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학점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충, 적절한 타협안을 찾기 위해선

등록일 2023년08월30일 14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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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엔 높은 졸업이수학점 기준으로 인해 재학생들의 불만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학교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학과는 졸업을 위해선 134학점 이수를 요구한다. 특히 사범 대학(이하 사범대)과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통번역대학(이하 통대)의 경우 졸업학점이 각각 140학점과 150학점으로 타 과 및 대학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시간적 여유 문제△재정적 부담△학업 스트레스 등의 고 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학교 졸업학점 축소 요구의 배경 및 현황 △높은 졸업 학점에 대한 엇갈린 입장△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졸업학점 축소 요구의 배경 및 현황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우리학교 에타에 졸업학점 축소에 관한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졸업학점 축소에 관한 논의가 대두된 배경은 강사법이 개정 되면서부터다. 강사법을 시행하게 되면 비용 증가로 인해 강사 감축과 함께 졸업학점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존재했다. 이후 졸업학점 축소에 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에서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해당 사안이 본격적으로 다시 화두에 올랐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가장 높은 졸업학점을 요하는 학부는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융인과 통대로 두 학부 모두 150학점을 이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범대학의 경우 이중전공을 하거나 비사범대 학생이 복수교직을 하는 경우 140-14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한편 융인과 통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학은 134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우리학교의 전공 이수학점도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 서강대학교△서울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이수 학점을 비교해본 결과 우리학교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위 학교들의 영어영문학과 졸업이수 학점은 이중전공 이수 시 본전공 기준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와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 36학점△건국대학교 40학점△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42학점△숙명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 45학점△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와 홍익대학교 50학점이다. 이에 반해 우리학교는 54학점으로 본전공의 경우 이중전공이나 단일전공 이수 여부와 관계없이 15개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각 영역의 가장 낮은 졸업학점을 갖고 있는 학교와 비교하면 약 1.5배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동국대는 이중전공 이수 시 본전공 이수 학점이 36학점으로 우리학교의 54학점과 1.5배 정도의 차이가 나며 서강대 또한 단일전공 이수 시 본전공 이수 학점이 48학 점으로 우리학교의 70학점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우리학교의 졸업 이수학점 수치가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임을 파악할 수 있다. 

 

◆높은 졸업 학점에 대한 엇갈린 입장 

졸업학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외대학 보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졸업학점 축소’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졸업학점이 높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81.5%가 ‘그렇다’고 답했다. 졸업학점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론 △ 타 학교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생각해서(95.5%)△졸업학점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어서(59.1%) 등의 의견이 존재했다. 졸업학점으로 인한 고충의 유형을 묻는 질문엔 시간 여유 문제 및 취업 부담(68.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재정적 부담(54.5%)과 학습의 질적 저하 (50%) 또한 과반수에 가까운 학생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 재학생 A씨는 “들어야 하는 수업이 많아 학점 관리가 어려워 B+ 가 늘어나면서 4점 초중반대였던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졸업학점 축소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에 대해 묻는 질문엔 전공학점(73.7%)과 이중전공 학점(21.1%) 순으로 응답이 집계됐다. 이는 학생들이 전공 학점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우리학교는 현행 졸업학점 수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선영 글캠 학사종합지원센터 팀장은 “통대의 경우 단과대 설립 당시 교수의 의견과 통번역 실력을 함양하는 데 높은 졸업 학점이 필수적 이라는 판단에 따라 150학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조병덕 설캠 교무행정팀(이하 교무처) 팀장 역시 학생들의 통번역 실력을 향상시 키기 위한 취지로 이수 학점을 높게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학교 통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능숙한 현지 언어 구사능력 배양△소통과 상생의 인식 함양△해당 지역에 대한 인문·사회 과학적 지식 습득이라는 교육목적에 입각한 강도 높은 언어 교육을 표방 하고 있다. 학교 측은 통번역이라는 학문 특성상 현지 언어 구사력이 중요한 요소이기에 어문계열에 속하는 우리학교의 다른 학과에 비해 16학점이 더 많은 최소 83학점 이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졸업학점의 경우에도 134학점보다 많은 150학점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높은 이수 학점을 부담으로 느끼며 졸업학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융인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학교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지난 6월 설문조사 이후 해당 사안을 학교에 건의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설캠 제57대 총학생회장 배귀주(상경·국통 20) 씨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와 요구안을 작성해 교무처장 및 학생인재개발처장과의 1차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며 “졸업학점 축소 시 소급 적용도 함께 진행돼야 함을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졸업 학점 축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소급 적용을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상황에서 졸업학점 기준을 종전에 비해 완화한 타 학교의 사례가 주목받는다. 실제로 경희대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졸업 학점을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축소했다. 학생들이 선택한 수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수강 과목 수를 줄인 것이다. 또한 지난 2018년부턴 경영대학과 정경대학을 비롯한 다섯 개 단과대의 졸업 학점 기준을 기존의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였다. 중앙대 또한 융합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로 지난 2005년부터 이수학점을 140학점에서 132학점으로 낮춘 바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졸업 요건을 완화한 것은 학생들이 대외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고 전했다. 

 

설캠 총학은 졸업학점 축소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흐름’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교육부의 정책 또한 융합 전공을 통해 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설캠 총학은 “졸업학점 축소는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시도다”며 “학점 및 전공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학생이 우리학교를 발판 삼아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추가적으로 어문계열 학생들의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학교 측에 해당 자료를 전달했으며 학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선 현재 전공 이수 학점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교무처에서 지난달 22일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 이수 학점을 줄이고 교양 학점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더불어 우리학교는 타 대학의 교양과 전공 학점 체계를 참고해 교양 학점 비율을 상향시키고 교양 내 선택 비율 상향을 권고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학교 측이 △학사제도 유연화△학생의 선택 폭 확대△학생의 전공선택권 강화 등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선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이지유(서양어·스칸 23) 씨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공 학점을 축소하고 교양학점을 늘린다면 학생들의 부담이 완화되고 심도있는 학습이 가능해질 것 같다” 며 개선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캠 총학과 교무처 회의 진행으로 과거부터 계속된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요구와 학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효과적인 졸업학점 개선안이 실현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윤 기자 07ji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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