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라북도(이하 전북) 새만금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가 개최됐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6년간 지원 받은 예산은 1,000억 원에 달했다. 이같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잼버리 대회장은 불완전한 상태였을 뿐 아니라 여가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예산 낭비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 졌다. 게다가 대회 기간 중 일어난 여러 사건으로 인해 대회 참가국 중 일부가 조기퇴영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대내외적으로 거센 비난 여론에 부딪 혔다. 이에 Δ새만금 잼버리 진행 과정 및 문제점Δ잼버리 사태의 원인Δ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 해서 알아보자.
◆새만금 잼버리 진행 과정 및 문제점
지난 1일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한 잼버리는 전 세계 158개국에서 약 4만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가한 스카우트 대회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지난 2017년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전북 부안군을 개최지로 확정하면서 시작됐다. 잼버리를 안정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정부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공식 출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이에 여가부와 지자체는 6년에 걸쳐 1,082억 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여가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이뤄지면서 잼버리는 세간의 우려를 사게 됐다. 당시 국정감사에 따르면 거액의 지원금과 충분한 대회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회장 내 기반시설 공정률은 37%에 그쳤다. 이는 잼버리 대회 개최 직전에도 개선되지 않아 완공된 운영본부 건물을 제외한 대회장에 정리되지 않은 잡다한 건축자재들이 방치된 상태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가부는 혹시 모를 온열 환자 발생에 대한 대비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에선 확실한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잼버리가 개최된 첫날 만에 400명에 달하는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온열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많은 온열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천막 아래 방치 됐다. 이에 임시방편으로 공무원들과 각국의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사비로 얼음물을 구입해 잼버리 대원들에게 보급했을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여가부는 국정감사에서 병충해에 대한 여가부의 대비책이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받은 바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이후에 해충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잼버리 진행 당시 ‘청딱 지개미반날개’ 등 해충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 병충해로 인해 잼버리 대회 에서 총 633명의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모기에 의한 피해 역시 심했다. 포르투갈 보이스카우트 인솔자 히카르두 이자이아스(Ricardo Isaías)씨는 자신 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모기와 폭염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대회장 내 배수시설 미비로 인해 발생한 텐트 주변의 물 웅덩이와 질척거리는 땅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게다가 샤워 시설이나 상수도 같은 부대시설도 부실해 참가자들의 고충과 불만은 더욱 가중됐다. 스웨 덴 스카우트 대원 A군은 “식수대 옆에 쓰레기장이 있었으며 주변 환경이 전혀 위생적이지 않았다”며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공간이 마련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부실한 부대시설 운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인원 관리 또한 체계적이지 못했다. 잼버리는 대외 규정상 14세 이상부터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만 한국 스카우트 연맹은 잼버리 참가인원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 실적을 높이기 위해 14세 미만 대원들을 다수 참가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규정상 참가 자격이 없는 14세 미만 대원의 경우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의료보험은 물론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음에도 자격 미달의 대원들을 잼버리에 참가시킨 것이다. 또한 허술한 인원 통제로 여자 샤워실에서 남자 스카우트 지도자가 샤워하는 사건이 발생해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잼버리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자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줬고 세간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관련 공무원들이 작성한 예산 목록이 부실하게 기재된 부분이 발견돼 잼버리 준비 과정에서 행정상의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담당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언론의 취재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잼버리에 관한 각종 우려가 결국 현실화되면서 잼버리 운영을 관장한 여가부와 관련 지자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새만금의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잼버리가 실패하면서 Δ갯벌 파괴Δ수질 오염Δ어획량 감소 같이 잠시 소강상태였던 새만금의 환경문제가 역시 대두되고 있다.
◆잼버리 사태의 원인
이번 잼버리 사태는 담당 부처의 졸속 행정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잼버리가 개최된 시기는 한여름으로 고온 다습한 기후로 인해 온열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다. 하지만 여가부는 이를 간과해 온열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나서야 얼음물을 보급하는 등 다소 부족한 대책과 미봉책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기반시설의 불비로 인한 의료시설 부족도 온열 환자 대응에 악영향을 줬다. 병충해 문제와 배수 문제 역시 기반시설의 미완성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다. 당시 잼버리 대회장엔 450억 원이 쓰인 운영본부를 제외한 나머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사가 끝나지 않아 대회장은 사실상 배수로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결국 여름의 습한 날씨에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자 모기와 같은 여러 해충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잼버리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한국 스카우트 연맹의 지나친 실적 추구도 있었다. 한국 스카우트 연맹은 이미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는 잼버리에 자격 미달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참가시키는 판단을 했다. 한국 스카우트 연맹 관계자는 간부들이 연맹 측에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문제가 없다는 것 처럼 호도해 14세 미만 학생들을 잼버리에 참가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스카우트 연맹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무책임한 판단은 원활한 대회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시 큰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늘리기를 위해 참가자의 안전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예산 낭비와 방만한 예산 운영이 사태를 악화시킨 정황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직위에선 운영비로 집행한 740억가량의 내역을 Δ사업비 656억 원Δ인건비 55억 원Δ운영비 29억 원으로 발표했으나 사업비 656억 원 중 368억 원에 대한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을 나선 공무원들의 예산에 관한 비리 의혹 또한 큰 공분을 샀다.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 중 대부분이 보고한 것과 달리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대두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잼버리 홍보 명목으로 상해 출장을 다녀온 부안군 공무원 13명은 홍보와 무관한 유람선 관광 체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Δ버킹엄(Buckingham)궁전 관광Δ손흥민 경기 관람Δ온천 방문Δ와인 시음Δ파리 디즈니랜드 관광 등 잼버리와 무관한 여행을 다녀왔다.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번 잼버리 사태에 대해 여가부와 관련 지자체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원래 조직위원장이 공동으로 된 체제에선 집행위원장이 주무책임기관이 된다”며 “전북지사가 집행위원장을 하고 있고 여가부 장관은 보조기관이자 지원기관일 뿐이다”고 전했다. 이에 전라북도청 고위관계자는 “우리 측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치권 등에서 잼버리 파행을 대부분 우리 책임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영국 스카우트팀 중 한 명은 진 맥켄지(Jean Mackenzie) BBC 서울 특파원에게 퇴영을 결정한 원인이 폭염뿐만 아니라 시설과 음식 때문이라고도 전하며 이들은 캠프장 화장실이 건강상 위험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음식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국 잼버리 대원의 불만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의 스카우트 팀은 중도 철수하고 항의를 하는 등 국제 사회의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이전 개최지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온열 환자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완공된 대회장과 신속하고 정확한 행정 처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잼버리 대회를 끝마친 바 있다.
이런 졸속 행정 문제와 예산 낭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2월 KBS는 지자체의 투명한 예산 운영을 강조하는 취지로 진안군 예산분석 보도를 한 바 있다. KBS는 지자체 공직자 업무추진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고원예산공작소’가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들어 시민들 이 시민단체 등을 만들어 평소에 자신이 속한 지자체의 예산 낭비를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러한 졸속 행정과 예산 낭비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근절되고 예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잼버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우리나라의 행정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과 경각심을 갖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때다.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