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사회·미디어 13) JTBC 기자(이하 이 기자)는 우리학교 졸업 이후 OBS경인TV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 재 JTBC 보도국 사회 1부 기자로서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기자는 사회문제를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조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제166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다. 매일 발로 뛰며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이 기자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뚜렷한 특색이 있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모든 활동을 열심히 하려는 학생이었습니다. 우리학교 외대교육방송국 (이하 FBS) 활동을 2년 반 정도 했는데 관성적으로 활동 하기보다는 최초로 영상 뉴스 제작을 시도하는 등 애정을 갖고 FBS에 임했어요. 새로운 걸 해보자는 취지에서 매사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Q2. 철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학교를 다니며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엔 이중전공으로 스페인어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수강해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금 아니면 언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서 철학과로 전공을 변경했어요. 철학과 수업들은 보통 소형 강의이기에 교수님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많아서 만족했습니다. 좋아하는 공부를 했기에 철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것엔 조금도 후회가 없어요.
Q3. 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기자가 되겠다는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기자의 꿈을 굳혔던 것 같아요. 의무경찰로 복무해서 시위나 집회가 있을 때마다 그 현장에 가곤 했는데 항상 기자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양 측간 충돌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지만 기자가 현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 기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자의 모습에 매료돼서 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Q3-1. 기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앞서 말한 것처럼 FBS 등 언론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이와는 별개로 기자라는 세계와 가까워지려 했습니다. 이에 기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현직자 강의에 참여하거나 이메일로 직접 연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죠. 물론 글쓰기 훈련이나 언론사 입사를 위한 준비도 병행했습니다.
Q4.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중 방송기자만이 갖는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얼굴과 목소리가 방송에 나간다는 게 방송기자만이 갖는 큰 매력이죠. 또한 활자보다는 영상이 생동감과 현장감을 사람들에게 더욱 잘 전달해 줄 수 있어요. 사건을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CG) 등의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보도하는 방식이 방송기자가 갖는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취재 과정에 있어서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취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소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취재원을 단순히 하나의 기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평소에도 그들에게 꾸준히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져야 하죠. 또한 취재가 수월하지 않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여러 방면에서 바라보려 노력하며 해결 방법을 찾기도 해요. 그럼에도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기자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취재하는 게 가장 중요한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6.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피해자가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인 신호위반에 따른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검찰에서 이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가해자를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한 사건을 보도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임에도 가해자의 사과나 합의 시도는 전혀 없었죠. 취재가 시작되자 검찰이 뒤늦게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해당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요청됐어요. 이후 피해자로부터 ‘기자님, 몸의 상처는 의사가 치료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기자님이 치료했습니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기자로서 시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큰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그동안 한 사람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하면서 큰 사안만 다뤘던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날 이후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기사를 작성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6-1. 기자 생활을 하며 느낀 직업적 고충이 있나요?
기자는 마감에 쫓기는 직업이어서 개인의 삶이 희생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취재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아픔을 많이 접하죠. 실제로 민감한 사안을 취재하는 도중 현장에서 쫓겨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방송에 담아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7. <숨진 참고인 이재명 법카 바꿔치기 당사자였다 연속보도>로 지난해 7월 제166회 ‘이 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취재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숨진 참고인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 경찰은 이분이 사건의 중요인물도 아니고 단지 조사를 한 번 받으러 왔던 사람이라고 결론 내렸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죽음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들었고 이분의 자취를 찾아보자는 내부 논의 끝에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을 했어요. 수소문 끝에 취재를 해보니 이분이 해당 사건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결국 보도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또 다른 고충이라면 경찰의 발표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는 보도를 하는 것이었어요.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실을 반박하는 보도를 하기는 무척 어렵거든요. 이 상은 이름 없는 죽음에 이유를 붙였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자 그럼에도 돌아오지 않는 그 분에 대한 일종의 애도와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Q8.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언론사에선 뉴스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따뜻한 시선과 겸손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시선’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고 ‘겸손한 판단’이란 진실에 최대한 겸손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며 쉽게 단언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실제 취재 과정 자체가 녹록지 않아서 취재가 잘 안돼도 포기하지 않는 일종의 집요함도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잘 지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시민들 속에 기자가 존재하는 것이지 기자가 시민 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Q9. 업무 후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업무 후 여가시간엔 주로 악기를 연주합니다. 전자 드럼을 연주하면 세상과 잠시 떨어져 연주에만 몰입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또 걷는 걸 좋아해서 산책도 자주 합니다. 걸을 때만큼은 머릿속 고민이 잠깐이나마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아요. 또 의자에 앉아 있을 땐 커 보이던 문제가 한번 걷고 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여가를 즐길 시간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10. 기자가 아닌 사람 이승환으로서 갖고 있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따뜻함을 잃지 말자’입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고 세상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를 하고 싶어서 기자가 된 건데 일을 하다 보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급할 땐 취재원들에게 친절하지 못하기도 하고 심지어 주말에 전화를 걸며 재촉하는 일이 빈번해요.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 친절함이나 따뜻함을 잃지 말자는 가치관을 갖게 됐습니다.
Q11.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더 행복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또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는 여운이 남고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는 기사입니다. 손쉽게 쓰인 기사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고 사람들 마음 한 켠에 남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언론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많이 듣고 읽고 쓰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기자는 많은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또 어떤 기사를 쓰게 될지 모르니까요. 꼭 기자랑 연관된 것만 하려 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현재를 만끽하세요. 또한 자기 나름대로 흠뻑 빠질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힘든 직업이기에 스트레스를 풀고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황동현 기자 06dong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