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들은 학칙에 교수의 교습 시간 등을 정해두며 ‘휴강 시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고등교육법이나 우리학교 학칙에서의 휴강 및 보강 관련 세부 실시 규정에선 △보강 계획 제출△ 보강 일시를 정할 때의 준수 사항△휴강 횟수 제한 등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 사항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에 따른 허점이 존재한다. 이에 교수의 자의적인 휴강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다수의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휴강으로 인한 피해 현황△휴강·보강 제도의 미흡한 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휴강으로 인한 피해 현황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휴강과 관련된 게시글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개중에선 휴강 여부에 대해 물어보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교수의 공지 미흡이 원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다수의 학생들이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통학생의 경우 긴 시간을 들여 학교에 왔지만 휴강을 한다는 공지를 당일 수업 시작 직전에 통보받거나 심지어 아예 공지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휴강이 이뤄지는 사유는 교수의 △건강 문제△ 외부 일정△학회 참여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달 16일 에타엔 수능 문제를 출제하러 간 교수가 휴강을 통보해 이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이 담긴 글이 게재됐다. 또한 동일한 수업이 다수 개설돼 있는 몇몇 과목과 같은 경우엔 별도의 예고도 없이 합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시험 기간이 임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외대학보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수능으로 인한 휴강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교수의 휴강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학생들은 63.6%에 달했다. 이들은 휴강의 원 인이 △교수의 건강 문제(28.6%)△교수의 학회 참여(28.6%)△교수의 수능 문제 출제(14.3%)△ 교수의 외부 일정(14.3%)△기타(14.3%) 등이라 답했다. 휴강으로 인해 경험한 불편의 유형에 대해선 △공지 부재로 인한 혼란이 생겼다(42.9%) △보강이 없고 녹화 강의로 대체됐다(28.6%) △당일 통보로 인한 강의실로 헛걸음을 했다 (14.3%)△기타(14.6%)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이에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교수님이 수능 문제 출제로 인해 휴강을 하게 돼 다른 반과 한 달간 합반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교수님마다 수업 방식이나 문제 출제 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에 해당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시험에 있어 더 유리한 것 같아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현재 휴강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습권이나 공정성 보장 등과 관련해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휴강·보강 제도의 미흡한 점
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은 학칙에 교수의 교습 시간 등을 정해두며 “휴강 시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무처처무 시행세칙 제38조 휴강과 관련한 학칙 현황에 따르면 “교강사가 개인 사정으로 결강을 한 경우에도 지체없이 보강계획서를 제출하고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보강을 실시한 경우 반드시 보강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강사 및 비전임 교원은 재임용 심사에 반영하고 전임교원은 교원업적평가에 반영한다”고 적혀있다. 다만 해당 학칙에선 교수의 수업 시간 준수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휴강 및 보강 관련 세부 실시 규정에 있어 △ 보강 계획 제출△보강 일시를 정할 때의 준수 사항△휴강 횟수 제한 등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 사항이 마련돼 있지 않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학칙엔 교수가 휴강함에 따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에 대해선 별도의 보장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미흡한 제도로 인해 교수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강할 경우 학생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충을 겪게 된다. 휴강 시 교수가 보강 계획을 따로 잡게 되면 보강일에 다른 일정이 있는 학생들에겐 보강 수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편 보강을 아예 하지 않는 교수도 있다. 이런 경우 교수의 수업 일수 미달이 발생하게 된다. B 씨는 “400만 원이라는 고가의 등록금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인데도 보강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교수가 수능 문제 출제로 인해 휴강한 사례에 대해 우리학교 재학생 C 씨는 “우리학교가 언어로 유명해서 그런지 수능 시기만 되면 어문학과 교수님들이 수능 문제를 출제하러 가야 해서 휴강하는 경우가 많다”며 “휴강에 대한 보강을 따로 하지 않고 녹화 강의나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 된 적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박선영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총괄 팀장(이하 박 팀장)은 “현재도 규정상으론 충분히 휴강시 보강에 대한 지침과 미이행시 불이익처분에 대해 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교강사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학종지가 할 수 있는 점검방식인 전자출결시스템의 모니터링 만으론 한계가 있어 미보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학종지 측 또한 글캠 학종지와 동일한 의견이다. 우리학교 총학생회 측은 “교수에 따라 수업 체계가 달라지는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제보를 받아 교무처와 논의를 통해 해당 교수에 대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이처럼 학칙에서 학생의 학습권 보장 관련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아 휴강에 따른 피해가 온전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아가야 할 방향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는 학칙에서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는 수업 시간을 철저히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휴강은 시행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며 “휴강할 경우 사전에 학생들에게 고지한 뒤 휴강과 보강계획서를 교무처에 제출하고 반드시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 하고 있다. 또는 “학점당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서울시립대) 학칙에선 “교원은 담당 강의에 대해 학기당 수업 일수를 준수해야 한다”며 “교육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학점당 이수 시간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정규학기에 교과별 수업일수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세대나 서울시립대는 교수의 수업 시간 준수에 관한 조항도 별도로 두고 있다. 이에 덧붙여 연세대는 학생의 강의 이수 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갖추고 있다. 이외의 타 대학엔 우리학교와 동일하게 휴강 및 보강 관련 제도가 따로 상세하게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교육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 교수인 D 씨는 “학칙 및 교직원 규정 개정은 특정 주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에 휴강 및 보강 규정을 강화하려면 교육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학술대회나 수능 문제 출제와 같이 꼭 필요한 일정은 보장 받아야 하지만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하는 것도 교원의 의무다”고 전했다. 휴강 및 보강 규정 강화에 대해 박 팀장은 “수요자인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대학의 의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이므로 굳이 이를 학칙에 명문화하진 않은 것 같다”며 “휴강 후 보강 계획을 받지 못했다면 해당 캠퍼스 학종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고 학칙에 학습권 보장에 대해 상세히 기술할 필요가 있다면 학생대표기구와의 논의를 통해 구체 적인 안을 제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우리학교 총학생회 측은 “실제로 지난 학기 융합전공 교수의 잦은 휴강 및 보강 미비에 대한 제보를 받은 후 교무처장과 면담하여 △ 다음 학기 강의 미편성△보강 수업 업로드△이 클래스에서의 공개 사과 등의 조치를 한 후 재임용 과정에 대해 적극 모니터링을 하겠다 밝힌 바 있다”며 “학교 본부에 직접적인 교원 징계 혹은 모니터링 체계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사랑(국제지역·중앙아시아 23) 씨는 “교수님들의 개인 사정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면서도 “그로 인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학습권 보장이 확실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휴강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의 꾸준한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시점이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