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선 온라인 도박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도박은 누구나 핸드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도박 중 특히 스포츠 경기의 인기가 상승하며 불법 스포츠 토토가 퍼져나가고 있어 대학생들의 도박 중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불법 도박 이용 현황△대학생 도박 중독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 불법 도박 이용 현황
‘도박’이란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도박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공인한 합법 도박의 유형은 △경륜△경마△경정△복권△소싸움△체육진흥투표권△카지노업(casino)으로 7가지가 존재한다. 합법 도박 외의 허가받지 않은 도박 유형은 전부 불법으로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은 온라인으로 확산돼 사람들 사이에서의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 규모는 2019년도보다 26% 증가한 102조 7236억 원가량이다. 이러한 불법 도박의 대다수는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 실제 사감위가 발표한 지난 2023년 9월까지의 단속 결과에 따르면 불법 도박의 99%가 온라인 불법 도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 규모가 확대되며 도박 중독 환자 수 역시 많이 증가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도박 중독 환자 수가 2022년 기준 2,329명으로 2018년도에 비해 약 91.2% 증가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도박 중독 환자 중에서 20~30대가 가장 많았는데 그중에서 20대는 2022년 한 해 동안 환자 증가율이 106.5%로 △30대 (99.5%)△40대(89.8%)△10대(32.3%)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한편 도박을 접하는 연령대도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도 기준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8.2세였으나 2022년엔 17.6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도박 중독 원인
이러한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의 하나로 뇌의 각 영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드는 질병 중 하나다. 먼저 도박 중독자의 뇌에선 보상회로 영역인 간뇌에서 시작돼 전두엽에 이르는 도파민의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다시 도박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발생한다. 도박을 하지 않을 땐 도파민 결핍이 나타나는데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도파민에 중독돼 도박을 계속하다 보면 신경핵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도박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진다. 뇌의 다른 영역인 안와전두피질은 냉정한 판단력을 통해 합리적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영역이지만 도박 중독자의 뇌는 안와전두피질이 손상돼 있어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도박 중독은 다른 중독과는 다르게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도박 자금을 구하기 위한 2차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범죄자 범행동기’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는 총 2,110건이 발생했다. 도박 중독은 처음엔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결국 사채나 범죄로 이어지기에 더욱 위험하고 정신적·사회적 고립을 유발할 수 있다. 온라인 도박으로 약 3,500만 원의 빚이 생긴 대학생 A 씨는 도박 중독이 심해 처음에는 돈을 잃을 때마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끊겼을 뿐만 아니라 평판 또한 나빠져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 A 씨는 “친구들이 게임이라며 권유한 사다리 게임 등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을 접했고 결국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댔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행성 도박에 빠지게 되는 원인에 대해 심지은 서강대학교 학생상담센터 교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적절한 놀이△당면한 현실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회피 시도△물질주의 문화의 만연이 그 이유다.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하 최 원장)에 따르면 병원에 도박중독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20~30대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도박은 40~50대의 전유물이었지만 인터넷 발달에 따라 이러한 양상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 도박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돼 불법 도박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또한 그 원인 중 하나다. 최 원장은 “언론과 SNS가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를 최대한 끄집어내 빨리 큰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단 압박감을 준다”라며 “이는 도박중독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이를 설명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자신이 도박 중독 상태인지 스스로 점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한 적이 있는지△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물건을 판 적이 있는지△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금액 이상으로 도박을 한 적이 있는지와 같은 9가지 문제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PGSI(Problem Gambling Severity Index)점검표가 존재한다. 또한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인 DSM-5에 따르면 △금단△거짓말△내성△도박에 집착△부정적 결과△조절 실패△채무△추격 도박△회피성 도박 등 9가지 항목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도박 중독이라고 진단한다. 9개 중 2개만 해당하더라도 저위험 도박 중독이라고 볼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다음으로 주변인의 도움도 중요하다.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기에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들이 스스로 통제할 힘을 기르고 일상에 복귀하기까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 원장 에 따르면 도박중독의 경우 비교적 증상이 가벼울 때 내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도박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면 주변인이 빠르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도박 중독은 고칠 수 없는 병이란 선입견과 달리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므로 빠르게 병원이나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실제로 최 원장은 “도박중독이 재발하는 비율은 일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지만 보통 1~2년간 도박을 안 하면 재발률이 크게 떨어진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박정선 경찰대학교 치안대학원 범죄학과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도박이 자주 노출돼 대중 매체의 수용자들이 도박을 친근하게 접한다”라고 밝혔다. 명절 때 하는 화투나 카드 도박 또한 도박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도박 예방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도박의 위험성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 또한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도박 중독 상담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하지만 도박에 유입되는 경로와 중독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중독자 치료 센터나 관련 전문의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2023년 기준 24곳으로 2018년보다 2곳이 줄었고 해당 기관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2018년 173명에서 2022년 114명으로 4년 사이 34%가량 감소했다.
이러한 도박 중독에 대처하는 각 대학의 노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학교 학생상담심리센터 측에 따르면 “현재 별도의 도박 전문 중독 치료 시스템이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개인의 의지가 있다면 상담을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의 경우 한국 도박 문제 관리센터와 MOU(Memorandum Of Agreement)를 체결해 도박 문제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대학 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