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율관찰대상국 제외, 기회인가 위기인가

등록일 2023년11월23일 23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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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이하 환율보고서)’에 기재된 관찰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7년여 만에 단행된 조치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위험성이 종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해당 조치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저조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반드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제외 조치가 갖는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강유덕 우리학교 Language & Trade 학부 교수를 만나 자세히 알아보자.

 

Q1. 지난 7일 미국 재무부는 우리나라와 스위스를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이번 해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사용하는 환율 관찰대상국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외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의회에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의 환율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지난 1988년 종합무역법과 지난 2015년 시행된 무역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작성되는 이 보고서는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국가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선정해요.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GDP의 3% 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12개월 중 8개월 간 외환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입 달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국이 되고 두 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 중 2가지 기준을 충족해 지난 2016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줄곧 관찰대상국에 선정돼 왔죠. 이처럼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이 되는 이유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수년 간 GDP 대비 4-7%에 이를 정도의 큰 규모였다는 점△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 흑자가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이었다는 점△이가 지난해엔 432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Q2. 미국은 타국의 거시정책과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국을 심층분석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2000년대에 크게 악화됐어요. 이에 대해 미국은 자국의 무역수지 악화 원인을 무역상대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이를 통한 화폐가치 절하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환율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태도를 보여요. 실제로 과거 오바마 행정부 에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글로벌 불균형’으로 간주하고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 현상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죠.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미국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기에 많은 국가들이 미국 시장에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환율을 통한 의도적인 수출경쟁력 향상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만일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 자국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함으로써 대미국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경우 미국 정부는 해당국의 환율 및 교역 왜곡 현상을 시정할 명분을 갖게 됩니다. 

 

Q3. 미국이 각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궁금합니다. 

미국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환율 관찰대상국을 선정하며 이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에 대해선 심층분석을 실시합니다. 심층분석에선 △공공기관에 준하는 기관의 외환시장 개입△대외지급의무 대비 외 환보유액 수준△무역정책△자본△통화정책△환율정책△환율제도에 대한 규제 등의 항목을 평가해요. 그리고 이와 같은 심층분석을 기준으 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하죠. 

그러나 실제로 특정 국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사례론 △대만△중국△지난 1990년 전후 의 우리나라 등의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우리나라는 3저 호황* 을 누리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증가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죠. 이후 약 30년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었으나 지난 2019 년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 2020년엔 스위스와 베트남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Q4. 우리나라가 이번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 된 배경과 원인이 궁금합니다. 

이번 보고서에선 △독일△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중 국 등 총 6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됐고 우리나라와 스위스가 제외됐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스위스가 앞서 언급한 3개의 기준 중 2회 연속으로 1개의 기준만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 라의 경우 대미국 무역수지는 380억 달러로 기준을 충족했지만 경상수 지 흑자의 규모는 GDP 대비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한 외 환시장 개입을 통한 달러 순매입은 GDP의 –1.8%로 오히려 순매도에 해당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앞선 세 가지 기준 중 하나인 대미국 무역수 지에 관한 기준만 충족한 것이죠.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결정적인 이유는 경상수지에 관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감소한 것은 수출 부진 탓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와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무역수지의 악화 등에 기인합니다. 

 

Q4-1.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된 반면 △독일△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중국은 새로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 분석하시나요? 

이 국가들은 앞서 언급한 기준 중 두 가지를 충족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싱가포르는 경상수지와 외환시장 개입조건 을 충족하고 △독일△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은 대미국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기준을 충족해요. 중국의 경우 대미국 무역수지 기준이라는 한 가지의 요건만 충족하지만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2,940억 달러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으며 외환시장 개입을 판정할 수 있는 자료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남게 됐습니다. 

 

Q5.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제외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외교적 이점과 해당 조치가 향후 미화·한화 환율시장에 미칠 여파가 궁금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선 환율조작국으로 선정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해요. 어떤 국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재무부는 우선 협상을 통해 해당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대미 무역수지 흑자△외환시장 개입을 줄이는 조치를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합니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 법이나 교역촉진법 등에 의거해 해당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제재의 종류는 △미국 공공금융기관의 금융지원 금지△조달시 장에의 참여 금지△해당 국가가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과의 연계 등으로 다양하죠. 따라서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해제로 인해 우리나라가 환율 정책에 있어 압박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하며 국제 금융시 장에서 원화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며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통상압력은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결정은 그러한 부담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 정부로부터 환율 정책에 큰 압박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Q6. 우리나라에 대한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제외 조치는 지난 2016년 이후 7년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과 현재 상황의 차이점 및 유사점이 궁금합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감소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는 수출 부진에서 기인합니다. 즉 대외수출 상황이 열악하기에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이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줄었습니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원인으론 △산업활동 저하△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19 팬데믹에 따른 중국의 억제 정책 등 대내적인 요인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과 이에 따른 국제적인 공급망의 균열 현상과 같은 대외적 요인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율대상국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됐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요. 

 

Q7. 이번 관찰대상국 제외 조치가 향후 평가에서도 유지 될 것이라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여부는 수량적 판단에 기초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할 경우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환율 관찰대상국에 지정되거나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론 △독일△스위스△아일랜드 등 수출 강국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무역 구조상 미국으로의 수출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구조를 유지해 온 국가입니다. 따라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과거로부터 이어온 성장 모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수출 전망이 밝다고 볼 수는 없기에 과거에 비해 관찰대상국으로 항상 등재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저 호황: △저금리△저달러△저유가를 기초로 한 경제적 호황을 일컫는 말 

 

 

송성윤 기자 06sys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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