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게시물, 실효적인 게시판 관리가 필요한 때

등록일 2023년06월07일 00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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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건물 곳곳에 위치한 게시판은 다양한 규격과 종류의 게시물로 빼곡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게시물 부착△상업성 홍보물의 난립△적절한 관리의 미흡으로 △공간 부족△게시물 가시성 저하△미관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자치적인 표현공간 확보란 학내 게시판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요소이므로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다. 학내 게시판의 순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학교 게시판의 문제점△문제 발생의 원인과 게시판 관리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게시판의 문제점 

우리학교의 학내 게시판은 크게 특정 자치단체나 주체에 의해 관리되는 게시판과 그렇지 않은 공용게시판으로 나뉜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경우 공용게시판은 △교수학습개발원△사회과학관△인문과학관 등 각 건물의 층계 참 벽면과 분수대 앞에 위치해 있다. △단과대학△독립학부△학교 부처△학생회 등이 운영하는 전용게시판도 △국제학사△본관△사회과학관 등 다양 한 공간에 분포해 있다.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역시 각 건물 내부에 공용게시판이 설치돼 있고 야외의 경우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이나 건물 앞에 게시판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학교의 게시판은 범람하는 게시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외대학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게시판에서 게시물 난립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글로벌캠퍼스 (이하 글캠)에서 각각 87.5%와 62.5%로 조사됐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각 건물에 존재하는 공용게시판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설캠 학생들은 △인문과학관(85.7%)△사회과학관(71.4%)△ 교수학습개발원(42.9%) 등에서 게시물 난립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글캠 학생들은 어문학관(80%)이나 교양관(40%) 등에서 동일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게시물 난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게시물 가시성 저하 (58.3%)와 미관 손상(50%)은 설캠과 글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우리학교 재학생 유다인(중국·중외통 22) 씨는 “과도한 수 의 게시물이 한정된 공간에 불규칙적으로 배열되다 보니 한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이 겹쳐서 부착된 경우도 많다”며 “다소 난잡하게 느껴져 미관상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별도의 구분이나 구획 없이 부족한 공간에 게시물이 무분별하게 게재 돼 주변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가독성 또한 떨어져 게시물 의 내용이나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공간 부족(58.3%)에 따른 문제도 제기됐다. 게시판에 새로운 게시물을 부착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부족해 게시판이 이를 선점한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사유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이다. 이러한 공간 부족 문제는 글캠보다는 설캠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나타났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해당 문제의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설캠에선 71.4%로 집계된 반면 글캠에선 40%로 조 사됐다. 

 

◆문제 발생의 원인과 게시판 관리 현황 

이러한 문제가 촉발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불필요한 게시물을 방치하는 게시 주체(75%)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게시물을 게시한 주체가 시간이 지나 불필요해진 게시물을 자발적으로 철거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학교 학내 게시판에 부착된 게시물 중에선 이미 모집 기간이 경과한 것도 많았다. 

 

학교 측의 관리 소홀과 규정의 실효성 부재(75%)도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학교에선 지난 3월부터 학내 게시물 게시 절차와 게시판 사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교내 게시물 관리 규정(이하 게시물 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규정 제4조에 의하면 설캠의 경우 학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이 게시하는 게시물은 학생지원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외부인의 게시물은 총괄지원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편 글캠의 경우 각각 학생지원·장학팀과 총괄지원팀을 관리 주체로 두고 있다. 또한 제5조와 제6조에선 게시물을 게시하기에 앞서 상응하는 부처의 검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과 게시물의 게시기간을 최대 7일에서 14일로 한정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게시물 매수의 상한을 5매에서 최대 10매로 제한하고 상업적인 게시물에 대한 게재를 금지하는 조목도 존재했다. 해당 규정은 교내에 게첩되는 모든 형태의 현수막이나 게시물에 적용된다. 

 

그러나 설캠의 경우 이러한 규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규정에서 적시하는 바와 달리 공용게시판에 대한 관리와 미화는 각 건물에 상주하는 경비원들이 수행하고 있었다. 설캠 인문과학관 경비실 직원 A 씨는 “게시판이 과도하게 난잡해지면 상급자의 업무 지시에 따라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철거하고 정리한다”며 “외부 게시물의 경우엔 임의로 떼기에 다소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설캠 총괄지원팀 직원 B 씨는 “현재 6개월에 한 번 정도로 학내 미화 목적에 따른 게시판 관리가 이뤄지긴 하지만 명확한 관리 주체는 부재한 상태다”며 “특히 외부 게시물의 경우엔 총괄지원팀의 검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부착하는 경우 가 많아 이를 일일이 순회하며 단속하는 것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규정 제7조에선 게시기간이 경과하거나 상업적인 게시물 등 규정 위반 게시물에 대해 철거를 명시하고 있지만 미흡한 관리로 인해 위법한 게시물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또한 설캠에선 학내 게시판에 관한 중복되는 규정이 존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학교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중앙운영위원회에선 지난 2020년 ‘학내 게시판 운영 규칙’을 의결했으나 이는 설캠 내에 설치된 모든 게시판을 그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우리학교의 앞선 게시물 규정과 중첩 된다. 뿐만 아니라 총학의 규정은 제3조와 제4조에서 동일 게시물 매수 한도를 4매로 지정한다는 점과 철거 등 관리 주체를 학교가 아닌 총학 산하 중앙 집행위원회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우리학교의 규정과 충돌하기도 한다. 또한 총학 규정에선 게시물을 ‘게시할 수 있다’고만 적시돼 있고 게시물 허가에 관 한 별도의 절차나 요건은 규정돼 있지 않다. 누구든지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고도 게시물을 게재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제3조 제2항에선 ‘학내 구성원의 게시 권리가 외부 단체의 게시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외부 단체의 게시행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이처럼 설캠의 경우 게시물 관리에 있어 복수의 규정이 양립해 관리의 주체도 불명확한 실정이다. 

 

이에 설캠 총학은 해당 규정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발생으로 비대면 수업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공포·시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입장이다. 황유리 제57대 설캠 부총학생회장(이하 황 부회장)은 “제55대 총학 재임 시기부터 최근까지 해당 규칙의 존재나 시행 가능성에 관해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글캠의 경우 우리학교의 게시물 규정에 의해 게시판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글캠 총괄지원팀 직원 C씨는 “모든 게시물은 게시물 규정에 입각해 사전에 관할 부서로부터 검인을 받아야 등재할 수 있다”며 “상업적 목적의 게시물 등 규정에 위배되는 게시물은 제보나 민원 등의 경로로 이를 인지하는 대로 지체 없이 유관 부서와 협의해 철거작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글캠은 교지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탓에 위법한 게시물에 대한 대응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문제가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에 심나영(국제지역·브라질 22) 씨는 “학교에 의해 철거될 때까지 기간이 지난 게시물이 계속 게시판에 잔존하는 경험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또한 게시물들에 대한 규격 제한 부재(41.7%)와 외부인의 게시행위(33.3%)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학교 게시판에 부착된 게시물 들의 규격도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21cm x 29.7cm부터 51cm x 72cm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했으며 지난달 31일 기준 설캠 인문과학관 2층에 위치한 공용게시판에 부착된 게시물 16개 중 12개가 외부 단체나 기관에 의해 게재 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구직·구인 광고△상업광고△행사광고 등 학생 자치와는 무관한 게시물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글캠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캠 인문경상관 2층에 위치한 공용게시판엔 전체 55개의 게시물 중 약 58.2%에 달하는 32개의 게시물이 외부 게시물이었다. 이에 대해 손정배(경 영 19) 씨는 “현재 우리학교 게시판에 부착되는 게시물들 중 다수가 상업적이 거나 특정 단체를 홍보하는 외부 게시물인 것 같다”며 “이러한 외부 게시물로 인해 다른 학우들의 게시판 사용 기회가 제약되는 건 학내 게시판이 존재하는 목적과 상충한다”고 전했다. 

 

◆실효적인 게시판 관리를 위해선 

무분별한 학내 게시판 이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집행 수단이 필요하다. 충북대학교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별도의 근로학생을 고용해 기간이 지난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실질적 집행 수단 확충을 위해선 각 게시판에 대한 관리 주체도 명확히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민석(통번역·태국어 21) 씨는 “특정 단위에 의해 관리되는 게시판과 그렇지 않은 공용게시판을 비교하면 그 상태의 차이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설캠 총괄지원팀은 게시물 난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를 계획 중이다. 게시물을 게시함에 있어 사전에 인가를 받도록 하고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설캠 총학은 총학 게시판에 대한 운영내규를 개비해 게시물 게재에 필요한 사전신청 양식을 마련하고 △게시물 부착△게시물 부착기간△철거 등의 절차를 재정립할 계획이다. 황 부회장은 “총학 역시 학내 공용게시판에서 발생하는 게시물 난립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내규는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운영위원회간의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2023학년도 2학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개비된 내규에는 △게시물 규격△게시물 부착 기간△게시물 심사 기준 등의 사항이 포함될 예정이다. 

 

게시판을 증설하거나 용도에 따라 구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양대학교의 경우 인문관 게시판을 △교수△외부광고△학과△학생회게시판의 4개 용도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우리학교 재학생 이종국(사회·정외 21) 씨는 “전반적으로 게시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게시판의 용도를 한정하거나 별도의 게시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교내 게시판은 여전히 다수의 학내 구성원들에게 소통과 표현의 주요한 창구이자 매체 중 하나다. 게시판을 다시 본연의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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