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지속된 갈등 해결을 위해선

등록일 2023년11월08일 17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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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 전국의 의과대학(이하 의대) 입학 정원을 19년 만에 3,058명에서 3,57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학교와 입학정원이 5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 또한 증원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이미 증원 의사 및 규모를 밝힌 의대들의 요구 정원이 600여명에 달하며 이러한 요구 정원의 규모가 전국적으론 1,000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여러 이해관계가 부딪히며 과거부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열띤 논란이 다년간 이어지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시행이 임박해져 이에 관한 찬반 입장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의대정원 확대 배경△의대정원 찬반 논란△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의대 정원 확대 배경 

과거부터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열띤 논의가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기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안정화 이후의 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을 논의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현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대거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의대 정원에 관한 논의가 지속됐다. 이번 논의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서만 증원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의대정원 확대 논란은 의사를 제외한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뚜렷한 대립 관계에서 빚어진 갈등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에 개최한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회의에선 의협과 나머지 민간위원들 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회의에서 의협은 “현존하는 국내 의사의 수는 이미 충분하고 기존의 의사들이 중증 치료와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 근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 하며 “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늘릴 경우 교육 여건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해서 필수 및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통계에 기반해 의사 인력 수급 정책과 필수 의료 인력 유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을 감내하며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는 목적은 의료진 정원 부족 문제 해결에 있다. 의료진 정원 부족으로 큰 고충을 겪고 있는 소아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유소년층이 해마다 확연히 감소했음에도 줄어든 유소년층을 진료할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단 소아과뿐 아니라 외과와 응급의학과 등 적지 않은 필수 의료 분야의 응급 환자들이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사태가 빈발하는 실정이다. 많은 의대 재학생(이하 의대생)이 수요가 많은 미용이나 성형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경임 동아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은 “우리 정부는 의사 수요 증가에 따른 의사 양성에도 게으르고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하는 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은 외면해 왔다”고 전했다. 또한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에 놓였다. 지방에 사는 임산부들이 출산을 위한 진료를 받기 위해 대도시에 올라와 종합병원 근처에서 하숙을 해야 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수도권에 과밀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의대정원 찬반 논란 

서 언급했듯이 정부가 의대 정원의 증원 확대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료진 정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의료진 부족은 곧 환자들의 진료 대기 장기화로 이어지기에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을 어렵게 하는 중대한 원인이 된다. 또한 의사들이 대도시로 몰리면서 특정 지역에 전문의들이 집중돼 있어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지역 차에 따른 의료 자원 불균형은 해마다 발생하는 응급 환자들의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더욱 심화시키는 배경이기도 하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양동헌 경북대학교 병원장은 “지역 필수 의료와 중점 의료를 처리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 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엔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문제도 존재한다. 고령화 사회에선 만성 질환자 수가 증가하고 노화에 따른 심혈관 질환자 수가 증가하기에 심혈관 질환과 같은 필수 의료 전공의의 필요성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비인기 전공일뿐더러 막중한 책임감이 수반돼 이를 희망하는 의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추가적인 의사를 양성해 이러한 문제를 타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즉 의사의 수를 늘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전국적으로 높은 의료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의대 정원 확대는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전문직 열풍으로 의대 입시 경쟁률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의대 정원이 증원될 경우 의대 입학의 관문이 전보다 넓어지기에 의대 지원을 희망하는 입시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지만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대 입시에 도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취업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을 지망하고 있는 추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대 정원의 증원 확대로 다수의 의사와 의대생은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전국의 의대는 대거 양산된 의대생을 수용하기 어려워져 의대생들의 실습 기회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대생이 받는 임상 교육의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이는 곧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귀결된다. 또한 이전보다 많아진 의대생을 수용하고 의사로 양성해야 할 교육·의료 기관과 병원의 기반 시설 확충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박대균 순천향대학교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정원이 적은 대학의 경우 교수나 기반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대학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지역 의료 불균형이나 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해선 단순히 의사를 증원하는 게 능사가 아니며 의료 기반시설과 제도적인 개선이 반드시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논지다. 이에 수도권의 한 의대에 재학중인 B 씨는 “의료 인력이 많아지면 병원 인턴이나 레지던트 지원자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진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질적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의대 증원 확대는 소위 동네병원 의사인 개원의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개원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의 수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그만큼 환자의 분산이 쉽게 이뤄져 개원의 들이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부진한 수익으로 이어져 병원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네덜란드△미국△일본은 이러한 의사 정원 문제에 관해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구를 창설했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상설 기구는 의료계 전문가가 참여해 △의사 교육△의사 정원 문제 해결△재정 지원을 다루고 있다.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수석부원장(이하 양 부원장)은 교육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전문가 의견에 근거한 민관 협력 체계를 강조했다. 또한 양 부원장은 “미국과 네덜란드처럼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이해관계자가 합리적인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여건을 가져야 한다” 고 밝히며 의과대학과 수련기관교육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사 증원을 보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실효적인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에 더해 의대 정원 확대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지원책 도입 또한 병행돼야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은 “지난 25년간 수가를 쥐꼬리만큼 인상해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초래하고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과 정부 모두 일말의 반성이나 회개도 하지 않는다”며 “나날이 심해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까지 더해 1차 의료는 붕괴 위기에 처했고 그 책임 또한 건정심과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증원 확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비인기 전공의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와 관련된 인적 자원이 인기 전공에 몰리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의료진들의 삶의 질과 연관이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전공으로 통하는 △성형외과△안과△피부과를 이른바 ‘피안성’, △영상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를 ‘정재영’이라 부른다. 반면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외과는 ‘내외산소’로 비인기 전공을 일컫는다. 인기와 비인기를 나누는 기준은 의사가 수술 도중 의료 분쟁에 휘말려 소송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과 경력 상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에 있다.

 

언제든 응급 수술이 발생할 수 있고 밤에 당직이 빈번한 필수 의료 전공의들의 경우 삶의 질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신임 이사장은 “외과의사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체적으로 외과에선 365일 당직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응급수가를 받기 위해 밤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콜(call)을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에선 격무에 시달리는 외과의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더불어 비인기 전공들은 개원을 해도 경영난을 겪기 쉽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소신있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점차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초래된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보정심에서 “과학적 근거와 통계에 기반한 의사 인력 수급 정책과 필수 의료로의 인력 유입을 지원하는 정책 패키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증치료를 회피하게 만드는 의료사고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고 중증 응급과 고난도·고위험 의료 행위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사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필수 의료 전공 의사들이 의료 분쟁에 휘말렸을 때 기금을 활용해 분쟁 해결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정책 제정이 필요하다.

 

최근엔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고 국민건강을 돌보기 위한 간호법의 제정이 검토되고 있다. 간호법의 부재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간호사들을 위해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간호법과 같이 의료진들을 보호하는 의료진 관련 법의 제정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충돌하는 이 시점에, 현명한 돌파구를 살펴봐야 할 때다. 

 

 

김나림 기자 07nari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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