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깡통 전세’로 인한 전세보증사기 피해 사례가 증가하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하 주보공)에 따르면 이번 해 1월부터 8월까지의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억이 넘는다. 또한 전세보증사기 피해자의 약 75%는 청년층으로 특히 청년층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4일 깡통 전세와 관련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출 상환을 최대 2년으로 연 장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세보증사기의 실태△우리학교 학생의 인식△전세보증사기 대책에 대해 알아보자.

◆전세보증사기의 실태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와 비슷해지는 지역이 늘어나며 이른바 ‘깡통 전세’ 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깡통 전세는 전세 보증금이 매 매 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해 임대차 계약 만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우를 뜻하며 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발생한다. 보통 전세가율*은 50%와 70% 사이가 일반적이며 70%를 넘어갈 때 전 세가율이 높다고 표현한다. 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보다 높으면 전세 가율이 100%를 넘게 되는데 이를 마치 깡통처럼 알맹이가 텅 비었단 뜻에서 깡통 전세라 부른다. 깡통 전세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 다. 첫 번째는 집주인이 과도한 융자로 매입한 주택의 가격이 보증금보다 더 하락해 집을 팔아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다. 두 번째론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가격에 맞춰 계약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며 임차인이 깡통 전세 주택에 보증금을 내고 입주할 경우 계약 만료 시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보증사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사실 집값이 상승함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사기로 분류되진 않는다. 그러나 임대인이 분양업자나 중개업자와 함께 전세 보증금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세입자를 끌어들이는 경우엔 사기 행위로 분류된다. 계 약할 땐 아무 문제가 없었더라도 계약 이후 확인했을 때 집이 은행 담보 로 잡혀있는 경우도 사기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집주인이 대출을 새로 받았거나 세금 미납자로 바뀌어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개한 지역별 △경매낙찰△ 보증사고△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가율이 100% 이상인 지역은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인천시 남 동구 남촌동△경기도 안산 상록구 사동 등 수도권 12개 동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강동구 길동(97.5%)△강서구 염창(96.4%)△강동구 성내 (96.3%)△동작구 신내방(94.9%) 등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곳이 다수 존재했다. 또한 주보공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에 발생한 전세 보증금 반 환보증 사고 건수는 511건이며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1,089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고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 각각 △178건△170건△ 130건 총 478건으로 전체 반환보증 사고의 95%가 수도권 지역에 집중 됐다.

◆우리학교 학생의 인식

지난 12일 주보공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 8월 전체 전세 보증사기 피해자의 74.7%가 20·30세대 청년층이었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청년층은 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그대로 믿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청년들의 피해가 높은 이유로 청년의 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 부족을 꼽았다.

외대학보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전세보증사기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세보증사기(깡 통 전세)에 대해 알고 있나’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8%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상담 신청△전세보증 보험 가입△전세사기범 조회 사이트 이용과 같은 전세보증사기 대비 방 안을 전부 모른단 답변이 27%를 기록하는 등 높은 비율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학기 설캠 인근에서 반전세로 자취방을 구했던 우승훈(상경·국 통 21) 씨(이하 우 씨)는 “집을 구하기 위해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며 깡 통 전세에 대해 알게 됐지만 청년층이 자주 피해를 입는 사기란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우 씨는 “반전세의 보증금은 월세 보증금보다 높기에 계약이 끝난 후 혹시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고 덧붙였다. 작년 2월에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근처에서 전세로 자취 방을 구한 허현(경상·GBT 20) 씨는 “전세 계약 당시 전세보증사기나 △ 공과급 미납 명목△시설 유지△입주 청소 등의 이유로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 불안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와 같이 전세보증사기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는 한편 사기에 대한 구 체적인 정보나 대책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대학보는 우리학교 학생의 전세보증사기 대비 방안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대표적인 대비 방안을 제시 후 알고 있는 방안을 복수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전세사기범 조회 사이트’를 안다고 꼽았다. 이어서 ‘전세보증보험 가입’과 ‘대한법률구조공 단에 상담 신청’이 각각 36%로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전세보증사기 대 응 방안으론 전세보증 보험 가입이 꼽힌다. 만약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 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주보공에서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임차인이 일정 기간 매달 보험료를 지급한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보증 보험으로 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로 집을 얻어 거주 중이라 고 답한 우리학교 응답자 중 절반의 학생만이 전세보증보험이 가입돼 있다고 답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한 학생을 대상으 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를 응답 받은 결과 응답자 전원이 전세보증보험의 존재를 몰랐단 답변을 골랐다. 실제로 우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 전세보증보험이란 게 존재한단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집을 계약하기 전 개개인의 차원에서 전세보증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집을 계약하기 전 집주인 조회 사이트 ‘영리한 세입자’를 활용해 자신이 계약하는 집주인이 상습범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계약을 한 이후에도 전세보증사기가 의심되거나 신고가 필요한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전화해 무료로 주택 임대차3법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사기 대책

전세보증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모든 학생이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꼽았다. 이어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금전적 제도 강화(54%)△법률 상담 프로그램 확대(36%)△피해 예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교육(36%) 순으 로 응답이 뒤따랐다. 이와 같이 우리학교를 비롯해 전세보증사기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단 청년층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에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세보증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시·도 단위별로 제공하는 전세가율 정보를 23일부터 매달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해 공개하겠 다고 밝혔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유 실장)은 “그동안 정보 측면에서 약자였던 임차인이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면 불리한 계약에 놓이지 않을 것이다”며 주택임대시장 내 정보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번 해 7월 25일부터 ‘전세사기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전세보증사기에 대한 집중 수사를 시작한 데 이어 피해자의 피해 보상에 집중한 대책을 내놨다. 이번 달 14일 △법률 상담 및 매뉴얼 제공△서울시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사업 대출 연장△피해 실태 파악을 위한 현황조사 등 깡통전세와 관련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분야별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전적인 지원 차원에선 전세 사 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긴급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 이다. 이외에도 거주하는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사업 신청자 중 신혼부부와 청년이 깡통전세 등으로 보증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기존 대출 상환과 이자 지원을 계약종료일로부터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다음 해 초까지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임차인과 임대인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소송으로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원한다면 위원회 소속 변호사와 연계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유 실장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시 차원의 정책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 이다”고 말했다.

이번 달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도 국세청과 함께 갭투자**와 깡 통전세 등에 관련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공동대응 협의체를 구성하고 △임차인 권리 구제를 위 한 안정적인 보증금 배분△적극적인 공매 의뢰 및 공매 절차 진행△조 기 공매가 필요한 압류재산의 신속한 사전 실익 분석 등에 상호 협조하 기로 했다. 김현수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장은 “청년들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에 버금가는 큰 금액이기에 한번 사기를 당하면 미래까지 저당 잡히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 사기에 취약한 청년층에 특히 주의를 요했 다. 전세보증사기 피해가 청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전세 보증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해결책과 개인적인 노력이 병행 돼야 할 때다.

*전세가율: 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

**갭투자: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작은 집을 그 차액으로 사들이는 것.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