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총 1만 8,395명으로 통계가 파악된 30년 이래 역대 최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상황△성별△연령을 불문하고 마약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류 투약과 유통에 가담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국내 사회 속 만연해진 마약범죄△국내 마약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및 대응△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 사회 속 만연해진 마약범죄
최근 △강남 유흥주점 마약 소지범 체포△군부대 대마초 적발△미성년자 마약류 의약품 거래 등 마약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상생활 속 마약 논란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3일 대검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이번 해 1월부터 2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총 2,6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4% 증가했다. 하지만 마약은 그 특성상 알려지지 않은 이용자의 규 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마약범죄의 확산 속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예측된다. 박성수 세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발표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범죄 암수율은 28.57배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 적발되지 않은 마약 범죄자가 마약 적발 인원의 28배 이상이란 것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의 마약 의심 인원이 24만 명에 다다랐다고 짐작 할 수 있다.
온라인 다크웹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의 발달로 마약 구매처 등 관련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현상도 돋보인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5년 만에 2.4배 증가했고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배 이상 급증 했다. 마약 판매 조직이 온라인상에 마약 판매 홍보글을 게시한 후 텔레그램 과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상화폐 등을 통해 암암리에 마약을 거래하는 ‘던지기’ 수법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SNS 문화에 익숙한 미성년자들은 무방비하게 마약에 노출되기 쉽다. 게다가 던지기 수법은 마약 판매 조직과 구매자의 현장 검거가 어려워 마약범죄 수사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 시 수익이 높고 마약밀수가 상대적으로 쉬운 우리나라는 신흥 마약 시장으로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은 “미국이나 태국은 마약 제조국이라 마약의 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마약 제조를 하지 않기에 마약 생산국에 비해 마약값이 10-20배 비싸다”며 “우리나라에선 한 번만 유통해도 많은 이윤이 남아서 국내 유입량이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최근에서야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어 비교적 마약 유입이 쉬운 편이다. 미국은 플리 바겐(plea bargain)*이란 제도를 통해 검사의 승인을 받아 경찰이나 마약수사청(DEA)에서 공급조직을 수사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있는 반면 우리나라엔 이와 같은 제도가 정립돼있지 않아 마약사범을 효과적으로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률의 제한으로 소지·투약사범에 대한 △검찰△경찰△관세청 간 협업체계가 생성되기 힘들고 이는 국내 마약 밀수와 유통의 단속 및 수사에 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약범죄는 마약 소지 및 투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간△성매매△성폭행 등의 흉악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2차 범죄에 대한 위험도 크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란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국내 마약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마약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및 대응
현재 시행 중인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대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현행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의하면 단순 소지·마약 투약의 경우 상습 투약이나 동종 전과 등으로 인해 가중 처벌을 받더라도 최대 징역 4년에 그치도록 규정돼 있고 그마저도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감형이 이뤄진다. 마약사범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양형기준은 10여 년째 변동이 없어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인 개선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양형기준은 마약범죄 위험성이 크지 않았던 때 제정돼서 양형기준 준수율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판결 중 실형 선고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비율은 △2019년△2020년△2021년에 각각 △36.3%△38.1%△39.8%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실제로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며 실형이라도 징역 1-2년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마약범죄의 재범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마약범죄에 대한 미흡한 대응책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유통 경로의 다각화로 인해 여러 남용 약물을 섞은 후 중독성을 재발견시키는 약물인 신종마약에 관한 처벌 기준과 통제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다. 현재 사법 당국은 법률에 명시된 마약류만 단속하기에 신종마약을 처벌할 법적 수단이 부재하다. 신종마약의 개발과 유통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존의 마약류와 함께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면밀한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마약류와 비교했을 때 신종마약은 접근성이 좋고 일반 의약품으로 위장되기도 하는 등 남용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종마약은 기존의 마약보다 수사기관의 감시망에서 빠져나가기 쉽다는 특성을 악용해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신종마약을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키트가 없거나 현재 기술상으론 검출하기 어려운 신종 마약들이 늘어나고 있어 신종마약의 수사 과정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또한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 입원도 쉽지 않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차원에서 지정된 병원은 사실상 마약 환자를 외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지정병원 21곳 중 2021년 기준 마약류 중독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은 13곳이며 나머지 6곳마저도 1년 동안 소수의 중독 환자만을 수용했다. 대부분의 지정병원이 전문 의료진과 병상·시설 부족을 이유로 마약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 이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에 배당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마약범죄에 대한 엄벌도 필요하겠지만 이후의 치료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마약 투여자들을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관건이기에 재활과 치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 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단순 투약자의 경우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둬 더 이상 재범을 일으키지 않는 사회인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오히려 높은 형량은 마약범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마약 중독 치료와 관련해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 그들이 충분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마약 중독 치료에는 별도의 치료기관을 신설해 필요 인력을 최대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약범죄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마약범죄 수사에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마약범죄 전담 조직을 활용해 수시로 마약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도록 하고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여론도 거세졌다. 정부는 마약범죄 확산세가 심각하게 급등함에 따라 △불법유통 감시 강화△중독자 치료·재활 인프라 확충△특별수사본부 설치 등으로 마약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마약류 범죄 양형기준 강화 추진을 통해 대량 밀수범 및 마약 상습 투약자의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마약 법원을 설치해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통해 마약의 치료와 형사 사건 처리를 병행하고 있다. 마약 법원은 마약류 남용에 대한 치료를 강제하고 마약류 사범이 중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호주도 마약 법원을 설치 및 운영해 마약사범에게 집행유예와 함께 치료 △ 감독△명령△보호관찰 등을 처분한다. 호주 마약 법원에선 모니터링 방식을 통해 수시로 마약사범을 검사하고 마약사범의 태도에 따라 보상과 제재 처분을 내린다. 그 결과 미국과 호주는 마약 법원의 도입 이후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 감소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도입이 마약류 범죄율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매해 급증하는 마약사범의 실태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플리 바겐: 검찰이 수사 편의상 관련자나 피의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거 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추거나 조정하는 협상제도
정연아 기자 06znch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