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서양어·스페인어 01)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현재 법무법인 케이씨엘(KCL)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뇌물 및 배임 사건△무고 사건△보험소송△상속소송△채용 비리 사건 등 민·형사를 넘나드는 여러 영역의 소송을 담당했다. 이외에도 김 변호사는 여러 기관에서 법률상담 및 자문업무를 수 행한 바 있다. 법률 종목의 다재다능한 선수 김 변호사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스페인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히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어서 스페인어과를 선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관심이 있던 학과는 법학과였어요.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법학과 진학을 포기하게 돼 가장 유망한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스페인어를 배우고자 다짐하게 됐죠. 이에 따라 당시 ‘서반아어과’였던 지금의 스페인어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1·2학년 땐 전공어인 스페인어 공부에 열중하면서 재밌게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어요. 그러던 중 2학년이 끝날 무렵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다시 생겨 사법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에 따라 학과 역시 옮기고 싶었지만 우리학교를 떠나고 싶진 않았기에 처음엔 우리학교 법학과로의 전과를 희망했죠. 이미 2학년을 수료한 전 전과를 신청할 수 없었기에 자퇴 후 우리학교 법학과로 편입을 시도 했습니다. 그러나 합격하지 못해 재입학한 후 사법고시 공부에 치열히 몰두했어요. 그 덕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법조인의 꿈을 성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Q3. 변호사란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듯 불의가 벌어지는 순간을 목도할 때마다 가해자를 처벌해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그 일환으로 처음엔 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 원에서 검사 직무대리로 재직하면서 꿈이 변호사로 바뀌게 됐어요. 연수원생은 검사 직무대리 업무를 통해 검사 업무를 간접적으로 수행해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피의자들에 대한 대질 심문을 직접 진행하면서 피의자들에게 왠지 모를 측은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들의 죄에 대한 책임과는 별개로 그들 역시 나름의 참작할 만한 사정들이 있음을 발견 했기 때문이죠. 이를 계기로 변호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주로 형사 사건을 전담하게 된 것 같아요.
Q4. △건설소송△민사소송△형사소송△행정소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건을 담당 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청소업에 종사하시는 분께서 건물 청소 중 뇌질환으로 쓰러진 것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며 요양 급여를 청구한 사건이 있었어요. 해당 사건은 당시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는데 제가 이를 2심에서 수임해 △당시 업무량△의뢰인의 업무형태△해당 뇌질 환의 성격 등을 치밀하게 입증하고 주장하면서 결국 원심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를 얻어냈죠. 이 사건이 제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5. 변호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을 맡은 경험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그보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억울한 일들을 당했을 때 이들을 위해 변론할 수 있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변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해요.
Q5-1.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고충과 이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형사 사건을 수임한 경우 처음엔 당연히 의뢰인을 믿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소송 과정 중에 의뢰인의 거짓말을 눈치챌 때가 가끔 있죠. 그런 경우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피해자에게 사과 및 변제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략으로 재판에서 감형을 이끌었던 것이 고충을 극복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6. 변호사 생활을 하며 △강남구계약심의위원△국방부 중앙군인사소청위원△경 기주택도시공사 인사위원회위원△동작구 투자심사위원회위원△사법시험 검토위원 등 다양한 공공분야에서의 경험이 있는데요. 이러한 활동이 변호사로서의 생활이나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소송 당사자 중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대리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합니다. 그러나 공공분야에선 한쪽 입장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양쪽 입장을 고루 수용하고 판단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게 돼요. 그리고 이를 통해 시야를 확장하는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다른 분야의 활동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Q7. 변호사로서 가져야 할 자질이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변호사의 자질로 ‘잘 말하는 것’을 꼽으시지만 전 ‘잘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변론 방향과 쟁점이 드러나기 위해선 의뢰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이는 까다로운 작업이기에 현직 변호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 도 해요. 그렇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Q8.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의뢰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형사 사건의 경우 명백 히 피고인의 진술이 일견 허무맹랑해 보이더라도 진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이와 관련 해서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에 있는 예시를 소개 해볼게요. 제가 시험을 보는 와중에 제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제 앞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시험지를 던졌고 그때 마침 우연히 제 펜이 떨어져 제가 그 펜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인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 바로 앞에 그 시험지가 떨어졌고 시험지를 던진 친구는 자신의 친구를 지키기 위해 제게 던지려고 했다고 진술하는 거죠. 모든 정황과 증거가 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상황인 거죠. 실제로 이처럼 억울하게 범인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의뢰인을 신뢰하지 않고 예단을 갖고 접견을 진행하면 그 사람의 누명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가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Q9. 업무를 마친 후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외국어 공부를 하며 여가시간을 보냅니다. 원래는 영어를 공부하다 요즘엔 중국어도 같이 공부하고 있죠. 다양한 언어를 많이 구사할 줄 아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주로 외국 드라마 시청을 통해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해당 나라의 언어로 된 영상물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작품 에서 나온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Q10. 앞으로 이루고 싶은 계획 및 목표 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좋은 법률사무소를 만들어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무료 변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11. 변호사를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를 꿈꾸는 여러분들은 이전처럼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닌 법학전문대학원 진학과 변호사 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법률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변호사를 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종류를 막론하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충실히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우현 기자 07wo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