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개편안 논쟁, 교육기관의 재정 균형을 위해선

등록일 2022년11월09일 16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의 액수가 증가세를 보이며 교부금에 대한 개편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유·초·중등 분야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전용 예산인 교부금을 대학에도 지원하겠단 내용의 교부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에 지난달 24일 서울 시교육청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 위)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여는 등 해당 개편안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교부금 개편안의 △내용△쟁점△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 

지난 7월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의 재정 운영 방향이 공개 된 후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대학에도 추가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단 교부금 개편안이 화두에 올랐다. 정부가 제시한 교부금 개편안의 핵심은 초·중·고등학교에 지급하던 교부금 중 3조 6000억 원을 대학에 나눠준단 것이다. 초·중등교육을 위한 지출의 책임 및 권한은 전적으로 지방교육청이 맡으며 재정 수입은 △교육청 자체 수입△ 중앙정부의 교부금△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으로 이뤄진다. 이중 교부 금은 수입의 8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의 일부로 구성된다. 교부금은 결국 내국세의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교육재정이 내국세와 연동된 것은 과거 우리나라의 사회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교부금 제도는 1972년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교육이 필수적이란 이유로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초·중등 교육에 고정적으로 투자하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번 교부금 개편안이 추진된 이유엔 내국세 규모의 증가에 따라 교육 재정에 많은 예산이 할당되는 반면 고등교육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단 사실이 꼽힌다. 또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내국세에 따라 매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단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번 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기준으로 교부금은 81조 2,975억 원으로 지난해 60조 3,371억 원과 비교했을 때 크게 증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예산 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한 교육교부금 정 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쟁 

시도 교육청은 교부금을 한 해 동안 다 사용하지 못하면 기금으로 적립 해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기금 보유액의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번 해 교육부·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 교육청의 기금 보유액은 △2019년 1조 1,828억 원△ 2020년 2조 3,056억 원△지난해 4조 8,635억 원이며 이번 해엔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이경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등록금 동결과 장학금 확대로 대학생들의 부담을 낮춰 왔다면 이제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하연섭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 운영에 있어 다른 부문의 예산은 부족한 것에 반해 초·중등 교육만 돈을 적립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원 198개 대학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소속 133개 대학은 ‘고등·평생 교육지원 특별회계 법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냈다. 

시도 교육청과 달리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재정 운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초·중등에 할당된 예산과 비교했을 때 대학에 할당된 정부의 지원 금액은 그 차이가 현저히 크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발표한 ‘교육교부금의 문제점과 개선방 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해 초·중등학생 1인당 교부금은 1,528만 원이 다. 이에 반해 대학생 1인당 정부 지원액은 385만 원이다. 초·중등학생 1 인당 교부금과 대학·대학원생 1인당 정부 지원액이 약 4배에 달하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초·중등교 육과 고등교육 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예산의 배 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중등교육 단계의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정부 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 인 3.1%보다 0.3%p 높은 3.4%였으나 고등교육 단계의 GDP 대비 정부 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인 0.9%보다 낮은 0.6%였다. 36개의 OECD 회원국 중 대학생에게 지원하는 공교육비가 초·중·고등학생에게 지원하는 공교육비보다 적은 나라는 △그리스△우리나라△콜롬비아 3 개국뿐이다. 

한편 교부금 개편 방향성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달 24 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서 울시교육청에서 출범식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열며 교부금 개편 안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는 △전국시도 교육감협의회 등 공동대책위를 제안한 10개 단체△학부모 단체△한국 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등 총 132개 단체로 이뤄졌다. 전국 시도 교육감과 여러 교육 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열악한 유·초·중등교육 환경의 질적 전환을 위해 교부금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측은 교육재정 문제를 학생 수 증감의 측 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 가 줄어드니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교육비와 교육재정도 함께 줄어들어야 한단 논리만을 따라선 안 된단 입장인 것이다. 교육재정은 단순히 학생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학교△학급 등 다양한 변수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교육재정의 60%가 인건비와 기관운영비 등의 경직성 경비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학생의 수와 비례한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학생의 수는 줄었으나 학교와 학급의 수는 증가하고 있단 것도 고려할 요소 중 하나다. 또한 교육복지 강화를 위해선 현재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며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미래 교육을 향하는 현시점의 흐름에 역행한단 목소리도 존재한다. 교총에 따르면 전국 초· 중·고교엔 학급당 30명 이상의 과밀 학급이 2만 개가 넘고 건물의 40% 는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다. 또한 유해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학교는 5,400여 곳으로 45.7%에 달한다. 충분한 예산으로 시설 개선에 힘써야 한단 것이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고교학점제 대비 교원 확충과 인공지능(AI)·메타버스 기반 교육 강화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 요하다”며 미래교육을 위한 기반 마련에 교부금 확보가 필수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한편 교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단 시선도 있다. 고등·평생교육의 예산은 교부금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별도의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단 주장이 존재한다. 박정수 이화여자 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은 교육세를 개편하거나 대학 자체적으로 교육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재정 확보를 위해 교부금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고 경제 여건이 악화될수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열악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유·초·중등 예산을 빼어 활용하는 임시방편보단 고등교육교부금 제도 등을 신설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교부금이 늘어나게 된 근원적 이유인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함으로 써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단 의견도 존재한다. 이번 해 국회예산정책 처는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김 연구위원)의 연구 를 기반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의 개편 필요성과 장기 재정 여력 개선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세와 교부금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 교부금의 산정 방식을 바꾸고 교부금에 반영되던 내국세를 중앙정부 예산에 반영한다면 2060년까지 누적 기준 1,366조 3,000억 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에 약 34조 원의 중앙정부 재원을 확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 제로 우리나라처럼 내국세 연동방식으로 초·중등 교육재정을 마련하는 국가는 주요 선진국 중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정부가 교육환경과 재정수요를 고려해 매해 초·중등 교육예산을 책정 한 후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이를 확정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교육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와 분리돼 있으나 우리나라와 달리 각 학교자치구가 과세 권한을 가지고 교육 재원을 일부 조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학교자치구는 교육행정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신 재원조달의 책무도 지 니고 있어 재산세가 주요 수입이며 주민투표로 세율을 변경하여 수요에 맞는 조정이 가능하다. 일본과 영국은 일반행정에 교육예산이 포함된 일원화 구조이다. 재정이 부족한 부문에 교육재정을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반대로 교육재정이 부족할 경우 다른 부문의 예산을 부족한 교육예산을 충당하는 데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재정과 그 외의 재정을 매해 수요에 맞게 편성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재정이 남거나 넘치지 않을 수 있다. 개편안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에 균형 잡힌 교육재정을 위한 현명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김예주 기자 05yejoo@hufs.ac.kr

김예주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