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부터 우리학교는 AI융합대학을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학내 구성원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학과 신설이 △ 유사·중복학과△물리적 거리에 따른 행정 및 학생자치△학습권 보장△예산 및 공간△소통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일 우리학교에선 AI 융합대학 신설에 관한 학생 대상 간담회가 진행됐다. △AI융합대학 신설(안)△ AI융합대학 신설(안)의 쟁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AI융합대학 신설(안)
우리학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고 통번역대학 소속 학과 중 일부를 폐과하는 등 학과 구조 조정을 시행 중이다. 우리학교 기획 조정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의 여파로 대학교 구조개혁이 필수적인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기존엔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 제1항과 제18조에 따라 수도권 지역 인구 과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입학 정원 증원이 제한됐다. 다만 교육부가 발표한 ‘2024 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에 따르면 최근 3개년 평균 결손 인원 범위 안에서 첨단분야 학과 신설에 한해 입학정원 증원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조하에 우리학교는 AI융합대학을 신설해 이번 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결정했 다. 지난 1일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학칙 개정(안) 공고와 지난 4월 공포된 우리학교 학칙 개정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양 캠퍼스(이하 양캠)에 걸쳐 AI융합대학을 설립한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엔 Language & AI 융학학부와 Social Science & AI 융합학부가 설립돼 각각 49명씩 총 98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엔 AI 데이터융합학부와 Finance & AI 융합학부가 설립돼 각각 50명씩 총 1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원화 캠퍼스가 서로 다른 캠퍼스에 걸쳐 하나의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우리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 외의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흔치 않은 사안이다. 이에 김광호 우리학교 기획조정처장(이하 김 기조처장)은 “AI 분야는 △사회과학△언어학△지역학에 특화된 설캠의 자원과 이공계열에 특화된 글캠의 자원이 융합돼야하므로 이러한 설립 방식을 택하게 됐다” 고 밝혔다.
그러나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에 따르면 첨단분야 학과 신설로 증원된 입학 정원은 다가오는 2027학년도까지 기존의 수준으로 복귀돼야 한다. 이에 우리학교는 사범대학을 개편할 당시 확보된 입학 정원 30명과 더불어 △몽골어과△사범대학 소속 학과△KFL학과△LT학부를 제외한 전 학과별 입학 정원의 4.9%를 각출해 2027학년도까지 입학 정원을 기존의 수준으로 되돌릴 예정이다.
◆AI융합대학 신설(안)의 쟁점
AI융합대학 설립에 관해선 △유사·중복학과△물리적 거리에 따른 행정 및 학생자치△학습권 보장△예산 및 공간△소통 문제라는 대한 쟁점이 존재한다. AI융합대학에 신설되는 4개의 학과는 유사·중복학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신설 예정인 학과와 커리큘럼이 중복되는 기존 학과 학생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지난해 시행된 유사·중복학과(부) 폐과존치(이하 폐과존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간담회에선 유 사·중복학과 문제로 인해 기존학과 학생이 가질 우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Language & AI 융합학부와 ELLT학과는 공통적으로 언어공학을 다 루기에 ELLT학과 학생이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문 제로 제기됐다. 그러나 박정식 ELLT학과 교수(이하 박 교수)는 “ELLT학과의 교육과정은 언어학 계열이 중심인 반면 Language & AI융합학부는 언어공학이 중심이다”며 “오히려 학과 간 학점교류 등으로 ELLT학과 학생의 학습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선 Social Science & AI 융합 학부의 교육과정이 사회과학대학 소속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정 치외교학과△행정학과의 교육과정과 중복된다는 우려 역시 제기됐지만 우리학교 측은 기존 학과와 신설학과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같은 AI융합대학 소속 학생이더라도 설캠과 글캠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학사 행정과 학생 자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됐다. 이에 윤성우 교무처장(이하 윤 교무처장)은 “AI융합대학은 설캠과 글캠에 걸쳐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설립돼 학장 또한 단독으로 임명하나 학장실은 양캠에 모두 두어 학사행정에 대한 차질을 최소화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회와 같은 학생자치에 관한 방안은 언급되지 않아 만약 한 단과대학이 양캠에 걸쳐 운영될 경우 하나의 학생회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설학과 설립으로 인해 AI융합전공의 교원이 AI융합대학 소속 학과의 강의까지 담당하게 돼 교원이 더욱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존 학과 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학교 AI융합전공의 경우엔 신설학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교원부족으로 인해 개설되는 강의의 수가 적고 개설된 강의마저 폐강된 바 있다. 윤 교무처장에 따르면 AI융합전공은 글캠의 교수 및 강사가 강의를 진행한다. 글캠 소속 교수의 경우엔 양캠 간 물리적 거리로 인해 많은 강의를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강사의 경우엔 개설되는 강의 수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강사에 대한 처우가 교수와 일반 기업과 비교해 부진해 지원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전공이 이중전공만을 허용하는 융합전공이기에 교수와 같은 전임 교원 임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교원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학과 학생 뿐 아니라 신설학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 대한 우려 섞인 여론도 존재한다. AI융합대학 신설의 새로운 교원임용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냐는 외대학보의 질문에 우리학교 전략기획팀 교직원 A씨는 “2024 학년도 이전 학부 운영 준비를 위해 2명을 사전 임용한 후 학부의 규모 및 개설되는 전공 교과에 따라 충분한 수의 교원을 연차적으로 임용해 신설학부 운영에 차질이 없게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예산과 캠퍼스 공간 부족 문제도 신설학과 설립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특히 예산은 학과 신설에 있어 △교원△실습실△장비 확보를 위해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다. 이에 학교는 정부의 지원사업과 학교 재단에 예산을 요청하는 두 가지 방안을 통해 예산확보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우리학교에 대한 재단법인의 지원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학과 신설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호성 우리 학교 행정지원처장은 포화된 공간 내 강의실과 연구실 확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현재 강의실 중 90%만이 운용 중이기에 신설학과에 대한 추가적인 강의실 확보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구실은 현재 비어있는 우리학교 연수원 4층과 5층에 수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자치 공간 확보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대신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모호한 대책만을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번 AI융합대학 간담회에선 많은 쟁점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지만 학교 측의 효용성 있는 답변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더불어 이번 AI융합대학 간담회 진행 전 이미 신설학과와 관련된 학칙 개정이 확정돼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 과정에 아쉬움이 따랐다. 이에 김태성 우리학교 부총장은 “신설학과에 대해 우려되는 사안이 있다면 의견을 수렴해서 언제든지 방문해달라”며 촉박한 일정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한편 추후 학생과의 소통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을 충분히 진행하 지 않고 학내 사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실제로 이번 AI융합대학 신설을 위해 기존 학과 인원 각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찬우 (서양어·포르투갈어 21) 씨는 “이번 입학 정원 각출 사안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사전공지된 바 없었다”며 “앞으론 진실되고 충분한 소통 후에 이러한 중대사안을 진행하기를 학교 본부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간담회에서 하나의 단과대학을 양캠에 설치하고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타 대학교의 사례를 묻는 질문에 김 기조처장은 성균관대를 예시로 들었다. 성균관대는 지난 2021년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을 신설하고 인문사회 캠퍼스에 글로벌융합학부 그리고 자연과학캠퍼스엔 소프트웨어학과를 두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성균관대는 기존에 존재하던 학과를 토대로 단과대학을 신설한 반면 우리학교는 단과대학 신설과 단과대학 내 학부 신설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로 성균관대 사례와 우리학교 사례를 동일선상에 두고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융합대학은 이번 해에 신설돼 다가올 2024학년도 입시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수시 접수 일정에 따라 7 월부터 각 대학교의 모집요강을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신설 예정인 AI융합 대학의 교과과정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교원△기자재△실습실의 확보가 완료되지 않아 정식으로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학과가 설립될 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 거쳐 안정성 있는 학교가 확립된다. 근래 우리학교의 잦은 구조조정의 행보로 많은 학생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학내 사회 안정을 위한 학교 구성원 모두의 고심이 필요하다.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