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권리 사이, 위협받는 예비군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등록일 2023년05월10일 18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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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우리학교 학생 예비군 훈련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경우 지난 달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진행됐으며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경우 오는 24 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수업에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예비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과정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우리학교의 대처 상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지난달 3일에서 6일까지 진행된 글캠의 예비군 훈련이 종료된 후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수업 자료 및 관련 정보를 구하는 글과 함께 당일 수업에 불참해 시험에 차질이 생겼다는 불만사항이 다수 게시됐다. 이들은 학생 본인의 선택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예비군법 제10조 2항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의 장은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학생에 대해 그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은 예비군 교육필증 서류를 해당 수업 교수에게 제출할 시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출석에 관한 부분만 인정될 뿐 수업에 불참해 발생하는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에 대해선 보장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의 학업 보장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각 대학교에 훈련 참여로 인한 학습상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문 또한 예비군 훈련자를 결석 처리할 수 없다는 법률만 안내하고 있을 뿐 수업 결손 보전에 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종국(사회·정외 21) 씨는 “여 러 번의 퀴즈 시험 중 최고 점수가 성적에 반영되는 방식의 수업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다른 학우들보다 적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불만을 토로 했다. 이처럼 △과제△시험△토론과 같이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의 경우 학생과 교수간 원활한 소통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학생 개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관해 병무청 관계자는 “수업 자료 제공이나 보강 등은 학교의 소관 사항이므로 병무청에서 강제할 수 없다”며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가 행해졌다면 처벌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영기 법무법인 승전 변호사는 “법적으로 불리한 처우란 출석 미인정으로 F학점을 받는 등의 상황을 의미한다”며 “수업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은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나 위법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법률 상으로는 예비군 참여 학생들에 대한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학습권 침해 사항은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예비군 훈련일을 조정하는 것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학교 예비군은 소속 단과대별로 정해진 훈련 날짜가 존재하지만 날짜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변경하고자 하는 날짜에 반드시 여석이 존재해야 한다. 즉 학생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날짜 변경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날짜 변경을 희망한 다면 본인이 직접 날짜 변경이 가능한 학생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예비군 훈련과 수업 일정이 겹치더라도 날짜를 변경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수강을 포기하거나 예비군 훈련 일정을 이월할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의 대처 상황 

우리학교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예비군 수업 자료 지원 사업’을 실시 중이다. 이 사업은 학생들로부터 수업자료가 필요한 과목을 사전에 신청받은 뒤 교수로부터 자료를 받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설캠 제57대 총학생회장 배귀주(상경·국통 20)(이하 배 회장) 씨는 “예비군 수업 자료 제공 사업은 선거 운동본부 때부터 고민해왔다”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수업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안이다”고 전했다. 예비군 학생들을 위한 수업자료는 총학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게시된 링크트리를 통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1차 신 청을 집계한 후 이번 달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추가로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담당 교수와의 동의와 협의를 전제로 운영되기에 일부 강의의 경우 부득이하게 수업 자료 제공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이번 달 15 일 이후 수업 자료 제공 가능 여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총학이 제시한 수업자료 요청이 반려된다면 총학 차원의 수업 영상 촬영 협조를 추가적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업의 녹화자료 제공을 요구하거나 직접 녹화를 진행하는 행위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교수에게 강요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이에 대해 배 회장은 “유관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예비군 훈련 참가로 인한 유고 결석 인정 및 학습 지원과 관련한 안내가 공지됐다”며 “다만 수업자료의 제공이 이뤄질 수 없는 경우 교수들의 자율적인 강의권과도 연결되므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전 했다. 또한 “학교 본부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녹화강의를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더욱 체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학교 예비군연대는 “예비군 일정이 확정되면 학교 측에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는 공고문을 보낸다”며 “예비군 현행법에 명시된 대로 학생들의 출석에 대한 부분에선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장해줄 수는 있으나 수업 결손으로 인한 피해 보전에 관해선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종합지원 센터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관련해 교·강사들을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안내문엔 예비군 훈련 참가 학생이 학업과 관련해 불리한 처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유고결석 인정 및 교·강사의 재량으로 △대체과제△수업 녹화본△수업 자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강생을 배려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안내문은 개강안내문 및 중간고사 기간에 통지됐으며 추후 기말고사 시기에도 발송될 예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다른 대학교에서도 예비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지난해부터 우리학교 총학이 추진하고 있는 예비군 수업 자료 지원 사업과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학생들에게 사전에 자료가 필요한 수업을 신청받은 뒤 교수와의 협의를 통해 수업 자료를 제공하고 이후 수업 결손에 관해 어떤 불편함을 느꼈는지 사후조사를 진행한다. 한국항공대학교는 학생들이 예비군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직접 학사일정을 조율하는 등 학생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학교 측에서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게시해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학습권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 공지는 학교 전체 및 단과대별로 여러 차례에 걸쳐 게시된다. 

 

예비군 학생들을 위해 수업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교수 개인의 재량이기에 교수를 포함한 학교 측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홍희준(사범·영교 18) 씨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당일 교수님께서 조별 토론 참여를 대체할 과제를 내주셔서 당일 토론 점수와 과제를 보충할 수 있었다”며 “제출한 대체과제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피드백을 남겨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들이 수업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지 않고 당일 수업시간에 진행된 내용을 충분히 학습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교수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에게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수 측에 여러 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위 내용을 학교 전체 공지 사항으로 게시할지에 관해서도 내부 논의 중에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학습권 보장은 개별 교수들의 판단에 맡겨놓을 영역이 아니라 학교 당국에서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고 전했다. 

 

예비군 참여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방안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학교 및 교수들과 학생들 간의 원만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헤아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채린 기자 06chael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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