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선

등록일 2023년09월13일 00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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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법원은 머지플러스(Mergeplus) 측과 대표 권남희와 회사에 2억 2,500만 원을 머지포인트(Mergepoint) 사태 피해자 143명에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지난 2021년 8월 11일 머지포인트 운영사가 머지포인트의 운영 축소를 발표하며 발생했다. 해당 발표 이후 머지포인트는 더 이상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매점에선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머지포인트를 구매했던 이용객들과 머지포인트로 결제를 했던 가맹점이 큰 손실을 입었다.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의 Δ전개 및 현황Δ원인과 문제점Δ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머지 포인트 사태의 전개 및 현황 

머지포인트는 머지플러스가 개발해 운영한 할인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난 2017년 10월에 등록해서 가맹점을 꾸준히 늘려가는 데 성공한 머지 포인트는 이내 2만여 곳에 이르는 다양한 구매처에서 할인 혜택을 얻는 데 사용됐다. 또한 대형마트나 편의점과의 제휴에도 성공하면서 전자화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 머지포인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8만 원 상당의 머지 포인트 구매 시 이를 시중에서 10만 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상시 20%가량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할인권은 상시 판매가 아닌 한 정된 수량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할인권 한정 판매가 시작되면서 이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이후 머지포인트는 할인율을 더 높인 구독 서비스까지 출시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누적 회원 100만 명에 일일 평균 접속 자 20만 명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던 머지포인트는 지난 2021년 8월 11일 법률상의 문제를 이유로 서비스 축소를 발표했다. 그 여파로 주요 사용처였던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의 결제도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또한 가맹점은 지속해서 줄어들었고 머지 포인트를 사용해 발급받은 기프티콘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며 소비자들은 물론 머지포인트를 이용해 거래를 하던 가맹점들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사태가 벌어진 이후 머지플러스 측은 “법률상의 문제를 해결하면 머지포인트는 다시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다”라며 “연간권 머지플러스 캐시백은 정상 지급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환불을 원하는 고객에 대해선 결제금액의 90% 이상을 환불해 줄 수 있는 자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일부 고객이 환불을 요청하며 업체에 직접 방문해서 항의하자 선결제 금액 중 60% 정도의 금액만을 환급받는 조건으로 협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결국 머지플러스 사옥 앞은 돈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에 머지포인트 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불을 병행했지만 불완전한 환불정책으로 인해 중복으로 환불 받거나 환불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21년 8월 18일 금융감독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머지플러스 핵심 경영진인 권보군 씨와 권남희 씨 남매에게 서울남부 지법은 사기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이들에게 약 60억 원을 추징할 것을 선고했다. 권 씨 남매는 항소했지만 지난 6월 재판부는 2심에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지난 1일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한 피해자 143명이 제기한 민사 재판에서 Δ권보군 대표Δ머지서포터 법인Δ머지플러스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2억 2,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머지 포인트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 

머지포인트 사태의 원인으론 Δ경영진의 방만한 경영Δ경영진의 횡령과 배임Δ불분명한 사업 모델이 꼽힌다. 머지플러스의 전신인 머지홀딩스의 지난 2020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기순손실은 135억 9,000만 원에 달했다. 이 기간 이익잉여금의 적자로 결손금 191억 원과 312억 1,000만 원에 달하는 부채가 발생했다. 이 중 머지포인트로 인한 부채만 307억 원으로 보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상태 개선을 위한 별도의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한편 머지포인트 사태 발생 전 경영진이 회사의 예산을 횡령해 고급 승용차를 매입하고 고급 호텔방을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경영자인 권 씨 남매가 가족 명의로 약 5억원 가량의 머지포인트를 횡령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경찰은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된 선불전자 지급 수단 발행업자 미등록 운영 혐의로 전∙현직 경영인 3명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머지 포인트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고객이 연간 구독권을 구입할 경우 이에 대한 원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간권 18만 원을 결제하면 머지포인트 측은 소비자에게 매달 15,000원 씩 원금의 100%를 머지포인트와 제휴한 기업의 전자 화폐로 지급하고 그 후 구독 지원금 명목으로 현금 5만 원을 지급해준다. 게다가 머지포인트와 제휴한 200개 가맹점에서 결제 하면 20%를 추가적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지속적으로 머지포인트 측에 손실을 누적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머지 포인트가 판매한 연간권은 약 1,000억 원인데 반해 머지플러스의 자본금은 약 30억 정도로 상당히 작은 규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 연간권을 계속해서 판매해 그 금액으로 손실액을 메우는 악순환 이 반복됐고 없었고 결국 한계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사태 이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머지포인트를 아직 이 사태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집단적으로 모의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 머지포인트 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매장에 찾아가 대량으로 머지포인트를 사용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머지포인트를 화폐의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머지포인트가 지불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거래 상대에게 고지 한 것이다”며 “머지포인트가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은 상황에서 이를 거래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상품 거래를 진행했다면 상대를 기망한 것으로 간주 돼 사기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의 예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머지포인트와 같은 사업구조를 가진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에 대한 법적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에 지난달 24일 ‘머지포인트 사태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다음 해 시행되는 이 법안은 선불 충전금으로 운용되는 회사의 경우 고객의 충전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하도록 강제한다. 또한 회사 파산이나 서비스 종료시 고객이 안정적으로 충전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선불업에 대한 허가 기준을 높여 검증된 사람만이 선불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더불어 가맹점 운영축소처럼 고객한테 불리하게 이용 조건을 변경하는 경우 고객에게 선불 충전액 잔액 전부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 역시 명시됐다. 하지만 머지포인트의 경우 결제금 환불에 대한 변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사건이 일어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머지포인트를 환불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받았다는 커뮤니티 인증글이 게재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전체 고소사건 중 37.87%를 사기죄가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사기 범죄는 결코 적지 않다. 때문에 계속되는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기죄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사기범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반면 해외의 경우 이런 사기 범죄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불공정 거래자에게 지난 2020년부터 약 2년간 20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몰수한 부당 이득액을 포함한 수치다. 한편 72조 원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에겐 징역 150년 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금융계는 이러한 강력한 처벌이 금융사기 범죄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해 부당이득이 발생했다는 걸 증명하기 어렵고 그렇다 보니 처벌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위반 행위와 부당 이득 간 인과관계에 대해 추정 조항을 두는 등 부당이득액 산정에 관한 현행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자본 시장의 신뢰성 확보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요소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상호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발생한 대표적인 예시로 IMF 외 환위기가 있다. 이는 신뢰 붕괴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끊겨 빚어진 일이었다.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한 지난 2022년 루나(LUNA) 대폭락 사태는 한동안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투자회사들에 큰 손실을 입혔고 같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을 루나 사태 이전보다 40% 가까이 하락시켰다. 이러한 사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를 교훈 삼아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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