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 되면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도서관을 이용하며 겪는 여러 불만사항이 제기된다. 이는 주로 열람실 좌석의 사석화에 따른 여석과 휴게공간 부족 등 공간 부족 문제에 집중돼 있다. 도서관은 대다 수의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고 특히 시험기간엔 그 수요가 몰리는 만큼 해당 문제가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학교 도서관의 공간부족 문제△문제의 배경과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도서관의 공간부족 문제
우리학교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 대출 및 반납의 공간일 뿐 아니라 대표적인 학습공간이다. 그러나 특히 시험기간엔 많은 학생들이 밀집해 여러 문제와 불편이 발생한다. 실제로 외대학보가 지난 1일부 터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5.7%의 응답자가 도서관을 이용하며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 중 다수의 학생들은 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가장 큰 불편은 ‘열람실 여석 부족(90.5%)’으로 나타났다. 여석 부족문제는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보다는 서울 캠퍼스(이하 설캠)에서 두드러진다. 여석 부족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설캠과 글캠에서 각각 95%와 40%로 조 사됐다. 현재 설캠 도서관 자유열람실 좌석 수는 △제1열람실(350석) △제2열람실(63석)△제3·4·5열람실(75석)을 합쳐 총 638석이다. 한편 2022년 기준 우리학교 설캠 재학생 수는 9,462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학부 학생뿐 아니라 대학원생 등까지 도서관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설캠 도서관은 상대적으로 공간 부족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설캠에선 매번 시험기간 때마다 도서관 열람실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열띤 경쟁이 벌어진다. 우리학교 재학생 강지성(상경·국통 20) 씨는 “열람실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번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론 ‘부족한 휴게공간(86.4%)’이 상위를 차지했다. 휴게공간 부족은 글캠과 설캠 학생 모두가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사항이다. 휴게공간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설캠과 글캠에서 각각 89%와 7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설캠의 경우 △각 열람실 외부의 소규모 휴게시설△테라스△휴플레이스가 도서관 내 휴게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석화 문제△소파 등 휴게시설의 부족△인파가 몰리는 번잡한 환경 등으로 실효적인 휴게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해 노현수(서양어·노어 19) 씨는 “도서관 휴플레이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엔 좌석이 불편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글캠 도서관의 경우 3층과 4층에 휴게실이 존재하지만 이 역시도 시험기간에 몰리는 학생들을 쾌적하게 수용하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심유현(동유럽·헝가리 21) 씨는 “3층 열람실의 경우 시설은 만족스럽지만 시험기간엔 만원인 경우가 생겨 불편함을 겪었다”고 전했다.
◆문제의 배경과 원인
여석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학생들에 의한 사석화다. 모바일도서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열람실 좌석을 배정받은 채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우 전산상으로는 사용 중인 좌석으로 표시돼 다른 학생들이 해당 좌석을 이용할 수 없다. 사석화를 방지하기 위해 설캠 도서관에선 퇴실 이후 90분의 시간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좌석을 회수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 좌석에 개인 물품이나 각종 짐이 적치돼 있어 다른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김하영(중국·중외통 22) 씨는 “앱을 통해 좌석을 예약했는데 막상 가 보니 자리에 사람은 없고 짐만 올려져 있어 당황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글캠 역시 도서관 사석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선 글캠 응답자의 전원이 여석 부족과 무관하게 도서관에서 열람실 좌석의 사석화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글캠은 설캠과 달리 열람실 좌석을 배정받고 외출을 하더라도 복귀제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사석화 현상이 심화될 소지가 크다. 다만 글캠의 경우 각 단과대학별 열람실이나 스터디룸 등 다양한 대체적 자습공간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여석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우리학교 도서관 운영 내규 제20조 제1항에선 도서관 이용수칙과 함께 금지행위의 유형들을 열거하고 있지만 이는 ‘관내 개인물품 방치’나 ‘학습 방해행위’ 등 사석화와 유사한 행위를 포괄할 뿐 사석화 자체를 명시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또한 이에 대한 제재규정 역시 단순히 ‘제재할 수 있다’고만 적시돼 있어 재량의 영역에 속한다. ‘도서관 이용 수칙 및 제재에 관한 지침’에선 위반행위의 종류에 따른 세 부적인 제재기준을 두고 있으나 여기에서도 사석화에 관한 사항은 제외돼 있다.
제재기준에 입각한 징계조치도 실질적으로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설캠 도서관 경비실 직원 A 씨는 “출입구를 통과할 때 다른 학생과 함께 따라 나오거나 타인의 학생증을 사용하는 등 편법행위 사례가 왕왕 발생하지만 사실상 묵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다”며 “특히 야간 시간 대에도 상시 개방하는 뒷문의 경우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서관을 이탈할 경우 이용자가 아직 열람실 내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90분이 경과돼도 좌석이 반납되지 않고 이용 시간 연장도 가능해 사석화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같은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설캠 도서관은 엄격한 제재보다는 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형택 설캠 도서관 학술 정보팀장(이하 명 팀장)은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를 고려할 때 강제적인 제재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조처는 가급적 지양돼야 하고 가능한 한 자정작용에 맡겨야 한다는 논지다. 또한 “퇴실처리를 하지 않고 도서관을 나오는 경우 등을 규제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앱을 통해서 좌석이 배정되면 기본 적으로 제공되는 시간의 범위 내에서 해당 사용자가 점유권을 가지므로 자발적인 반납과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열람실 내 거리두기 방침도 여석 부족의 한 원인이다. 실제로 여석 부족을 경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다른 이용자의 사석화(60%)’에 이어 ‘개방형 좌석에 대한 거리두기 (55%)’가 뒤따랐다. 현재 설캠 도서관의 경우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좌석은 앱에서 한 좌석씩 띄어서만 좌석 배정이 가능하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도입됐다가 좌석간 과밀함을 해소함으로써 이용 편의를 제고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앱에선 좌석 예약이 불가하더라도 학생들이 임의로 좌석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학내 자습공간의 부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석 부족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했던 학생 중 50%가 도서관 이외의 교내 자습공간 부족이나 그에 대한 인지도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설캠의 경우 글캠과 달리 교수학습개발원과 사이버관 일부 공간을 제외하면 별도의 자습공간이 없거나 이에 관한 인지도가 낮아 도서관으로 이용자가 밀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사석화로 인한 여석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사석화의 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성원(사회·미디어 20) 씨는 “정확히 무엇이 사석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개인별 인식과 도 의관념등에 차이가 있어 혼란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국립공주대학교는 도서관 사석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물품을 정리하지 않고 3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사석화의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사석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벌칙이나 제재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서울시립대학교의 경우 열람실에 개인 물건을 방치한 학생에 대해선 30일간 도서관 출입과 도서 대출을 금지할 것을 공표하기도 했다. 또 한 사전에 규정된 기준을 바탕으로 사석화나 편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실효적인 제재처분을 부과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사석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사석화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단속 강화 및 실효적인 제재처분 부과(50%)’를 꼽았다. 이에 대해 학술지원팀은 좌석에 방치된 개인 물품들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에 해당 하기에 도서관에서 임의로 처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재기준을 도서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긴 곤란하다고 전했다. 명 팀장은 “좌석 에 물품을 방치하고 복귀하지 않는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향후 내부적으로 더 논의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수반 될 수 있는 만큼 우선 제재의 정당성이나 수위에 관한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좌석이 배정됐을 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이용시간과 복귀제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앱을 통해 최초로 열람실 좌석을 배정받으면 기본적으로 4시간의 이용시간이 제공되며 연장은 통산 3회에 한해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우인(아시아·이란어 21) 씨는 “한 석의 여석도 부족한 시험기간의 치열한 상황을 고려할 때 90분의 복귀제한시간은 다소 긴 편으로 느껴진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에 관해 학술정보팀은 식사나 수업 등의 용무로 외출하는 학생 들에 대한 배려 목적으로 여유롭게 복귀제한시간을 두고 있으며 단축에 관한 여론이 충분히 수렴된다면 그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한 열람실 내 개방형 좌석에 대한 거리두기 제한을 해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거리두기 제한을 해제해 앱을 통한 좌석 배정이 가능해지면 임의로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 방지되고 제공된 시간의 범위 내에서 해당 좌석이 정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에 우리학교 도서관도 이러한 열람실 좌석에 대한 간격 제한을 조만간 해제할 방침이다. 명 팀장은 “최근 시험기간을 전후해 도서관 이용자가 급증해 이미 자료실에선 좌석을 전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해놓은 상태다”며 “좌석 배정 시스템을 재시동 하면서 거리두기 제한도 해제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쾌적한 학습환경이 조성되도록 도서관 내 휴게공간을 증설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학교 재학생 홍주찬(영 어·EICC 21) 씨는 “휴플레이스 외엔 다른 휴게공간이 없어 시험기간의 경우 자리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2층 테라스를 휴게공간으로 기획해 재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의 경우 도서관 5층 열람실에 남녀를 구분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소파를 설치하고 여유 공간에 의자를 배치해 휴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 설캠 도서관도 휴게공간인 휴플레이스를 증설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명 팀장은 “학교 당국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휴게공간 확대에 필요한 예산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원이 확보되는 대로 휴플레이스 내 탁자를 제거하고 다양한 종류의 소파 등을 배치 해 추가적인 휴게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휴게공간을 새로 구획하거나 건조물을 가설하는 것에는 여러 법률적인 문제가 수반돼 관련 부처와의 충분한 검토나 협의 없이 당장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서관은 다수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공재인 만큼 사석화를 넘어 쾌적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