 ‘훕 스커리어디자인(HUFS Career Design)’ 수업이 취업을 대비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유사성을 띤다”고 전한 한편 “여학생에게 특화된 내용을 중점적으 로 담아 취업 전략 등을 가르치는 강의가 있다면 남학생을 위해서도 훕스 커리어디자인 수업 이외에 남학생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강의를 개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여학생 전용 과목을 개설하 게 되면 남·여학생이 모두 참여 가능한 강의의 수가 그만큼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여성 전용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여학생 응답자의 65%는 여성 전용 수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론 ‘여성만이 필요로 하는 강의 내용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서(64.3%)’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여성을 위한 학교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 해서(28.6%)’가 뒤를 이었다. 여학생 응답자 중 여성 전용 수업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한 반면 여학생 응답자의 35%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여성 전용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 이유론 ‘성별에 따른 수강 자격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57.1%)’에 과반이 동의했으며 ‘강의 개설 목적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서(28.6%)’란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여성 전용 수업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여학생 응답자 중 9.5%가 여성 전용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수업 내용이 실제로 도움이 됐냐’는 질문엔 응답 비율이 각각 50%로 나뉘었다. ‘수업이 도움이 됐다’고 답한 여학생의 모두가 ‘성별에 따른 격차가 메워질 수 있었 다(100%)’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면 수업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여학생들은 그 이유로 ‘강의 개설 목적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50%)’와 ‘수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50%)’를 꼽았다. 이유경(영여·영문 21) 씨는 “여성만을 위한 강의가 있다는 건 남성만의 길과 여성만의 길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여성 전용 수업에 대한 논란에 우리학교는 학생의 의견을 존중한단 입장을 밝혔다. 설캠 진로취업센터 관계자는 “우리학교 진로취업센터에선 학 생의 만족도와 요구를 반영해 교과목 개설과 폐지를 결정하고 있다”며 “여 대생커리어개발 교과목도 이를 토대로 향후 운영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고 전했다. 김현숙 글캠 진로취업센터 팀장은 “제1차 대학일자리(플러스) 센터 사업의 내용은 여학생에 대한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었으나 지난해 변화된 제2차 사업부터는 이를 강조하는 정도가 줄어들었다”며 “진로 및 취업과 관련된 강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된다면 교과목을 개선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호신술 강의에 대해 박 강사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호신술 강의 개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고 말한 한편 “여성호신술 강의가 간단한 태권도 동작을 다루는 만큼 정규 태권도 과목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며 신규 강의 개설 없이도 남학생의 호신 능력 증진이 가능하단 의견을 전했다.

우리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여성 전용 수업에 대한 논의가 존재했다. 지난 2015년 서울대학교에선 1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일부 선택교양 체육교과에 여성 전용 강의가 개설돼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학 교 측은 체력 등의 문제로 남학생과 함께 참여하는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 는단 여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농구△수영△체력단련 영역에 여성 전 용 수업을 한 강의씩 신설했다. 하지만 역차별이란 지적과 기회균등의 원 칙을 저버렸단 학생들의 의견에 학교 측은 현재 모든 강의를 성별에 따른 수강 제한 없이 개방하고 있다. 같은 해 연세대학교엔 파워다이어트 강의 가 신설됐다. 해당 강의는 수강 가능 학생을 체질량지수(BMI)가 20% 이 상인 여학생으로 한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다이어트 방식엔 남성과 여 성 간에 차이가 있단 의견과 해당 강의의 개설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차별 하는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다. 현재 해당 강의는 모든 학생이 신청할 수 있도록 변경된 상태다. 또한 지난 2017년 경성대 학교에선 2학기를 앞두고 공과대학의 시스템응용프로그래밍 강의를 신청 한 남학생에게 수강 철회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교육편람에 여학생을 위해 개설한 강의라고 공지했으나 많은 남학생이 수강을 신청해 회의를 진행한 끝에 본래 취지대로 여학생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 해당 수업은 여성공학인재양성(WE-UP)사업 특별전공학 습 과목으로 현재까지 여성 전용 강의로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성 전용 수업에 대해 우리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2020학년도 2학기에 여학생취업실전전략을 수강한 박채빈(동유럽·폴란 드 18) 씨는 “이 강의를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기르고 커리어 개발을 생 각해볼 수 있었다”고 밝히는 한편 “앞으로 이 강의가 지속된다면 개설 목적과 취업 전략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내용적 측면에서 차별화를 둔 수 업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남학생 B 씨는 “취업과 관련한 수업은 모든 학생이 함께 수강하며 의견을 나눌 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는 전학생에게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지감수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오늘날 모두를 위한 강의 내용을 모색하기 위해 학생과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시점이다.

 

 

명나디 기자 05nad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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