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공적 연금으로서 가입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제도다. 이러한 국민연금이 2055년 완전히 고갈된다는 재정추계 시산결과가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국민 모두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필연적 미래이며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국 민연금△운용방식△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
시기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고령화는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고있는 사회 현상이다. 고령화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초래해 저축이 줄어들고 재정지수를 악화시키는 등 경제에 부정적 파급 영향을 끼친다. 연금제도도 고령화 진행에 따른 위기를 겪게됐다. 이에 각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발생하 고 있는 공적 연금 재정위기를 극복하고자 연금개혁을 단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가 그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노령△사고△질병으로 소득활동이 중단 된 경우 소득 활동 당시에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39만 명을 넘어섰고 가입자는 2,211만 명으로 △ 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과 더불어 국가의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급여 종류는 매월 지급받는 △노령연금△ 분할연금△유족연금△장애연금(1-3급)과 일시금급여인 △반환일시금△사망일시금△장애일시보상금(4급)으로 나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운 용본부의 기금운용원칙에 따라 △공공성△수익성△안정성△유동독립성△ 유동성△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운용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연령은 기존 18세 이상에서 60세 미만이었으나 지난 2015년 국민연금법 시행령이 개정 됨에 따라 2016년부터는 18세 미만자도 직장을 갖게 되면 당연적용가입자가 돼 국민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예측된 국민연금의 고갈
지난 2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재추위)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와 경제성장 둔화 등의 거시경제 여건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향후 2041년부터 고갈이 시작 돼 2055년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고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가 감소하고 수급자가 증가해 급여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추위는 65세 이상 인구대비 노령연 금 수급자 비율이 2023년 44.0%에서 2070년 84.2%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 다. 또한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를 나타내는 제도부양비는 올해 24%에서 2078년 143.8%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질경제 성장률과 실질임금상승률 하락 등의 거시경제 변수도 보험료 수입 감소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받는 국민연금 구조도 기금 고갈을 더욱 가속화 하는 요인이다. 한국경제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회원국 평균 인 18.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생애 소득 대비 수혜 받는 연금 의 비율은 31.2%로 납부한 돈의 3.5배를 연금으로 돌려받고 있다. OECD 회 원국들이 평균적으로 납부 보험료의 약 2.3배를 연금으로 돌려받는다는 것 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다른 OECD 회원국들보다 약 1.5배 정도 재정 고갈이 빠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약 20년간 보험료와 기금투자 수익을 비롯한 연금 수입이 연금 지출보다 더 큰 구조로 유지됐기에 2041년부터 기금이 감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존의 연금 운용방식도 고갈을 촉진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금 재정 방식은 크게 △부과방식△부분적립방식△완전적립방식 3가지로 분류된다. 부과방식은 연금급여를 지급해야 할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맞게 급여 액을 조달하는 재정방식이다. 이는 일정 기간 내에 제출해야 하는 급여비를 동일 기간 내에 보험료 등의 수입으로 확보해 운영한다. 원칙적으로는 적립 되는 재원 없이 운영되는 것이다. 다만 유입과 유출 수준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운영상의 효율을 위해 소규모의 유동성재원을 보유 하기도 한다. 완전적립방식은 급여로 지출될 돈을 보험료 등의 수입으로 미리 적립해두는 연금재정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부분적립방식은 기금을 적립 해 나가되 완전적립방식과 같이 지급할 연금액의 100%를 적립하는 것이 아니라 후세대 부담을 일부 담보로 해서 지급할 연금액의 일부만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현재 부분적립방식으로 연금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연금제도에선 인구구조와 기금 운용수익률 모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저출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세대 부담을 기약하는 부분적립방식은 현 상황에서 미래의 지급 가능 기금을 보장할 수 없기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금 운용의 문제점과 논의되는 해결방안
이번 달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연금 적자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분석을 포함한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4 월 말까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 논의되는 국민연금 개혁 대책은 크게 4가지 정도 로 분류된다.
먼저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자는 개혁이 주목받고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 기간 내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다. 현재 연금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이번 해 42.5%인 소득대체율을 최대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대체율 인상론에 따르면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장치다. 예컨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 고갈 25년 뒤인 2080년에 미래세대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율은 35%에서 약 43% 수준으로 상승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에 따른 미래 세대의 잠재적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조적 장치를 통해 경제 상수를 조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면 ‘자동조정장치(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는 개혁 방식도 가능하다. 자동조정장치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보험료 조정△연금급여△은퇴연령△보험료 조정 등을 통해 재원 고갈을 막는 시스템이다. 이는 연금급여가 △물가△연금 재정상태△은퇴 시 기대여명△임금에 따라 조정되도록 만들어진 장치다. 자동조정장치는 현재 △독일△스웨 덴△일본△캐나다△핀란드 등 OECD 회원국의 3분의 2 정도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근본적 재정안정화 정책은 될 수 없고 보조적 정책이란 한계를 갖는다.
정년 연장과 연금수급 연령을 낮추는 방안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만 55세에서 64세 사이의 핵심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기업의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장려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2024년엔 65세 이상 비중이 20.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는 매우 시사점이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사회적 타협을 통해 연금 운용방식을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 하자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는 수익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근본적인 운용 방식에서의 변화를 꾀하는 대안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식은 크게 기금 을 쌓고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방식’과 매해마다 필요한 연금 재원을 당대의 젊은 세대로부터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나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부 분적립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독일△스웨덴 등 연금 선진국 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민연금의 운용방식을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했다. 위 국가들은 초기엔 상당 수준의 기금을 비축했으나 급속된 노령화 또는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 등으로 적립기금이 급감하자 타협을 통해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 재원 조달을 꾀했다.
한국경제원은 “앞서 제시된 4가지 방안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모 든 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금의 세대 간 공평성은 △공적이전△사적이전△연금△의료비 등 전체적인 사회적 자원의 세대 간 배분이란 관점에서 인식해야 합의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연금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서연 기자 06syk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