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도서관엔 방대한 종류의 자료가 존재한다. 하지만 도서관 자료 훼손·연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외대학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 자료의 훼손·연체로 인해 불편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관 자료 훼손·연체의 현황△도서관 자료 훼손·연체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도서관 자료 훼손·연체의 현황
우리학교 도서관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필요한△학습 자료△수업 자료△수업에 활용되지 않는 일반 자료△전자 자료 등 방대한 종류와 분량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대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도서관 자료는 우리학교 학생 모두가 사용하기에 이에 대한 훼손·연체 문제는 많은 학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학교 도서관은 자료 훼손 관련 규정을 자체적으로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자료를 고의로 훼손한 경우 동일한 자료 혹은 일정 금액의 현금으로 변상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 이용 수칙 및 제재에 관한 지침 제 3조에 따라 도서관 이용 금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외대학보가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의 학생들이 도서관 자료가 훼손돼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훼손은 전공 서적을 비롯한 학습·수업자료와 일반 도서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먼저 학습·수업자료의 경우 자료에 실려있는 연습 문제를 푼 필적이 다수 존재했다. 이러한 낙서는 경제학부 등 연습 문제 풀이가 중시되는 일부 학과의 교과목에서 사용되는 수업자료에 주로 이뤄졌다. 실제로 경제학부 교과목의 수업자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경제학원론 제5판’의 경우 풀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취재 과정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강형우(아시아·이란어 22) 씨는 “경제학 전공 서적에 실려있는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싶어도 남아있는 풀이 흔적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수업에 활용되지 않는 일반 자료 또한 훼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러한 자료의 경우 낙서뿐 아니라 찢어짐 등의 물리적인 손상으로 인한 훼손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도서관 인기대출 도서 1위를 차지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정하는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책의 제본 부분이 손상돼 일부가 통째로 손실 될 위험에 처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명형택 설캠 도서관 학술정보팀장(이하 명 팀장)은 “이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절취해 자료 일부분이 누락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분이 누락되는 손상은 복구가 까다롭다”고 전했다.
양 캠퍼스(이하 양캠) 도서관은 이러한 훼손된 자료에 대한 점검·수리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먼저 양캠 도서관은 모두 자료를 전수조사 하는 ‘장서 점검’을 연 2회, 방학 중 2주간 진행하고 있다. 이 주기를 더 단축 할 경우 지금보다 조기에 훼손된 자료를 인지해 조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명 팀장은 “학생들의 불편과 도서관 근로 장학생들의 사정상 방학기간을 이용해 장서 점검을 진행하는 만큼 지금보다 더 짧은 주기로 진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한 양캠 도서관은 일부 서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수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명 팀장은 “서가 순번에 따라 순차적으로 장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훼손된 자료에 대한 수리도 진행하고 있다. 심하게 훼손된 자료의 경우 현재 설캠 도서관은 연간 2회, 글캠 도서관은 연간 1회에 걸쳐 수리 작업을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이에 명 팀장은 “수리 작업의 주기를 단축하고 싶지만 학교 규정에 따른 최저가 입찰제의 특성상 수리 작업의 주기가 더 짧아질 경우 제본 업체의 입장에서 적자가 발생하게 돼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료 연체도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재 우리학교 양캠 도서관은 학부 재학생 기준 1인당 최대 10권을 28일 동안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해진 반납기일까지 반납하지 않은 경우 책 1권 당 1일 100원에 상당한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한편 이 연체료의 최대 금액은 3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다른 자료에 대한 대출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졸업자의 경우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우리학교 설캠 도서관에 문의한 결과 지난 2021년 9월 2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전체 대출된 자료 대비 연체된 자료의 비율은 양캠을 통틀어 15.8%로 확인됐다. 동일한 기간 동안 6개월 이상 연체돼 자료의 사유화가 발생한 자료 또한 243권이었다.
◆도서관 자료 훼손·연체의 원인
자료 훼손의 경우 훼손한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책은 장기간에 걸쳐 훼손이 누적된 경우가 많아 훼손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훼손한 이용자의 자진신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명 팀장은 “이용자들이 훼손에 대해 자진신고 하는 경우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자진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해당 이용자를 도서관에서 특정하기 어렵기에 이용자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특히 고의적 훼손에 따른 제재조치는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 명 팀장은 “고의성을 증명하기 힘들 뿐더러 고의적인 훼손의 경우 몰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적발하기 어렵다”며 “재직하면서 이를 이유로 제재 처분이 부과된 이용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연체의 경우 연체료 제도와 관련이 깊다. 연체료 제도가 존재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많은 학생들은 오히려 연체료 부담을 감수하면서 연체를 감행 한다. 일례로 고가의 전공 도서를 학기 초에 대출한 뒤 장기 연체를 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3만 원이 넘는 전공 도서를 구입하는 것보다 1-2만 원 정도인 한 학기 분의 연체료를 납부하면 더 적은 비용에 해당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연체료가 최대 3 만 원으로 제한돼있는 상황이 또한 연체가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연체 일수가 500일이 넘어간다는 B 씨는 “지금 당장 반납하는 것과 졸업 직전에 반납하는 경우 모두 연체료가 각각 3만 원으로 같아 굳이 빨리 반납할 동기를 못 느끼겠다”고 밝혔다.
이용 가능한 자료의 수가 적은 것도 연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도서관에 구비돼 있는 자료의 수가 적어 섣불리 자신이 대출한 자료를 반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연체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설캠 도 서관 지난 8월 인기 대출 도서 순위 중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의 경우 도서관에 비치된 장서가 각각 2권과 7권에 그쳤으나 예약자는 각각 5명과 4명에 달했다. 이에 명 팀장은 “이용 가능한 자료의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수업자료의 경우 이와 같은 훼손 및 연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존재한다. 현재 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정도서’ 제도가 이 중 하나다. 지정도 서제도란 매학기 개설교과목 강의에 필요한 도서를 별도 서가에 비치해 많은 수강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지정도서로 선정될 경우 해당 자료에 대한 대출이 제한된다. 관리가 용이하도록 별도 서가에 비치하고 대출을 막아 수업자료에 대한 훼손과 연체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나아가야 할 방향
자료 훼손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훼손 자료에 대한 도서관의 빠른 인지 및 조치가 가장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서관 애플리케이션에 자료 훼손 관련 제보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신설해 학생들이 발견 즉시 제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학술정보팀은 해당 방안의 시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자 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안이다. 최근 많은 학교의 도서관에서 자료 훼손·연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자 자료를 도입하는 추세다. 전자자료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훼손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대출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반납된다는 점에서 연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명 팀장은 “전자 자료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액했으며 앞으로도 이를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체의 경우 연체료 제도의 재정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김가영(융인 23) 씨는 “연체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체료 를 인상한다면 연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연체료의 상한 또한 인상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 연체일수가 300일 이상인 장기 연체자들에 대해 빠른 반납의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명 팀장은 “지금 수준보다 연체료가 높을 경우 이용자들이 대출 이용을 꺼릴 정도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연체료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과거 연체료 상한제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한 유의미한 효과를 체험하지 못했다”며 “고액의 연체료에 대해선 학내 구성원 간 합의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 제재 및 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에 대해 명 팀장은 “도서관은 원칙적으로 제재와 규제를 지양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도서관을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으로 이용하길 바라며 제재와 규제를 강화한다면 그만큼 학생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을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도서관 자료 훼손·연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 이에 대해 명 팀장은 “도서관의 제도적인 조치만으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며 “책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도서관 내 자료가 공공재임을 인지하고 사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식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선 도서관 측의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은 훼손 도서 전시회와 같은 행사를 추진해 건전한 도서 이용 문화의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학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라는 말과 같이 도서관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다. 심장이 혈액 없인 존재할 수 없듯이 도서관 또한 자료 없인 존재할 수 없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도서관 자료를 소중히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남우현 기자 07wo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