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 빈대 공포증이 확산되며 지하철과 버스 등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도 빈대가 출몰한다는 제보가 뒤따르자 일상생활에서 빈대를 경계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도 일회성 방제가 아닌 근본적인 빈대 퇴치를 위해 전문가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빈대 퇴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은 여전히 빈대 취약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빈대 사태의 현황△빈대 대처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빈대 사태의 현황 및 대응실태
빈대는 외부에서 서식하다가 집 안으로 침입해 피해를 주기에 가정 해충으로 분류된다. 빈대와 유사한 가정해충인 모기의 경우 한 번 흡혈할 때 피의 양이 대략 2.5μL 정도지만 빈대가 최대로 흡혈하면 흡혈한 혈액의 양이 모기의 5-7배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 또한 빈대는 빈혈증을 유발하며 아나팔락시스(anaphylaxis) 반응을 일으켜 염증 수치를 올리고 고열을 동반한 증상까지도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도 산업화를 통해 보일러와 라디에이터 보급이 대중화되고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파△침대△카펫은 빈대의 서식처가 되기에 빈대 출몰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프랑스 빈대 전문가이자 곤충학자인 장미셸 베링거(Jean-Michel Behringer)(이하 베링거)는 선진국의 시민들은 빈대에 대한 대처가 미숙하기에 빈대 공포증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빈대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데엔 △관광△이민△컨테이너 무역 등과 같은 세계화 관련 요소를 주로 꼽았다. 20세기 이후 빈대살충제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광범 위한 사용으로 그 개체 수가 감소했으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경계가 해제됨에 따라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여행객의 입국이 빈번해지며 빈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서울의 빈대 출몰 건수는 23건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빈대 출현 문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24일 이미 모든 부서에 대응을 지시했 다”며 “직물의자도 단계적으로 교체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서울 지하철에선 8건의 빈대 출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백호 서울교통 공사 사장은 “지난 8일까지 서울 지하철 가운데 6개 호선과 75칸을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조사 했다”며 “빈대가 나타날 만한 서식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전과 세종을 포함해 충남 지역에서도 빈대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빈대 출몰 지역이 전국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응회의를 통해 주간 단위로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4주간 빈대 집중 점검 및 방제기간을 운영해 취약시설에 대한 빈대 발생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환경부와 관련 부처 회의를 열고 공동 숙박 시설 등에 대한 빈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빈대 발견 신고부터 방제까지 지원하는 ‘빈대 제로 도시 프로젝트’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명예공중위생감시원 283명을 투입해 △목욕탕△찜질방△호텔 등의 위생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자취촌과 고시원 등 위생 취약시설의 빈대 예방과 방제를 강화하기 위해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달 말까지 시내 모든 다중이용업소 3,175곳에 대한 전수 조사가 예정돼있다.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소독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업소에선 안심 숙소 스티커를 떼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적으로 빈대 발견 의심 신고가 이어지면서 서울시는 지 난 10일부터 방역 전문가로 구성된 빈대 퇴치 대책본부를 만들어 빈대 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전국 최초로 빈대 신고 센터를 운영 한다고 밝혔으며 빈대를 발견한 시민이 서울시 감염병연구센터 홈페이지로 신고할 시 서울시와 보건소가 해당 지역으로 출동해 방역한다. 또한 지난 15 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빈대 퇴치에 활용되는 살충제 8종을 새로 승인하기도 했다. 다만 새로 승인된 모든 살충제는 전문 방역업체가 사용하는 것으로 일반 가정에선 사용할 수 없다.
◆빈대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층
9월 중순 대구 계명대학교(이하 계명대)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와 경기 부천시 고시원에서도 빈대가 출현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와 같이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주거 형태인 △고시원△기숙사△원룸에서도 빈대가 출몰하는 실정이다. 특히 고시원이나 원룸과 같이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기 힘든 시설에선 빈대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개인이 빈대 퇴치를 위해 방역업체를 부를 경우엔 약 4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청년층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빈대 취약계층인 청년에 대한 빈대 퇴치 관련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빈대 출몰이 잇따르자 고시원과 자취촌 등 빈대 취약 계층이 사는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방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대로 인한 피해 사례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돼 관계 당국이 방역에 나섰다. 지난 15일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천안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해 빈대 추정 사체를 발견했으며 이를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빈대로 확인됐다. 해당 대학은 기숙사 전체에 대해 해충 방역을 시행했으며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우리학교 기숙사를 이용하거나 자취 중인 재학생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학교 조규찬(경영 23)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학교가 빈대 퇴치에 관련한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아 뉴스에 나오는 상황을 경험할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인근 고시원에선 “빈대가 발생해도 해결해주기 힘드니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 하는 공지를 보내며 빈대 발생 시 명확한 대처 방안을 전하기보다 개인의 몫으로 전가하는 상황이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가까운 동묘 앞 중고시장도 빈대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빈대 확산 이후 근처 대학가와 청년층의 방문 빈도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한편 빈대 퇴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며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엔 살충제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개당 22,000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며 약국 여러 곳을 방문해 구매하고자 하더라도 살충제가 품절되면서 구매가 어려워졌다. 김도헌(사회·정외 23)씨는 “빈대 관련한 뉴스를 보고 예방 차원에서 살충제를 구매하려 했으나 약국에서 저렴한 살충제는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며 “값비싼 살충제를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워 고민이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각 대학에선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해충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대학교 관계자는 “최근 자교 체육선수들이 사용하는 숙소를 대상으로 주말마다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재학생이 이용하는 생활관 위주로 빈대와 진드기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점검 결과 추가 방역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해충 방지 작업을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도 “기숙사나 강의실 등 단체 생활이 이뤄지는 곳을 중심으로 해충 방제 조치를 강화할지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까지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중 빈대가 확인된 곳은 없었다.
빈대 침입을 식별하기 위해선 수면 중에 물린 자국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린 자국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14일이 걸릴 수 있기에 빈대의 △검붉은 배설물△노릿한 냄새 △붉은색 핏자국△탈피껍질 등이 나타나지 않 았는지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를 위주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교육부와 서울시는 서울 소재 대학에 빈대 주의 안내를 학생들에게 전파하란 취지의 공문과 빈대 식별 및 방제법을 담은 정보집을 보내며 개별적인 방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희대학교△명지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는 각각 △17일△중순△15일에 기숙사 방을 비우고 방마다 살충제로 빈대를 방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서울 다수의 대학에서 빈대 방역에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선 적극적인 빈대 방역 조치를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살충제를 살포하기 위해선 기숙사 방을 비워야 하고 소독을 하면 민원이 우려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학교 설캠 국제학사는 “화장실과 샤워실은 연 6회 정기 소독을 실시해 지난 17일에 진행됐고 빈대 방역 전문 업체와는 계약은 체결했음에도 기숙사 전체를 방역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퇴소한 다음 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에 재학생들로부터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진 강제적인 방역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학교 글캠 기숙사는 “빈대가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학기 중에 학생들 방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에 지난 18일 기숙사 공동화장실과 복도 등 공용 공간만 우선 방역했고 종강 이후에 전체 소독 및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빈대 사태는 개인이 감당하기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중대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청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에서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방역과 퇴치에 있어 정부와 대학이 각각 어떤 대응 방안을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성민욱 기자 07minwoo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