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의해 개편된 양캠퍼스(이하 양캠)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규정이 이 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기숙사 식당 의무식 시행△대학원생 및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성적평가방식 변경△학부 수업시간 변동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일부 학생들은 규정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의 부재를 문제 삼으며 학교와 학생 간의 원만한 의견 조 율을 통한 규정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타협과정이 생략된 규정 변경△우리학교 의결구조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타협과정이 생략된 규정 변경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는 이번 학기부터 기숙사 훕스돔(HUFS DORM) 사생에게 식당 의무식을 시행했다. 지난해 11월 글캠 제10대 총사 생회 ‘발도돔’은 사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식당 의무식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숙사 식당 의무 이용을 반대하는 인원이 찬성 측보다 우세했음에도 학교 측은 식자재 및 인건비의 상승과 저조한 식당 이용률을 이유로 식당 운영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을 우려해 기숙사 식당 의무 이용 규정을 도입했다. 훕스돔 학사운영팀 관계자는 “과반수의 학생이 의무식에 반대했더라도 식당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전 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이 시행된 첫날부터 한정된 운영시간과 음식량으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식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지선(통 번역·태국어 21) 씨는 “대다수 학생이 반대했음에도 의무식 제도를 통보한 학교 측의 행보가 의문이다”며 “의무식에 반대하지만 기숙사에 거주하 려면 억지로라도 기숙사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글캠의 학부 수업시간에도 변동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했던 기존의 1교시 수업시간을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동일하게 오전 9시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우리학교 글캠 제43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외대의 봄’은 학부 강의 시간 변동에 대한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고 투표 학생의 84.95%가 강의시간 변동에 반대한 바 있다. 외대의 봄은 해당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교무처와의 면담도 실시했으나 학교는 학부 강의시간 변동을 당장 이번 해 1학기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글캠 총학은 “학교 본부에 강의시간 변동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으나 학교는 학생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캠의 대학원생 및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이 인상됐다. 지난달 2 일에 개최된 제1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이번 등록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재정난을 언급했다. 학생 위원들은 2023학 년도 대학원생 및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안에 반대했지만 등심위 내 다른 위원들의 찬성으로 인해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양캠 총학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추후 인상분 활용의 명확한 계획에 대한 답변이 불분명하다며 성명문 부착 및 피케팅(picketing)을 진행했다. 또한 등심 위의 불공평한 의결구조를 지적하며 학교의 통보식 행정에 불만을 표했 다. 고성우(영어·영문 17) 씨는 “학생들의 반대 의사가 분명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학교의 3주체 안에 학생이 있음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의결구조의 문제점
우리학교의 일방적인 통보 관행은 학내 의결구조의 문제점과 직결된다. 특히 우리학교 의결구조 중 △교원징계위원회△등심위△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회)△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총장선거 내 학생 투표반영 비율은 학내 의결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학교 등심위와 총추위는 위원회 소속 학생 위원 모두가 의결 사안에 반대해도 나머지 인원에 의해 안건이 가결될 수 있는 불평등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르면 ‘학생 위원이 전체 위원 정수의 10 분의 3 이상이 되도록 등심위를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 등심위 구성원은 △교수 4인△외부전문가 1인△학생 4인이다. 우리학교 등심위에 규정상의 문제는 없지만 외부전문가 1명은 학교와 교수위원회로부터 선임된 외부전문가 교수위원회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양캠 총학은 총장과의 면담에서 등 심위 외부위원 위촉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학교 등심위 규 정 제3조 2항 3호에 ‘학교를 대표하는 측과 학생을 대표하는 측의 협의를 통해 외부전문가를 선임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어 등심위의 외부전문가 선 임과정에 규정 위반의 소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5월부터 6 개월간 운영된 총추위 또한 △교수 40인△교직원 10인△학생 10인으로 구성돼 교수협의회의 결정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구조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며 대평회가 설치되고 학생도 학생 위원으 로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학생들은 대평회에선 의결 권한이 없고 오직 자문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평회에선 학생이 학교의 학칙 개정 및 제정과 같은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변화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한편 우리학교 총장선거에서의 학생 투표반영 비율은 다른 학내 구성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현재 총장선거에서 각 주체의 투표반영률은 △교수 90%△교직원 5%△학생 5%로 선거 제도 개편을 비교적 최근에 진행했음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선거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대학 구성원 참여 직선제를 도입한 다른 사립대학교의 학생 투표반영 비율은 △상지대학교 22%△성신여자대학교 9%△이화여자대학교 8.5%로 이 에 비해 우리학교의 학생 투표반영률은 매우 낮은 실정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우리학교 학생 투표반영률은 겉보기에 학생들에게 총장선출 참여를 보장하는 듯 하나 실질적으로는 학생의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 2021년에 시행된 우리학교 총장선거에 대해 “교수와 학생 간 투표인정 비율로 보면 교수 1표가 학생 610표에 해당한다”며 “학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학생과 관련돼 있는데 반영 비율 5%로는 학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해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교원징계위원회는 학생의 직접적인 참여 자체가 불가하다. 교원 징계위원회는 대부분 법인의 이사와 교수로만 구성되는데 전문위원 비중이 비교적 낮아 전문성을 띄기 어렵다. 또한 학생들은 처벌이 이뤄지는 과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안까지는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배귀주 (상경·국통 20) 설캠 제57대 총학생회장(이하 배 회장)은 “학생들이 교원징 계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기에 학생들과 가장 직결된 사안에 대한 의견 개 진 및 논의를 위한 실질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학 교의 비민주적인 거버넌스(governance)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학교의 의결구조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학생들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이상적인 대학 자치가 실현되길 바라고 있다. 배 회장은 “민주적인 대학교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건설을 통해 제한적인 의결구조 를 개선하겠다”며 “이를 위해선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 있는 논리 구조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학교의 독 점적 의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교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제고△ 의결 기구와 개방형 이사제의 현실화△총장 임명 및 운영방식 개편△학생 자치 기구의 법제화 등을 논의해 학내 구성원들의 주체화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양캠 총학과 학교 주도의 다양한 소통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 학생기구는 △등록금△취·창업△학교시설 등에 대한 교직원과의 면담 및 총장과의 대화를 기획하는 등 꾸준히 소통 창구를 마련 중이다. 오태경(융 인 19) 글캠 제57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학기에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학생통학버스를 비롯한 교내시설 개선 및 복구에 대한 학교 측의 약속을 받아낸 것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반영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연아 기자 06znch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