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진정한 학생자치를 위해선

등록일 2023년05월24일 22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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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는 제44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비상대 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학생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비상대책위원 장(이하 비대위원장)과 부비상대책위원장(이하 부비대위원장)의 사퇴로 권한대행이 총학 대표자로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총학의 불안정성은 학생자치의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기사를 통해 △글캠 제44대 총학 비대위 타임라인△불안정한 학생자치가 불러온 여파△진정한 학생자치를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글로벌캠퍼스 제44대 총학생회 비상대 책위원회 타임라인 

지난해 11월 우리학교 글캠 제44대 총학 선거가 무산되며 글캠 총학 생회칙 제54조 제1항에 따라 글캠 비대위원장 및 부비대위원장 선출이 실시됐다. 이에 이번 해 1월 오태경(융인·19) 전 비대위원장(이하 오 씨)과 이승원(통번역·독통 20) 전 부비대위원장(이하 이 씨)을 주도로 하는 제44대 총학 비대위가 임기를 시작했다. 글캠 총학생회칙 제56조에 의거해 집행위원회와 총학에 준하는 업무 권한을 갖는 비대위가 글캠 학생사회의 자치기구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우리학교 학생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총학과 달리 글캠 총 학생회칙 제57조 제1항에 따라 확대운영위원의 간접선거로 선출되기에 조직의 정당성과 비대위원장 및 부비대위원장의 대표성이 총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한계를 지닌다. 

 

비대위 임기가 시작된 지 2개월 후인 지난 3월 글캠 제44대 중앙선 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총학을 정식으로 구성하기 위해 글캠 제44대 총학 보궐선거를 시행하고자 했고 오씨와 이 씨는 보궐선거 예비 입후보자 등록을 위해 각각 비대위원장과 부비대위원장을 사퇴하고 출마를 결정했다. 그러나 입후보자 등록 당일 중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제8조 제4항에 규정된 입후보자의 자격 심사 항목인 △ 입후보 등록 시점까지 입후보자가 공정하게 선거를 준비하였는지에 대한 여부△제출한 구비서류 및 추천인명부△그 외 기타 사안 중 ‘기타 사안’을 근거로 입후보자 자격 심사에서 해당 안건을 부결했다. 입후보자 측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되자 중선관위는 입후보자 자격 심사에 대해 규정한 선거시행세칙 제8조의 세부 조항들이 단순한 서류심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중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조항들의 유권해석 문제와 세칙상의 오류 등을 인정하며 세칙을 개정한 후 일련의 총학 보궐선거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공지했 다. 그러나 입후보자와 중선관위 간 갈등 이후 입후보자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글캠 제44대 총학 보궐선거가 무산됐다. 총학이 궐위되는 상황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결국 글캠 총학생회칙 제49조에 명시된 권한대행 규정에 따라 이예준(자연·화학 18) 총학 비대위 중앙집행위원장(이하 이 위원장)이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됐다. 또한 오승기(통번역·스통 18) 통번역대학 비대위원장이 글캠 총학 부비대위원장 대행을 맡게 됐다. 부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인준한 사안으로 중대한 안건을 심의하는 학교당국과의 회의에서 학생의 입 장을 대변할 학생 대표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글캠 학생사회에선 제44대 총학 선거가 무산된 이래로 총학이 구성되지 않아 비대위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글캠 학생자치기구 내외에선 크고 작은 논란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잡음이 일고 있다. 

 

◆불안정한 학생자치가 불러온 여파 

글캠의 불안정한 학생자치 운영 체제로 글캠 내부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의)와 같은 기구의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평의는 △고등교육법 제19조의2△사립학교법 제26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의6△학교법인 동원육영회 정관 제123조~129 조에 근거해 설립된 기구로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대학 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평의는 △교수△직원△학생△동문 등 교내외 구성단위 단체의 추천에 의거해 총장이 위촉한 11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양 캠퍼스에서 각각 한 명의 학생 대표가 우리학교 대평의에 평의원으로 소속돼 있다. 

 

우리학교 대평의 2023학년도 제1차 회의록과 제2차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3월 오 씨는 글캠 총학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고 이에 따라 4 월 7일 중운위는 A 씨를 새로운 평의원으로 추천하는 공문을 학교 측 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운위는 해당 공문을 공식 경로인 학생지원팀 (이하 학생처)를 통해 송부하지 않고 대평의 간사의 개인 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의 직인이 필요했으나 공문에는 직인도 찍혀있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2023학년도 제1차 대평의 회의에서 오 씨는 글캠 학생 대표로 참석했다. 그러나 해당 회의에서 일부 평의원에 의해 오 씨의 대표성 결여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3월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오 씨를 과연 학생 대표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학교 측은 오 씨가 비대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했고 그것이 수리됐기에 평의원직 사임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을 대표하는 평의원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씨는 비대위원장 사퇴는 오직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것이지 학생 대표로서의 책임을 내려놓기 위함은 아니라며 이미 총장의 허가하에 평의원으로 등록된 상황에서 학생 대표로서의 자격 박탈은 부당한 처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새로운 평의원을 추천하는 공문이 글캠 비대위가 아닌 중운 위에서 송부한 문서이기에 해당 추천인도 대표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평의원 자격 여부 논의로 제1차 평의원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자 지난 4월 21일 1-2차 회의가 추가적으로 진행 됐다. 그러나 1-2차 회의에서도 평의원 대표성 문제로 인해 학칙 개정(안) 심의에 차질을 겪었다. 이에 대평의는 학생대표 평의원 관련 공식 행정 절차를 제2차 대평의 회의 전까지 유관부서로 완료해줄 것 을 당부했다. 하지만 회의 이후 해당 절차를 밟는 과정 중 A 씨의 문서위조 논란이 발생해 학생 대표 평의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제2차 대평의 회의에선 지난 1-1차 회의때 글캠 학생 대표로 참석했던 오 씨 대신 이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해당 회의에선 A 씨의 독단적 직인 처리 논의와 함께 글캠 학칙 개정 (안) 심의가 이뤄졌다. 대평의 회의 결과 ‘2024학년도 학제개편 관련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칙 개정(안) 심의(글로벌캠퍼스)’는 △전체교수 회와 단과대학교수회의 심의의결 절차 미준수△불충분한 학내 구성원들과의 대화 및 설득과정△미비한 교원확보계획 및 예산확보계획 △유사중복 학문분야 문제 야기 등의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나 부결 다음 날인 28일에 진행된 학교법인 이사회의에선 참석이사 전원 찬성으로 가결돼 학교 측은 당일 학칙개정을 공포했다. 

 

한편 A 씨의 문서위조 논란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 대한 의견대립도 발생했다. 대평의는 A 씨를 대상으로만 징계위원회를 열고자 하는 학생처에 반대했고 대평의에서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갖춰 진상 규명을 하고자 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없이 학생처가 징계위원 회를 여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문서위조는 최소 무기정학에 해당하는 사안이기에 조사와 처벌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학생처는 법률 자문을 통해 대평의가 자체적인 조사위원회를 열 자격이 없다며 반박했다. 또한 학생 징계의 경우 교원 징계와 달리 따로 조사위원회를 둘 수 없어 징계위원회에서 조사까지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란 점을 강조했다. 징계위원회 내부 조사 과정을 거쳐 진상규명을 한다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평의는 학생처가 A 씨를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철 회하지 않으면 대평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대응한 상태다. 

 

사전에 정해진 일정에 따르면 이번 달 17일 제4차 대평의 회의를 통해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학제개편(안) 심의를 거친 후 다음 날인 18 일에 이사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앞선 상황으로 인해 제4 차 대평의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대평의 심의 없이 이사회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이사회 회의도 이번 달 31일로 연기됐다. 학교 측은 글캠 학생 대표 평의원의 대표성 논란과 새로 추천된 평의원 A 씨의 징계 사안으로 대평의 회의를 정상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평의는 학생처가 평의원 A 씨를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대평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설캠 학제개편 공포를 위해 이사회 회의 전 필수적으로 완료돼야 하는 대평의 회의의 무기한 정회를 의미한다. 대평의 회의가 무기한 정회된 상황에서 31일 전까 지 제4차 대평의 회의와 이사회 회의의 진행 여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대평의는 ‘대학평의원회운영규정’ 제3조에 따라 학내 중요 사안을 심의함으로써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 및 대변할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생자치에 있어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글캠 단과대학 학생회 소속 B 씨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자리가 공석이라는 것 자체가 아쉽다”며 “공석 기간이 길어지면 학생들에게 혼란스러운 학교로 비칠 가능성이 있고 대표성을 갖기 힘들어 학칙개정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원활히 반영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했다. 

 

글캠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학교 행사 진행에도 변동이 생기고 있다. 글캠 행사 관례에 따르면 1학기에 대동제가 진행되고 2학기엔 왕산체전이 진행된다. 그러나 총학이 부재한 현 상황과 예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존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 되고 있는 상황이다. B 씨는 “특히 행사 진행과 관련해 학생자치 단절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며 “단과대학도 학기 초에 계획해 둔 일정과 다른 수순을 밟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반면 학생자치 단절을 체감한 적이 없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또 다른 단과대학 학생회 소속 C 씨는 “개강 전 시행한 새내기 배움터와 현재 진행 중인 왕산체전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교수님과 교직원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총학의 빈자리를 느끼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정한 학생자치의 실현을 위해선 

글캠의 학생사회 발전 방안에 관한 외대학보의 질의에 B 씨는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할 학생 측 대표자가 필요한 중대한 회의에서 학생 대표자의 부재가 체감된다”며 “현재 글캠 중운위 내부에서도 학생 대표자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C 씨는 “학생사회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선 어느 주체든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화의 장 마련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일반 학우들의 의견 사항을 각 과의 학생회나 단과대학의 학생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이 위원장은 임시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 소집을 공고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이번 달 24일 예정된 확운위 소집에선 제44대 총학 비대위 비대위원장단 인준과 관련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생사회의 위기는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세대학교 또한 이번학기에 글캠과 유사하게 학생 대표자의 궐위로 학생자치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열린 확운위 제1회 정기회에서 비대위원장단의 선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문제 제기로 인해 비대위원장단 인준이 부결됐다. 이날 회의에선 임시 중운위가 개최돼 무기명 찬반 투표를 통해 총학 권한대행이 선출됐다. 직후 비대위설립 위원회가 다시 구성돼 새 비대위원장과 부비대위원장이 후보로 지원했으나 회의에서 후보자에 대한 자격 문제가 제기돼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며 비대위 설립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열린 회의에선 같은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성 논의가 해소되며 비대위 설립에 성공해 학생 대표자의 궐위 사태가 마무리됐다. 

 

글캠 총학생회칙 제2조에 따르면 총학의 존재 목적은 총학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 총학 구성원들의 권익과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외대인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총학의 존재 가치는 학생의 권리를 증진하고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해 내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 있다. 글캠 학생사회가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지명원 기자 04jimw@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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