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서울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 소속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해당 사건이 일부 학부모에 의한 지속적인 악성 민원과 위력 행사 등의 교권 침해가 원인이 돼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엔 양천구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교권 침해가 빈발하며 교권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의 교권 실태△교권 침해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교권 실태
지난 7월 23일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서이초에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위력 행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사건을 둘러싼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엔 초 등학교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는 사건이 벌어져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가 소집됐다. 지난 3일엔 경기 용인시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최근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최근 6개년 중 최고치인 520건으로 드러났다.
교권 침해는 그 유형과 양태에 있어 다양하게 나타난다. 교총이 지난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온라인으로 교권 침해의 유형과 실태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접수된 11,628건 중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57.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전적 여유가 없어 체험학습 중 간식을 사지 못하는 초등학생에게 밥을 사줬다가 인격적인 모독을 받았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거나 특정 신용카드 가입을 강권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또한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저지하거나 책상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며 무고성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점 역시 최근 빈발하는 교권 침해 현상의 특징적인 양상이다. 실제로 교총이 진행한 앞선 조사에서 교권 침해의 주체에 따른 비율은 학부모와 학생이 각각 71.8%와 28.2%로 집계됐다.
이러한 교권 침해로 인해 현직 교사들이 경험하는 피해도 상당하다. 지난 4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조합원 11,3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7%의 교사가 최근 1년 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5년 간 교권 침해로 인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는 교사는 26.6%에 달하고 있었다. 지난해 교원치유지원센터에 접수된 심리상담 건수도 약 2만 건에 육박했다. 이에 더해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사 중 5.7%는 실제로 교직 활동 중 아동학대로 신고되거나 피소된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권 침해의 원인
이처럼 교원에 대한 교권 침해가 심화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현행 아동복지법이 규정하는 아동학대의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선 아동학대 혐의의 적용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명시적인 면책규정도 존재하지 않으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선 무고행위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도 부재했다. 지난 3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교사 A씨는 “무엇이든 아동학대가 될 수 있기에 운이 나쁘면 고소까지 당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에 의한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교권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교원 2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7.7%가 아동학대 신고 남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부모가 제기하는 각종 민원을 교사 개인이 오롯이 전담해 처리해야 하는 민원 대응체계도 문제다.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단순반복성 민원△야간 민원 등을 포함한 모든 민원이 별도의 담당 기관이 아닌 교원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무분별한 악성 민원을 부추겨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지난 7월 전국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선 28.6%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대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전교조는 “민원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과돼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는 대목이다”며 민원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교권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선 교육부의 설문조사에선 25%의 응답자가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학생·학부모에 대한 엄격한 처벌 미흡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발간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르면 교보위에서 심의·의결된 징계처분에 대해 피해교원이 불복하고 더 가중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이의제기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한 상당수의 교권 침해가 학부모에 의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부모에 대한 과태료 징수나 사회봉사 부과 등의 처벌규정은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에 대해선 교육활동 침해를 처벌하는 조항이 세밀하게 존재하는 반면 학부모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사과 권고가 전부이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이와 같은 교육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이하 종합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 방안엔 학생생활지도 고시와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를 제정하는 등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추진과제가 포함됐다. 교육부는 해당 고시를 바탕으로 학생 인권의 보장에만 치중된 기존의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가 개정될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학생의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에 관한 조항을 보완해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달성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도 종합 방안에 담겼다. 이에 따르면 향후 아동학대 수사를 개시하기에 앞서 수사기관은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또한 수사 과정에선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실질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교원의 직무 특성이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법령과 학칙에 근거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 복지법상 아동학대 행위와 엄격히 분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종합 방안엔 교보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해법도 포함됐다. 피해 교원의 요청만으로도 교보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요건을 기존에 비해 완화하 고교보위 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조치 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교보위의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선 처분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반적인 제재규정도 강화됐다.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해선 그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이에 더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부당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등을 교권침해 유형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서면사과△재발방지서약△특별교육 이수 및 미이수 시 과태료 부과 등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한 제재규정도 도입된다. 또한 교원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도록 민원응 대체제 개편도 추진됐다.
한편 이러한 종합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별도의 민원 대응팀 창설은 기존에 교사에게 향하던 악성 민원을 대응팀 등의 교육공무직에게 전가시킬 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또한 교사에게 제기된 민원 중 공무직이 응대하기 어려운 내용의 민원인 경우 결과적으로 해당 교사가 개입해야 하기에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권 침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침에 대한 한계도 거론됐다. 생기부 기재로 인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대상은 일부 고등학생에 국한되므로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재의 적부에 관해 자칫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존재한다는 논지다.
교권 보호를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4일엔 서이초 교사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가 전국적으로 전개됐다. 이날 일부 교사와 초등학교에선 △공가△병가△연가△재량휴업 등의 수단을 사용해 우회적인 파업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2일 개최된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선 당초 예상 인원이었던 20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약 35만 명의 인원이 운집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교사 집회로 평가됐다.
한편 해외에서도 교권 침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와 교육구마다 상이하지만 교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위스콘신주 (Wisconsin)에선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단체가 피해 교원과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법원은 피해 교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에 대해 임시 접근 금지 명령을 발령하거나 전학 처분을 부과하기도 한다. 일본에선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교원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 2013년부터 상담 체제를 확충하고 교직원이 경험하는 문제를 조기에 파악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결코 서로 모순되거나 택일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적인 구도로 이해하고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법을 학생 인권의 축소에서 찾는 태도는 경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조화를 달성해 모두의 권리가 보장받는 교육현장을 실현하기 위한 심층적이고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