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지난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4일간 제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으로 고속철도와 새마을호 등의 여객열차와 화물열차를 감축 운행했다. 철도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지난 14일 오후 3시 기준 전국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76.4% 수치에 그치기도 했다. 이번 철도파업은 4년 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정부가 정당성 없는 파업으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을 예고한 만큼 파업이 종료된 지금도 양측의 갈등은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철도파업의 쟁점△철도파업으로 인한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철도파업의 쟁점
이번 철도노조의 제1차 총파업의 세 가지 주요 쟁점은 △공공철도 확대△교대근무 개선△임금요구안으로 나뉜다. 최근 에스알(SR)이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SRT) 노선이 지난 1일부터 △경전선△동해선△전라선으로 확대되고 경부선 주중 운행은 축소됐다. 철도노조는 수서역 기반 SRT와 서울역 기반 KTX의 분리 운영을 철도 민영화를 위한 수순으로 보고 KTX와 SRT 통합 운영에 필요한 사회적 분석기구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편 한국철도공사는 선로 용량과 차량 부족 등 운행 여건과 기반상 미비한 부분이 존재해 통합 운영 추진에 어려움이 있으며 현행 KTX와 SRT 사이의 철도 경쟁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준법투쟁을 연기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며 “전날 교섭까지 했으나 합의 타결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일 국토교통부가 SRT 경부선 수서-부산 간 좌석을 하루 최대 4,920석 감축해 예매 대란이 벌어진 사태에 주목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대구·대전선과 호남선의 월요일과 토요일 좌석이 각각 평균 1,054석 과 410석으로 줄어들었고 국토교통부가 부산 좌석을 늘려 △김천△구미△ 대전△신경주△울산지역 열차 이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산에서 수서까지의 노선을 축소하면서 지역갈등과 열차 대란을 유발했다고 비난했다.
교대근무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4조 2교대 전면 시행’ 요구의 경우 철도 안전 관리체계 변경 승인 대상이기에 인력감소에 따른 안전 영향 여부를 전문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여전히 임금요구안을 두고 경제성장률과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기본급 월 29만 2천 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 인상안 역시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정부의 공공기관 재정 부문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이 임금 인상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통공사는 소요 재원과 현재 재무 여건을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철도노조 조합원은 “정부가 철도경쟁 체제 이유로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건 독단적인 선택이며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 것이기에 총파업은 정당한 대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교통공사는 “이번 파업은 수서행 KTX 운행과 고속철도 통합 등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정책 사항의 변경을 핵심 목적으로 하고 있어 현실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상황에서 지난 20일 철도노조가 무기한 2차 총파업을 중단하 기로 선언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까지 이어질까 우려했던 열차 축소 운행 등의 ‘철도대란’도 막을 내렸다. 철도노조는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고 내달 초부터 구체적인 논의 및 구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2차 총파업’을 중단한다고 밝혀 당초 강경한 신경전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일보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철도파업으로 인한 문제점
지난 2019년 11월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며 같은 달 25일 노사 간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으며 그 때 당시 화물열차 운행률은 20.7%에 불과해 물류대란이 발생했고 △일반열차△전철△KTX가 각각 △69.6%△82.4%△87.5%의 운행률을 기록해 이용 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파업 첫날엔 운행된 36대의 강원지역의 화물열차 중 약 21%만 화물을 실을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컨테이너△석유화학△시멘트△철강 등 주요 품목별 수출 영향 등을 점검한 결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철도의 화물 수송은 2,627만 톤으로 이는 전체 화물 수송 중 1.4% 수준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 2016년에 한 달 이상 걸친 철도파업으로 인해 공장에 쌓여가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물류 차질이 빚어져 결국 시멘트 생산량을 축소하며 경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산업부는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수출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처와 협력해 비상 수송대책 을 모색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예기되는 피해는 물류 대란뿐이 아니다. △노약자△외국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외계층이 입을 피해도 우려된다. 실제로 서울역 안내센터 관계자는 파업 이후 많은 시민이 피해를 호소했으며 특히 정보 소외계층의 고령자와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으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열차들에 대해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약 2주 전부터 계속 알림을 보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나 뉴스를 통해 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던 분들은 역에 와서 취소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고 알림을 보내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역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경우엔 출퇴근과 등교를 위해 대중교통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지난 14일 여러 차례 열차가 지연되며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경험했다. 우리학교 학생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통학을 위해 1호선 을 이용한다고 밝힌 최선우(사회·정외 23) 씨는 “아침엔 파업을 실감하지 못 했는데 하교를 위해 열차를 기다리다가 1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왔다”며 “하루빨리 총파업이 끝나 어려움 없는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의중앙선△1호선△3호선△4호선 역시 모두 파업으로 인해 지연되면서 수업 시간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거나 하교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이 다수 존재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철도노조 파업이 철도 민영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 역시 심도있게 다뤄져야 한다. 철도 민영화 개혁을 시도했던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철도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종전에 영국철도공사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되던 철도 산업이 △선로 회사△유지·보수 회사△여객 운행 회사△열차 임대 회사△ 화물 운송 회사 등 기능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관리주체로 분할됐다. 기업을 시장에 들임으로써 민간과의 경쟁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이후 철도 민영화가 단행되며 영국 보수당 정부는 매각 수입을 챙겼다. 철도 시설을 소유한 레일트랙(Rail track)은 선로 독점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이뤘다. 열차를 운행하는 25개의 민간 회사도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으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철도 교통의 생명인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레일트랙으로부터 외주 업무를 맡은 유지와 보수 회사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로 균열을 방치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철도 민영화에 앞서 이러한 안전 문제 역시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코레일 내부가 국민 안전보다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더 우선시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따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영화라는 실체 없는 명분을 내걸며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7년 전 출범한 SRT는 KTX보다 싼 요금과 승무원 호출이 가능한 앱 구축 등 앞선 서비스로 KTX를 긴장시켜 메기 효과를 낳은 사례가 있다”며 “경쟁체제를 없애고 독점으로 돌아가자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고 언급했다.
1차 총파업에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불편 최소화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용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 광역 전철과 KTX에 대체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아울러 정부는 버스와 택시 및 대체 교통수단도 최대한 확보해 열차 부족을 △고속버스△시내버스△시외버스를 통해 메꾸고 실시간 혼잡도를 관찰하면서 예비·전세버스 투입 여지를 열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철도 노사와 국토부는 협의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오는 10월 초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며 “방안 수립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만큼 준비했던 2차 파업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초부터 △국토교통부△철도노조△한국철도공사 등이 모여 협의할 예정이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와 노조의 격앙된 억압과 저항보다는 따뜻한 화해로 명절을 맞이하는 게 바람직한 그림일 것이다.
성민욱 기자 07minwoo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