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는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 및 산업 기술 협력의 지원△무역 진흥△정부간 수출계약△해외 전문인력의 유치 지원 등의 업무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현재 전 세계 86개국에 129개의 해외 무역관을 운영 중이며 국내에선 11개의 지방지원단과 2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윤서(서양어·스페인어 10) 무역관은 현재 코트라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의 방산교역실에서 해외 바이어와 방산 국내기업의 거래 연결을 돕고 있다.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다양한 경험으로 우리나라 국제 무역을 이끄는 이윤서 방산교역실 과장을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스페인어과에 진학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학생 때 중남미 대륙 대부분의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용 인구가 많은 언어를 전공하면 취업문이 넓어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발음이 직관적이고 공부하기 어렵지 않은 언어라고 알려진 것도 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막상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나니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입학 후에야 알파벳과 기초문법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미 스페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해외파’ 학우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학년땐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하지만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수업에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코트라에 입사했고 남미로 파견근무까지 다녀왔으니 결국은 스페인어 전공을 살려 일하는 셈이 됐죠.
Q2. 대학교 시절 경험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신문 스터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신문 스터디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학우들과 신문을 함께 읽고 중요한 기사를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이었 습니다. 1교시 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게 어려워 지각을 방지하기 위해 가입했었죠. 1년 이상의 스터디 활동으로 중요한 경제기사를 스크랩을 해두는 습관을 쌓고 나니 훗날 경제논술을 대비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Q3. 해외문화홍보원에서 근무하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국내 뉴스 기사를 다국어로 번역하고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도 약 35개의 한국문화원을 두고 있어요. 스페인어 번역 담당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뉴스를 스페인 어로 번역해 해외문화홍보원 홈페이지에 출판했고 가끔은 국문 기사도 작성했어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담 개최지였던 평양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던 게 특히 기억에 남네요.
Q4. 코트라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관심있는 산업분야를 정하진 못했습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기업에 인턴 지원서를 냈지만 계속 탈락했죠. 특히 코트라는 순환근무 때문에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코트라 청년인턴 채용공고가 나왔을 때 함께 취업스터디를 하던 지인이 청년인턴 경력을 쌓아두면 타 공공기관을 지원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해 줬습니다. 코트라 청년인턴 원서를 내고 이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코트라 시장조사실로부터 인턴 면접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아요. 그렇게 면접과 번역시험을 보고 합격해 5개월 동안 청년인턴으로 근무하며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정직원으로서 다시 만나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계기가 됐어요. 또한 인턴을 하며 본격적으로 국내기업에 △통상정책△품목△해외 유망시장 등을 안내하는 시장조사실의 근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Q5. 중남미의 여러 국가 중 페루(리마)의 무 역관으로 근무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장 근무하고 싶었던 국가는 스페인이었어요. 다만 마드리드무역관의 정원은 3명이라 기회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해외파견시엔 5지망까지 희망 무역관을 적어낼 수 있는데 저는 지역에 따라서 스페인어의 억양이나 어휘가 크게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무역관 선호도를 정했습니다. 페 루는 중남미 지역에서 비교적 표준에 가까운 스페인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학부 전공자 수준으로만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칠레와 아르헨티나와 같이 표준과 거리가 먼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적응하긴 어려울거라 판단했어요. 또한 고산병 증세를 느끼는 편이라 해발고도 2,400m 이상인 콜롬비아 보고타 파견은 어려워 페루 리마를 선택하게 됐죠.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교역이 활발한 편이라 업무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아마존 정글이나 마추픽추를 여행하기도 하며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기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6. 코트라 리마무역관에서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페루는 우리나라에 △구리△대왕오징어△망고△새우 △아연△아보카도 등 각종 금속원자재와 농수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예요. 교역규모는 매년 30억에서 40억 달러 정도인데 이중 수입이 70-80%에 달하니 우리나라와 페루의 교역은 만성적인 무역 적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게 부정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저렴하게 수입한 양질의 농수산물을 소비하고 구리 등 금속원 자재를 가공해서 완제품의 형태로 재수출하고 있어 우리나라 제조업 교역에 있어 페루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리마무역관에서 근무할 때 수출 뿐만 아니라 수입 지원에 대한 문의도 꽤나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기업으로부터 어떤 상품이나 작물의 수입처를 묻는 문의를 받으면 페루 관세청으로 해당 물자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을 조사해 간단한 기업 신용도와 컨택 포인트 등을 안내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덕분에 저렴히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해주던 기업 관계자가 기억에 남아요.
Q7. 코트라에서 근무하면서 ‘코트라 해외시 장뉴스’에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작성한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페루 보톡스 시장동향’이라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우리나라 보톡스 수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작성한 기사였죠. 페루의 의약품 수입 인증절차가 까다로워서 번역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사의 신뢰도를 더하기 위해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시장 동향이나 수입 절차에 대한 인터뷰도 병행했어요. 이후 제가 쓴 기사를 기업 관계자들이 읽고 비즈니스 기획에 활용했고 기사 작성에 더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Q8. 코트라 입사를 위해서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트라의 전형은 상당히 많은 역량을 요구합니다. 순서대로 △경제논술△원어논술△외국어면접△PT△토론면접△임원면접 등이 있죠. 전 스페인어와 영문학을 전공해서 상경계열 지식이 충분치 않았기에 경제논술은 학원을 다니며 준비했습니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고 스크랩하면서 배경지식을 충분히 쌓는 것도 잊지 않았죠.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홈페이지에서 △뉴스△시장분석 보고서△진출전략 보고서를 읽으며 중요한 주제의 발행 물은 따로 공부하기도 했어요. 원어논술은 무역스페인어 수업을 청강하며 비즈니스 어휘를 익혔고 이후 현지 언론이나 연합뉴스 스페인어 페이지를 통해 주요 글로벌 이슈나 국내 뉴스를 외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공부했습니다. △PT△토론면접△임원면접은 스터디를 구해서 연습했습니다. PT 및 토론면접의 경우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출제되니 NCS 상황면접을 꾸준히 준비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되돌아보면 다독으로 배경지식을 충분히 확보한 후 이를 자연스럽게 논술에 녹여내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9. 해외 근무가 잦은 코트라 업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장점은 체류하는 나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지 바이어들과 교류를 하면서 좋은 식당도 많이 방문하게 되고 휴가 시즌엔 해당 국가를 여행하면서 현지 사정을 빠삭하게 알 수 있죠. 동기나 친한 선후배가 인근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같이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아요. 다만 가족 및 친구들과 떨어져 해외에서 혼자 살다 보면 깊은 외로움을 느끼기도 해요. 전 내향적이라서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했음에도 해외 파견근무는 녹록지 않았습니다.
Q10.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페인어 전공자로서 입사를 했기에 과거엔 중남미나 페루의 지역 전문가를 꿈꿨지만 본사로 돌아온 지금은 특정 국가나 지역보다는 산업 분야에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부서는 방위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요하는 산업 분야다보니 외부 세미나와 교육에 참석하거나 기업 관계자분들과의 지원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추후 사내에서 방산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Q11. 코트라 근무를 희망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코트라를 포함한 공공기관을 준비할 때 희망 직무와 관련된 수업 이수 내역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특히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기관의 경우 관련 수업 이수 내역이 모두 채워져 있어야 합격에 유리하죠. 그래서 상경계열 이중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부전공이나 자선 등으로 수업을 이수하는 게 좋아요. 또한 취업을 준비하며 내가 마침표를 찍기 전까진 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코트라 청년인턴을 마친 후 코트라에 입사하기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고 3번 도전을 해서 입사한 케이스였죠. ‘중고 신입’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일 정도로 인턴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타 기업 공채에 합격해서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박차고 나오라는 말은 아닙니다. 업무 역량을 쌓고 사회인으로서의 감을 유지하는 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죠. 다만 처음 입사한 회사가 목표했던 곳이 아니더라도 관련 업무를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꿈꾸던 회사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보는 거예요. 사랑하는 우리학교 후배들이 사회 다방면의 분야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고서연 기자 06syk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