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퍼스의 경비원 노동 실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우리학교 설캠의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시설은 경비실이다. 기사 취재를 위해 우리학교 설캠 정문에 위치한 경비실을 방문했다. 인사와 함께 양해를 구하고 경비실에 들어서니 경비원 A 씨는 교통정리로 분주했던 아침 업무를 마무리하고 햇살이 들어오는 사무실 안에서 여유를 취하고 있었다. 외대학보 기자라고 소개한 후 명함을 내밀며 짧은 인터뷰를 부탁하니 밝은 미소로 반겨줬다. 학생들 한명 한명이 손자, 손녀 같다며 출근하는 매일이 즐겁다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도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예요. 방문객 안내와 순찰이죠. 차량이 붐비는 1교시 시작 전 아침엔 정문 앞에서 교통 통제 업무도 해요. 단순 업무라고 볼 수 있지만 매일 아침에 하는 이 일이 가장 주된 업무입니다.”
근무 환경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달 근무 시간과 복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근무시간을 따져보면 한 달에 209시간 업무를 해요. 정문 앞 경비 실에선 저를 포함한 5명의 경비원들이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진 않아요.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진 않고 정해진 시간인 209시간을 채우면 되는 체계예요.”
유연한 일정으로 일한다고 느낀다는 A 씨. 한 달 209시간이란 근무 시간도 그리 강도가 높지 않고 함께 일하는 4명의 경비원들과 서로의 편의를 봐주며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돼 있는 용역업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저희뿐만 아니라 설캠 모든 건물의 경비원들이 ‘동원안전시스템’이란 경비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어요. 글캠의 상황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용역업체가 다를 거예요. 동원안전은 학교 재단 산하 업체예요. 따라서 학교와의 불통이나 마찰로 인해 경비원들이 피해를 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학교 내부에 본부가 위치해있어 건의 사항 전달도 아주 편하죠.”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원을 간접 고용한다는 우리학교 교무 행정팀 측과의 통화 이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용역업체가 우리학교 산하의 회사이기에 직접 고용과 유사하게 복지와 소 통에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근무 시간 도중 빠질 수 없는 식사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식사는 학교에서 따로 챙겨주거나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저희가 대학가 주변에서 사먹는 편이에요. 휴게실에 웬만한 식기 재료나 요리 시설은 구비돼 있어서 가끔 라 면이나 국수 같은 것들이 당길 때면 마트에서 재료를 구매해 직접 요리해 먹기도 하죠. 학교에서 식대 지원도 해줘요. 한 달에 9만 5,000원을 식대로 받고 있습니다.”
근무 중 원하는 시간에 동료 경비원들과 식사를 한다는 A 씨. 마지막으로 전면 대면 수업 전환 이후 겪고 있는 불편사항에 대해 질문했다.
“지난해 2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에 오가는 학생이 많다 보니 살펴야 할 곳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이로 인해 특별히 업무량이 많아졌다고 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 교통정리△방문객 안내△순찰이기 때문이죠. 새벽 늦게 술에 취해 기숙사로 들어오려는 학생이 가끔 있지만 대학생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챙겨줘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정도도 아니에요. 오히려 학생들이 돌아와서 학교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 좋아요. 다른 대학교에서 근무해 본적은 없지만 일하는 환경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아파트 같은 거주전용 시설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 대하기도 편한 것 같습니다.”
정문 앞 경비 시설은 널찍하고 깔끔했다. 경비원 A 씨 뿐만 아니라 동료들 또한 일터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A 씨가 일러준대로 우리학교 인문과학관(이하 인문관) 1층을 방문해 경비업체 동원안전시스템에 대해서 더 알아봤다.
우리학교 설캠 인문관 1층 문구점 옆 104호엔 ‘법인 사업관리과 동원안전시스템’ 본부가 존재한다.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정문의 경비원 A 씨뿐만 아니라 설캠 경비원 모두가 이 회사 소속이다. 학교 산하 업체이기에 캠퍼스 내에 본부가 위치해있어 상호간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여기서 대표자 B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업무 중이었던 대표자 B 씨는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했다. B 씨에 따르면 우리학교 설캠 학사건물엔 △정문 5명△교수회관 4명△교수학습개발 원 3명△국제관 3명△도서관 3명△대학원 3명△법학관 3명△사회과 학관 3명△인문관 3명△교수연구동 2명△사이버관 2명△연수평가원 2명으로 총 36명의 경비원이 일하고 있다. B 씨는 “분기마다 경비원 뿐만 아니라 미화원에게도 근무 환경 만족도 및 건의 사항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며 “학교 내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최대한의 복지를 제공하고 그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과거 우리학교를 졸업했다는 B 씨는 외대학보 소속 기자라고 소개하니 학교에 다닐 적 기자를 꿈꾸기도 했다며 격려와 함께 비타민 음료도 챙겨줬다.
◆글로벌캠퍼스의 경비원 노동 실태
설캠 취재 이틀 뒤의 이른 아침. 이번엔 우리학교 글캠에 방문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글캠의 캠퍼스 크기는 설캠에 비해 방대하다. 건물도 더 크고 곳곳에 산책로도 조성돼 있기에 관리해야 할 구역이 많아 보였다. 우선 글캠 교무행정팀에 경비원 용역업체의 현황을 문의해보니 설캠의 상황과 사뭇 달랐다. 설캠의 경비원들이 학교의 산하 업체인 동원안전시스템에 소속돼 있는 데 비해 글캠의 경비원들은 외부 업체인 ‘SK쉴더스’에 고용된 상태였다. 과거 ‘㈜휴먼 그린플러스’에서 이름을 변경한 해당 업체는 다수의 경비원들을 우리 학교에 파견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글캠 경비실의 C 씨는 오랜 기간 SK쉴더스에 소속 돼 한양대학교 등 다른 대학교에서도 근무했던 경력자였다. 외대학보 기자 명함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요청한 인터뷰에서 그는 참았던 불만을 토로했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시로 바뀌는 휴게시간은 그의 업무 시간 동안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고정적인 휴게시간은 캠퍼스 내 통행금지 시간인 새벽 1시부터 5시로 단 4시간뿐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새벽에도 건물 내부 출입을 할 뿐더러 술에 취해 들어오는 경우도 잦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느라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카드 출입 기기와 같은 장치가 온전치 않은 곳이 많은데 이것이 고장날 때마다 제가 직접 해결해야 해요. 쉽지 않은 일이죠. 일을 끝내고 나면 휴식시간도 모두 지나 있어요. 언제 쉴 수 있을지 예상이 되면 좋은데 언제 또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이를 계속해서 신경쓰느라 힘들죠.”
더불어 설캠과 달리 글캠 경비실의 상황은 열악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설캠의 경비실은 취사도구와 함께 비교적 넓은 휴식 공간이 따로 존재하고 업무를 위한 책상이 경비실의 창문 앞에 놓여져 있었다. 반면 글캠의 경비실은 근무하는 책상과 생활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취사도구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휴지와 같은 생활용품 구매 비용도 경비원들이 사비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통해 그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급여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야간에 일을 하게 되면 주간에 받는 돈의 1.5배를 지급받아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더군요. 취사 공간도 열악한 상황이라 여기서 조리가 불가한데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식대가 한 달에 3만원 밖에 되지 않으니 매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하기가 참 힘들어요.”
C 씨는 복지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추가 업무 또한 스트레스의 요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2학기 대면 수업이 시작했을 때 추가 업무가 가장 많았어요. 구 기숙사관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청소를 해야 했는데 이런 경우에 청소업체를 부르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경비원들에게 청소를 부탁했어요. 저희 업무가 아니니 항의하고 싶었지만 뭐 다른 수가 있나요. 공식 업무 외의 일이지만 위에서 지시하는 업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죠.”
설캠은 학교 재단 산하 업체인 동원안전시스템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C 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설캠의 경비원 고용 방식은 잘 모릅니다. 다만 용역 업체가 특정 대학교에 경비원을 파견한 이상 그 경비원들을 관리하는 건 해당 학교의 몫이에요. 그런데 학교가 저희 복지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 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단점이죠.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봐요.”
SK쉴더스가 동원안전시스템과 달리 우리 학교 산하 업체가 아니다보니 글캠 경비원들은 △미흡한 근무환경 실태조사△불충분한 식대 제공△학교와의 소통부재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산책로를 순찰하고 있던 경비원 D 씨 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하루 세 차례의 순찰을 하는 그는 넓은 캠퍼스를 관리하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루 3개의 건물을 도맡아 청소하는 그는 혼자서 하는 이 일이 버겁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수의 학생이 드나드는 건물을 혼자서 청소하고 순찰 외에도 단속 및 자잘한 시설 관리를 하는 게 매우 피로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양캠의 경비원 복지가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는 용역 업체 본부와 학교 간 관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캠 모두 간접 고용을 통해 경비원을 채용하지만 설캠은 글캠과 달리 용역 업체가 학교 산하에 존재하며 본부가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다. 이에 용역 업체와 학교 본부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경비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소통이 가능하다. 실제로 설캠 교무행정 팀 관계자는 “분기별로 경비원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고 건의 사항을 받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복지를 위해 관심을 갖는 방식으로 본부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글캠은 학교 외부 경비업체와의 계약을 통한 완전한 간접 고용 형태이기에 설캠에 비해 학교 본부가 경비원 복지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한 편이다. 글캠 교무행정팀 관계 자는 “외부 업체를 통한 업무이기에 학교에서 즉시 개선하기는 어렵 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경비원들의 근무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고서연 기자 06syk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