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로 인한 캠퍼스 내 소음문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축제문화를 위해선

등록일 2023년03월29일 00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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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가 완화됨에 따라 전면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캠퍼스 내 각종 행사와 축제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행사로 인한 소음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교내 행사를 향유하길 원하는 학생들과 조용한 학습환경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권리가 상충하는 가운데 △행 사소음으로 인한 피해△우리학교의 소음대응 실태△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행사소음으로 인한 피해 

이번 해 1학기 개강 이후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선 △동아리박람회 공연△신입생환영회 공연△외대풍물패연합의 겨울전수발표회 등 세 차례의 대면공연이 연이어 진행됐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완화로 대면 행사 의 빈도가 증가하며 일각에선 행사가 수반하는 소음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특히 설캠에서 두드러졌다. 외대학보가 지난 19 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캠 응답자의 78.5%가 행사소음으로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를 경험한 장소로는 도서관(81.8%)이 가장 많았고 △사회과학관(63.6%)△인문과학관(이하 인문관) (36.4%)△국제학사(27.3%)가 뒤를 이었다. 한편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에 선 25%의 학생이 불편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캠퍼스 내 행사소음에 대해 심유현(동유럽·헝가리어 21) 씨는 “행사를 즐길 권리와 조용한 학습환경에서 공부할 학생들의 권리 중 그 무엇도 다른 하나에 우선할 수 없다”며 “특히 설캠의 경우 부지가 협소해 조용한 학습환경이 보장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행사와 축제를 즐길 학생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소음 없는 캠퍼스를 이용할 학생들의 권리도 간과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행사나 축제로 인한 소음은 기숙사에서 감지되는 소음의 원인 중 하나다. 국제학사에 거주 중인 유다인(중국·중외통 22) 씨는 “학교에서 축제나 공연이 있을 때마다 그 소음이 기숙사 내부에 또렷하게 들리고 창문을 닫아도 소용이 없다”며 행사 소음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행사나 축제가 각종 자격증시험이나 고시 등 우리학교 학생이 상당수 응시하는 주요 시험 일정과 겹치면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일 신입생환영회 행사는 행정고시 과목 중 하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시험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진행됐다. 또한 소음이 발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전적인 공지나 양해를 구하는 과정도 미흡해 에타에 항의글이 게시됐다. 일반적으로 행사가 예정되면 학생들의 양해를 구하는 양해문이 게시되지만 이번 신입생환영회에선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당시 도서관에서 수험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겪은 것이다. 이에 관해 우리학교 설캠 제57대 총학생회장 배귀주(상경·국통 20) 씨(이하 배 회장)는 “당시 행사일이 시험일과 근접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추후엔 사전에 각종 시험 일정을 수합해 수험생들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또한 양해문 미부착에 관해선 급히 진행된 실무 과정에서의 누락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회장은 “향후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양해문을 부착하겠다”며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행사로 인한 소음은 강의의 질을 저해하고 원활한 수업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 중 91.7%의 학생이 수업 시간에 행사소음으로 인한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학교 설캠 학생지원팀(이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동아리박람회 행사 등 각종 축제나 공연이 개최될 때마다 다수의 학생과 교·강 사로부터 소음 관련 민원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특히 설캠은 캠퍼스 용지가 82,291㎡로 협소한 탓에 소음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행사나 축제와 같은 특수한 상황의 경우 소음 피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를 둘러싼 주거지구와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소음의 피해가 파급된다는 점도 문제다. 설캠의 경우 앞선 설문조사에서 50%의 학생들이 우리학교 캠퍼스 이외에서 행사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우리학교 재학생 신해나란(사범·영교 18) 씨는 “정문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소음이나 진동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행사소음에 관해 제기되는 불만들에 대해 배 회장은 “모든 학생은 학교의 주인으로서 학교 시설을 원활하게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며 “행사에 관한 학생들의 호응 정도가 높지만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겪는 학생도 많은 만큼 소음방지 대책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의 소음대응 실태 

우리학교 학생지원팀은 행사나 축제에 따른 소음피해에 대응하는 부처다. 학생지원팀에 따르면 소음이 유발될 수 있는 축제나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소음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만약 소음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우선 축제나 공연이 진행되는 현장을 방문해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고 행사 주최자에게 음량을 줄일 것을 계도한다. 시정요구에 불응해 문제가 지속되면 행사는 중단 되거나 취소된다. 

 

또한 우리학교는 행사가 예정된 경우 소음이 발생될 가능성 등 관련 정보를 사전에 조사하고 이에 기반해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8일 개최된 동아리박람회에선 상대적으로 큰 소음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아리 부스의 위치를 인문관을 마주 보던 기존의 구도에서 인문관을 등지도록 조정했다. 또한 오후 5시 이후에 행사를 진행하도록 행사 주최 측에 권유하고 불가피하게 그 이전에 개최해야 할 경우 소음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신입생환영회에선 음향이 큰 공연의 경우 식순을 후반부에 배치하는 등 이와 유사한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설캠에선 행사소음 피해를 경험한 시간대를 묻는 질문에 ‘오후 5시 이전’이 72.7%로 가장 많아 이와 같은 조치의 실효성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는 행사의 시간대를 규제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부재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신 입생환영회 행사에선 리허설 공연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한편 소음을 수반하는 축제나 행사 등을 허가함에 있어서 우리학교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소음 수준의 구체적 상한을 규정하는 데시벨 (이하 DB) 등 정량적 기준은 물론 행사소음에 관해서 상충하는 권리를 조율하는 명문화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음이 유발될 수 있는 축제나 행사 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가한다는 방침 역시 ‘불가피성’을 판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몇 DB까지의 소음만 허가하는 등의 명시적인 규정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소음이 예정된 행사나 공연에 대한 양해문 부착도 관련 규정의 부재로 행사 주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서 이뤄진다.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의 경우 학생지원팀에서 행사를 기획한 주체에 양해문 부착을 안내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이행하지 않더라도 징계를 받지 않는다. 결국 소음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이 사후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은 민원 제기가 유일한 상황이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매번 행사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접수 될 때마다 계도 조치를 하고 그 이후에 실제로 음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훈시적 성격에 불과해 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학생 지원팀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입장 이다”며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행사를 중단시키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행사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상충하는 두 권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조율하는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소음 대응 절차△ 양해문 부착△피해구제 수단△행사 개최 시간 등의 사항을 두루 규정하는 명시적인 방침이나 준칙을 마련해 이에 기반한 실효적이며 체계적인 소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홍주찬(영어·EICC 21) 씨는 “관련 규정이 확보된다면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며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권리도 보장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행사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했다.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규정이 제정된다면 행사의 정당성이 담보돼 자연스레 학생들로 부터 행사 진행에 대한 수긍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엔 학생들이나 인근 주민들로부터 양해를 얻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건국대학교 (이하 건국대)는 지난 2016년 ‘대동제’ 축제를 진행하면서 학교 근처에 위치 한 약 3,000 가구를 대상으로 소음에 대한 양해문을 사전에 전달하고 축제가 끝난 이후엔 협조에 따른 감사문을 전달했다. 또한 건국대 학생지원팀과 총 학생회가 협의 과정을 거쳐 기존의 무대시설의 위치를 소음을 감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일부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한편 기존의 대학교 축제문화가 지역 주민을 배려하며 축제의 진정한 본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우인(아시아·이 란어 21) 씨는 “가수나 연예인이 등장하는 축제도 즐겁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된다면 더 의미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문대학교는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고 포토존 등의 콘텐츠로 구성된 소축제를 개최해 학생들이 축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대학교는 인근 30개 업소와 함께 대학 축제를 준비하면서 소음에 따른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상인들과 상생하는 축제를 개최했다.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양해를 구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에 배 회장은 “대학교와 지역사회간 상생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인 과제란 점을 고려할 때 좋은 방향으로 보인다”며 “우리학교는 지난해 축제 퀸쿠아트리아에서 청량리 농산물 시장 상인들과 협업해 부스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설캠 총학생회는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행사를 전수조사해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며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향 스피커 위치를 재배치하는 등 다각적인 방침을 수립해 대응할 계획이다. 시민혁(사 회·정외 20) 씨는 “대학교 행사는 모든 학생을 위한 유희의 장인 만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배려도 간과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축제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전향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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