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엔데믹 선언, 완전한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등록일 2023년05월24일 23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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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우리나라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방역 완화 조치를 오는 6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에 엔데믹*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이 현실화된 가운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엔데믹 선언 이후의 변화와 우려 섞인 목소리△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급격히 전파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3,148만 6,904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대비 확진 비율이 약 61%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확진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점차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코로나19에 내렸던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가 약 3년 4개월 만에 해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5일 WHO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인 국제공중보건비상사 태(이하 PHEIC) 해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일 개최된 ‘제15차 COVID-19 긴급위원회(이하 긴급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지난 2020년 1월 선포 이후 약 3년 4개월간 이어졌던 PHEIC가 공식 해제된 것이다. 긴 급위원회는 △낮은 변이 위험도△의료체계 회복 탄력성 증가△확진자 발생 감소 등을 토대로 PHEIC의 해제를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Tedros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이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권고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해제 의견을 받아들이며 코로나19는 PHEIC를 구성하지 않는 보건 문제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일 우리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도 WHO의 PHEIC 해제 발표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완화하며 코로나19의 엔데믹을 선언했다. 이로써 정부는 다음 달인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중 대본은 “최근 4주 동안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7명이고 치명률은 0.06%로 질병 위험도가 크게 하락했다”며 “현 대응체계에서도 코로나19의 안정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엔데믹 선언 이후의 변화와 우려 섞인 목소리 

오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고 감염병 등급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됨에 따라 다양한 방역 조치가 완화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시 격리는 의무가 아닌 권고로 전환되며 기간도 7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에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또한 국내 입국자가 입국 후 3일 이내에 받도록 권고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종료된다. 이번 방역 완화 조치에 따라 일상에서 체감하는 규제는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다. 한편 △선별진료소△원스톱 진료기관 1만 697곳△재택치료자 의료상담△ 행정안내센터는 계속해서 운영된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예방접종△치료제와 치료비△확진자 생활비 등 국민지원도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정부가 일상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엔데믹 선언을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염성이 높거나 백신에 대한 잠재적 내성을 가진 변종의 확산은 통제하기 어려우며 향후 재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엔데믹이 선언된 직후인 6월 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이하 엄 교수)는 “지난 7차 유행의 정점 시기를 고려하면 6월 에 예방효과가 떨어지면서 소규모 유행이 다시 올 것이다”고 예측했다. 방역 당국은 국내에서 우세종이 된 XBB 계열 변이 바이러스 등의 영향으로 6월 초에 적게는 2만 6천 명에서 많게는 4만 명 수준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1만 5천 명에서 2만 명 정도 발생하는 일일 확진자 수와 비교해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엄 교수는 “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감염자 수를 고려하면 예상치의 2배 정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종감염병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9년 신종플루△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이들 사이에 각각 6년이란 주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메르스 이후 4년 만에 발생했다. 김동현 한림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하 김 교수)는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Pandemic)을 초래할 감염병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향후 3년 안에 다시 닥쳐올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 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격리 의무가 권고로 전환돼 코로나19에 감염 됐는데도 일터로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정부가 지원해 온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생활지원비나 중소기업에 대한 유급휴가 지원비 등은 당분간만 유지된 뒤 중단된다. 이에 따라 코로나 19 확진 후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격리 없이 곧바로 일터로 복귀함에 따라 감염병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김 교수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감염병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일각에선 일상회복을 위해 코로나19 재유행과 신종 감염병 대비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엄 교수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나 신종 감염병의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범정부적으로 예산과 인력 등도 빠르게 확보해 대응체계를 속도감 있게 갖춰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감염병 종합 대응 체계를 구축해 감염병 위기 위험신호를 조기에 포착함으로써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신종 감염병 유행 시 200일 이내에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1주일 이내에 동원할 수 있는 중환자 치료 가능 상시병상 3,500개를 확보해 대규모 유행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해외 유행 감염병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 수집 경로를 활용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호흡기 감염병 중심으로 △변이감시△병원체감시△임상감시 등을 대폭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하 지 질병청장)은 “미래의 팬데믹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과 방식으로 찾아올 수 있기에 이를 대비한 방역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감염병 대응에 더 준비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전 사회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사라진 코로나19 격리 의무가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지난 2020년 정은경 전 질병관리본 부장은 “아파도 나온다는 문화가 아프면 쉰다는 문화로 바뀔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프면 쉬는 문화의 정착을 위해 기업이나 학교 등 기관별 자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 완화와 조기 회복을 위한 두터운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해 7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지원책으로 상병수당 제도를 시범운영 중이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다. 그러나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 3년이나 흘렀지만 아직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 질병청장은 “보건복지 부에선 상병수당 관련 시범사업을 제도화해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제도의 정식 도입을 위한 논의의 필요성을 전했다. 완전한 일상회복을 위해 △변이 바이러스△새로운 감염병△엔데믹 선언 이후 사회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엔데믹(Endemic): 일반 감기나 계절 독감처럼 변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낮은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황동현 기자 06donghy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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