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덮친 예산 부족 문제, 재정난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선 이번

등록일 2022년11월23일 17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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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1일 글로벌캠퍼스 제43대 총학생회 ‘외대의 봄’은 재정난으로 인해 인상한 계절학기 등록금을 감축하란 요구를 담은 학생총투표를 실시했다. 이처럼 우리학교는 과거부터 재정난을 이유로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과의 대립을 이어온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곧 학내 구성원의 권리 및 기회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학내 구성원에게 재정난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보단 주로 재정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 우리학교 재정난의 여파△우리학교 재정난이 발생하게 된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재정난의 여파 

지난 5월 진행된 ‘총장과의 대화’에서 학생들의 요구안에 대해 박정운 우리학교 총장(이하 박 총장)을 포함한 우리학교 교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교내 시설 개선△등록금 부담 완화△장학금 예산 확충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학교 교직원은 모든 답변의 말미에 ‘미흡한 재정적 여건’을 이유로 학생들이 요구한 가시적인 변화를 이른 시일 내에 이뤄내기 어렵단 뜻을 내비쳤다. 박 총장 또한 1인당 장학금 확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좋지 않은 우리학교 재정 속에서 장학금을 인상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해당 요구안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교내 시설 개선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도 재정 문제가 다시금 강조됐다. 학생들은 △교내 체육시설 보수△노후한 라디에이터 교체△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시설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김봉철 우리학교 행정지원처장은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단 뜻을 전했지만 “관련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진행하겠다”며 예산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현성민 (서양어·포르투갈어 21) 씨는 “학교가 실효성 있는 해결 책을 마련하기 보단 예산 문제를 빌미 삼아 학생들의 요구 반영을 미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요구안 수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예산 문제는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기회 보장 및 복지에도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번 학기 7+1 파견학생 프로그램의 선발 인원은 대폭 감소됐다. 우리학교 국제교 류팀은 7+1 파견학생 프로그램 선발 인원의 감소 원인 을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외대학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부 학과는 프로그램 선발 인원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우리학교의 재정난을 꼽았다. 이번 학기에 이뤄진 학생식당 음식(이하 학식)의 가격 상승 또한 예산 부족 문제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학식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해 학식 운영에 따른 적자가 지속해서 누적됐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재정난 발생의 원인 

우리학교는 대학교가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인 △등록금△기부금△수익사업 운영△보조금 지원 등 다수의 부문에서 취약한 문제점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학교의 등록금 의존도는 다른 대학교에 비해 높 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등록금 의존율 통계’에 따르면 사립대학교(이하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50%대에 달한 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학교를 포함한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내 주요 사립대 10곳의 회계결산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학교의 등록금 의존 율은 69.6%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교육계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70% 이상 인 대학교의 재정 건전성을 ‘위험’ 수준으로 파악한단 점을 고려할 때 70% 에 육박한 등록금 의존율을 가진 우리학교의 재정 건전성은 양호하지 않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교는 다른 대학교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예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등 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해 우리학교를 포함한 서울시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교가 현재까지 등록금 동결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물가는 매해 상승하 지만 등록금은 13년째 같은 가격으로 이어져오고 있어 대학교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급속도로 심화됐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대학교의 등록금 동결 제한을 해제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변화 없이 등록금 동결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학교의 부족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기부금 및 후원의 규모도 다른 대학교에 비해 확연히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우리학교를 포함한 15개의 서울시 주요 사립대가 모금한 평균 기부금은 172억 1,248만 8,063원이다. 그러나 우리학교가 공시한 ‘2022학년도 자금예 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학교에 조달된 기부금은 15개 사립대 평균 기 부금의 약 28%에 해당하는 48억원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의 기부금 모금은 주로 동문들에 의해 이뤄진단 점을 고려할 때 기부금 모금 확대를 위한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존재한다. 정지은(서양어·포르투갈 어 21) 씨는 “동문과 학내 구성원의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학교 측의 노력이 절실하다”며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기부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전했다. 

우리학교는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한 수익사업의 운영 수입이 적은 편에 속한다. 다른 대학교는 △금융업△의료업△임대업△제조업 등 다양 한 유형의 수익사업이 존재하지만 우리학교는 교육 관련 사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주로 정부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어학연수 를 진행하거나 외국인 대상 어학당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숙사 운영△외국어종합시험 응시료△임대매장 대여료 등이 존재하지만 모두 10억 원을 넘지 않는 소규모 수익사업이기에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쉽지 않다. 

정부의 미미한 보조금 지원도 우리학교 재정난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정부가 대학교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대학혁신지원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학혁신지원 사업은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대학교의 효과적 인 성장을 돕는단 취지로 진행되기에 이공계 위주의 보조금 지원이 대다 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 2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2-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서’에 따르면 인재양성을 위한 세부사업 지원 분야는 △신재생에너지△블록체인(BlockChain)△차세대반도체 등 첨단 산업 중심이다. 그러나 인문학 및 어문학 중심의 학과가 많은 우리학교의 특성상 다른 대학교에 비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지원 대학교 선정을 위해 이공계 관련 시설 및 해당 연구 분야의 인력 규모를 고 려하는데 우리학교는 이공계에 특화된 다른 대학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해 우리학교가 정부로부터 받은 대학혁신 지원사업 지원금은 70억 원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는 이공계 특화 대학교와 지원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어문학에 강점을 지닌 우리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금액은 이번 해 기준 약 16억 원으로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긴 어 려웠다. 이번 총장과의 대화에서 박 총장 또한 “등록금 의존도를 줄이려면 다양한 재원이 확보돼야 하지만 우리학교는 인문계 중심이기에 이가 쉽지 않다”며 “이는 국가의 대학교 지원 사업이 대부분 기술 개발과 관련됐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학교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정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립대의 사례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등록금 의존율 40% 내외를 기록한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는 재정 안정성이 가장 높은 사립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연세대 재정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활발한 수익 사업 운영에 따른 거대 수익 창출이다. 연세대는 재단 산하 수익사업체인 ‘연세유업’을 운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을 대학교 장학금 사업에 사용한다. 또한 수익사업을 △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화장품 등의 분야로 확장하고 관련 상품을 제조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 건물 임대사업△세브란스 병원△장례식장 사업△주식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사업을 운영하며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불교계 선각자들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의 경우 학교 특성에 맞는 기부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동국대는 ‘108배 기부 릴레이 캠페인(campaign)’을 실시했고 △교직원△동문△불교계 인사△재학생△ 학부모 등 1,900명이 총 24억 원을 모금했다. 

학교법인의 대학교 지원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단 여론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법인이 해마다 대학교 운영비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 재산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 해당 재산에서 발생한 수익의 80%를 대학교 재정 지원을 위한 전입금에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학교법인이 대학교에 지원하는 전입금은 원활한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에 따른 대학교 운영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대부분의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토지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권인숙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확충 시 토지매입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학교법인은 토지 매각의 어려움을 이유로 저수익 성 토지의 용도 전환을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로 대학알리미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 우리학교 법인의 수익용 기본 재산은 약 2천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분배된 전입금은 약 27억 원으로 한양대학교와 같이 수백 억 원의 전입금을 받는 대학교와 비교했을 때 작은 지원 규모를 보였다. 이는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영남 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사립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전입금 은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만 우리나라의 형편상 대학교에 전입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발전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연 기자 04sang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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