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의식(경영 93) 세무사 (이하 오 세무사)는 우리학교를 졸업한 후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 한국세무사회 감사로서 세무사의 길을 걷고 있다. 오 세무사는 조세 전문가와 감사로서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며 우리나라의 세무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조세 전문가로서 많은 이들의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오 세무사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입학했던 지난 1993년은 학력고사 시험이 마지막으로 시행된 해였습니다. 당시 우리학교는 전·후기 분할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다음 해부턴 입시 제도 자체가 변화할 예정이었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후기대 입시전형을 준비하며 친구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죠. 특히 경영학과는 제가 꼭 가고 싶었던 학과여서 선택했어요.
Q1-1. 우리학교에서 기억 중 특별히 깊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으신가요?
캠퍼스는 좁지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미네르바 동산의 정경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학교 선배인 안성기 배우의 학교 방문 수업에서 재밌는 일화를 들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냈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그리고 캠퍼스 축제 때 공중전화박스가 가득했던 붉은광장에서 생맥주 빨리 마시기 대결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가끔 우리학교에서 바람이 제일 많이 분다는 도서관 옆 폭풍의 언덕에 앉아 술도 마시고 마치 고등학교의 담장을 연상시키는 통곡의 벽을 넘나들며 족구를 하기도 했죠. 이렇듯 다양한 추억을 쌓다보니 학교에 대한 애교심과 자부심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Q2.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시 하고 싶은 것과 다신 하기 싫은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인 지난 1997년에 외환위기가 발생해 다수의 기업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취업이 매우 어려웠죠. 이후 경기가 점점 나아지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전보단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게 됐고 무작정 고시공부를 시작했어요. 만약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취업 준비도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취업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표 없이 허송세월 보냈던 고시생활 시절은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요.
Q3. 많은 직업들 중 세무사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세무사를 희망했던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매일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게 지겨워 우리학교 고시반 중 우리 학과 학생이 주로 들어간 공인회계사반에 지원하게 됐죠. 당시엔 구체적으로 공인회계사의 업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준비했습니다. 고시반을 마치 학교 동아리처럼 해이한 마음가짐으로 다닌 제게 합격의 길은 멀어졌고 그렇게 무의미한 고시 생활이 연속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숙집 창문 밖을 바라보다 금세 훌쩍 지어진 아파트 단지를 발견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결국 심사숙고 끝에 저한텐 공인회계사보단 세무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이 들어 진로를 바꾸게 됐죠.
Q4. 세무사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경험과 이를 극복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실 목표가 분명했던 세무사 수험생 시절엔 많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립된 가치관이나 목표가 없었던 고시 시절엔 매일이 힘들었습니다. 공부해야 할 분량은 많은데 챙기고 싶은 친구나 선후배가 많았으니까요. 인간답게 살고자 공부를 하는데 정작 고시 생활은 인간다운 생활을 포기해야 했죠.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이 친구와 선후배를 위한 일인지 몰랐습니 다. 그러다 조금 늦게 철이 들었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짐을 짊어지는 것보다 내가 내 짐을 감당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Q5. 세무사 합격 후의 다짐이나 포부가 있나요?
초패황 항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고사성어처럼 확고한 목표와 합격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세무사 합격을 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세무사 합격 직후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세금분야 에 관해 우리나라의 최고가 되고 싶었고 열심히 일해 돈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지만 그땐 세법 공부를 많이 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돈을 많이 버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Q6. 세무사는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등 특정 세금을 납부하는 달에 바빠지는 직종으로 유명한데요. 이처럼 시기에 따른 세무사 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한 해 중 전반기는 △부가가치세△법인세△종합소득 세 신고·납부 기간이기에 무척 바쁩니다. 지금은 ‘세무사랑’과 같은 프로그램이 발전해 매일 밤을 새며 일하진 않지만 신고기간이 가까워지면 명절이나 공휴일 없이 주말까지 일하죠. 후반기는 △상속△양도△증여세에 해당하는 재산재세 신고를 제외하면 전반기에 비해 한가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전반기에 못 간 휴가도 다녀오고 운동도 하며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사무실엔 일이 있을 때 가는데 주중이든 주 말이든 구분을 두진 않죠. 그리고 바쁠 때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모임도 나갑니다. 세무사의 경우 아는 사람이 많아야 일이 생기고 이는 곧 수입으로 직결되기에 하반기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요.
Q7. 지금까지 세무사로 활동하면서 보람찼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각각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엔 한국세무사회에서 전산이사로 활동했습니다. 한국세무사회엔 세무사랑이란 세무사회 소유의 전산회계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당시엔 외부 프로그램 회사의 제품을 주로 사용했고 세무사랑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세무사 사무실에서 세무사랑 프로그램 사용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시절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설명서도 만들며 책을 쓰거나 강의도 했어요. 또한 수습 세무사 집체교육에 세무사랑 프로그램 시범사용 교육을 위해 세무사회 강당 천장에 많은 중계기를 설치했어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결과적으로 2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세무사랑에 접속할 수 있었기에 이 일이 제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일은 세무사회 전체를 위해 노력한 일이었단 점에서 매우 보람찬 기억이지만 개인 사무실엔 일이 줄어 힘들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Q8.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도 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도 세무사를 하고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음에도 학교를 다니며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은 것입니다. 해외 기업과도 일할 기회가 종종 생기는데 의사소통의 문제로 기회를 놓친 적이 여러 번 있죠.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세계화 시대의 인재로서 국제조세 문제를 직접 현지에 나가서 해결해보고 싶어요.
Q9. 세무사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세무사회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세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회무와 사무실 일에 치여 하루하루 현상유지로만 사는 것이 아닌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후배들과 화합하며 제 경험치를 넓히고 싶습니다.
Q10. 세무사를 준비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험 준비에만 매몰돼 있으면 시험공부가 힘들고 몸과 마음도 지칩니다. 물론 절대적인 공부 시간은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목표와 동기를 명확히 하고 공부하는 것을 권해요. 또한 공부하고 있는 이 과목이 실무엔 어떻게 적용될지 상상한다면 조금은 덜 힘들게 수험기간을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시험이든지 시험 준비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마세요. 설령 준비하던 시험에 꼭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제가 살면서 느낀 점은 우리 학교 학생은 눈에 띄게 보이지 않지만 어디서도 뒤처지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와서 생각 해보니 고시생 시절 중간에 세무사 시험 준비를 포기하고 취업한 제 고등학교 후배나 우리 과 후배인 동문은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저보다도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요. 오히려 저를 항상 걱정해주고 있죠. 물론 10년 뒤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권오건 기자 07og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