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에서 핼러윈(Halloween)을 맞아 모여든 사람들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후 맞이한 첫 핼러윈 행사였기에 평소보다 많은 인가 모였고 이에 따라 길거리 질서 유지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사후 대처 및 사고 발생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사고 발생 책임 소재 논란△우리나라의 미흡한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해 알아보자.
◆이태원 압사 참사
서울시의 ‘이태원 지역 생활인구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 달 29일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엔 7만 2,435명의 인구가 운집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이태원에서 가장 높은 인구 밀집도로 집계됐던 지난 2017년보 다 840여명 더 높은 수치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이태원에 몰렸지만 당시 거리는 별다른 통제 없이 매우 혼잡했으며 사람들의 이동이 원활하지 못했다. 압사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경찰과 전문가들은 경사가 심한 좁은 골목길에 많은 인원이 모여 이동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났던 거리는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인접해 있어 클럽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골목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겹쳐 질서가 무너진 상태였다. 사고 발생 직후엔 교통이 혼잡해 병원 이송과 응급처치 등 사고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문현철 숭실대 학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4분이란 골든타임(Golden Time) 내 심폐소 생술이 시행되지 않았기에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한 데 이어 “사고 발생 골목의 폭이 3.2m로 좁았고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로 인해 대응이 쉽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컸다”고 전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을 입어 총 35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정부는 사후 대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 대통령)은 사고 당일 인명 피해 소식을 보고받은 후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에 사고 수습을 지시했다. 이후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중앙재난안전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사고 수습을 위한 후속조치를 이어나갔다. 또한 지난달 3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태원 사고에 대해 일주일간 국가애도기 간을 선포하며 공공기관과 행정기관의 행사와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 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희생 장병 발생 이후 처음으로 선포된 사례다.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 약속도 이뤄졌다. 지난달 31일 행 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 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성호 행안 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사망자 장례비는 최대 1,5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할 예정이다”며 이태원 사고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사고 발생 책임 소재 논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고였기에 이태원 참사에 대 한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경찰의 통제를 바탕으로 사고를 방지 할 수 있었단 비판 여론이 존재한다. 이들은 핼러윈을 맞아 많은 사람이 이태원에 모일 것으로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중을 통제하는 경찰관의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임준태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 학 교수(이하 임 교수)는 “경찰은 다수의 인원이 몰릴 수 있단 걸 경험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단 점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이태원에서 공무를 수행한 경찰관은 137명으로 7만여 명의 인원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 러났다. 배치됐던 경찰 대부분도 군중 통제가 아닌 마약과 성범죄 등의 단속을 맡아 현장 통제는 더욱 어려웠다. 임 교수는 “경찰이 △마약△성범죄△음주 등에 대한 단속에 집중한 것 같다”며 “혼잡한 상황에 대비한 경찰 경비 병력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한 점은 실책이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고 발생 당시 대부분의 경찰 기동대가 광화문 집회 등 시위에 치중됐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1일 경찰청은 사고 발생 당시 접수된 신고에 대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압사 사고에 대한 신고가 총 79건이 접수됐고 녹취록이 공개된 11건의 신고는 모두 사고 발생 장소 주변에서 이뤄졌다. 첫 번째 신고가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에 접수됐기에 경찰이 충분히 출동할 수 있었음에도 늑장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냔 비판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태원 사고가 경찰의 늑장 대응의 결과라고 판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철저히 진상을 밝히도록 지시했다. 경찰청도 특별수 사본부(이하 특수본)를 꾸려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 등 8곳 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지난 1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의 신고가 존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를 전했다.
안전을 위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크단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의 요청으로 협업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소음△식품안전△쓰레기 배출 등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군중 통제에 대한 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또한 실제로 많은 이가 예상했던 바와 같이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안전 관리는 부실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하 박 구청장)이 사고 당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군중 통제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6일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 구청장을 포함한 6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우리나라의 미흡한 안전 관리 체계, 개선 방향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행사의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은 민간 행사의 경우 안전 관리 강화에 대한 의무를 갖지 않으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물을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기 보름 전인 지난달 15일 이태원에선 ‘이태원지구촌축제’란 이름의 대규모 행사가 개최됐다. 당시 행사는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에서 개최했기에 책임 소재가 명확했다. 따라서 행사 관련 안전 관리 지침이 존재했고 1,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사고 방지를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책임자의 주최로 이뤄진 행사가 아닌 이태원의 가게들이 형성한 핼러윈 분위기에 의해 군중이 몰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던 앞선 행사와 달리 안전 대책 마련이 필수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박 구청장은 이번 참사에 대해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이에 미국의 군중 관리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Paul Wertheimer)는 “주최 측이 없어 군중 관리 책임이 불분명하단 한국 정부의 발표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수만 명이 모이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단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고 우리나라 안전 관리 체계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군중 관리를 포함한 국가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흡한 안전 관리 체계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현재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은 해외 행사의 안전 관리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념일을 맞이해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높은 장소엔 질서 담당 경찰관인 ‘디제이 폴리스(DJ Police)’를 배치한다. 이들은 △경찰△구청직원△민간 경비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확성기와 경찰 통제선을 통해 군중들의 질서를 유지한다. 또 한 길거리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야 음주를 금지하고 음식점과 편의점의 주류 판매를 자제시킨다. 미국의 경우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군중 통제를 실시한다. 뉴욕(New York)에선 매해 길거리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날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중심 거리 100곳의 차량을 통제한다. 또한 캘리포니아(California)에선 축제 개최 인근 지역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주의 경보를 발령해 이동이 원활한 거리 환경을 조성한다. 이태원 사고와 같은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안전 관리 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사전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김상연 기자 04sang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