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 제도의 이상과 현실, 유의미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선

등록일 2024년03월13일 16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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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입시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주제는 무전공 입학제도다.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교 육성사업의 개편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교 모집 정원 중 일정 인원 이상을 무전공 입학생으로 선발할 경우 수십억 원의 보조금이 정부에서 제공된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무전공 입학에 대해 검토 중이며 이와 관련해 대학생의 전공과 취업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팽배하다. 우리학교 역시 무전공 입학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사를 통해 △무전공 입학 제도△무전공 입학 제도를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무전공 입학 제도란

무전공 입학 제도란 대학 입학 시 전공을 정하지 않는 제도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무전공 입학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무전공 유형이다. 이 유형은 전공을 정하 지 않고 학생들을 모집한 뒤 보건의료 및 사범대학과 같은 특수 계열을 제외한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계열 및 단과대형이다. 이 유형은 계열 및 단과대 단위로 학생들을 모집한 계열과 단과대 내의 전공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개편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교의 경우 다음 해 모집 정원의 20% 이상 2026학년도 모집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 입학생들을 선발할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대학교의 경우 다음 해 모집 정원의 25% 이상 2026학년도 모집정원의 30% 이상을 무전공 선발 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무전공 입학 제도의 시행 의의는 학생에게 전공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이 장관)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 내에서는 전공 선택에 벽이 존재하며 졸업 시 본인의 전공으로 직업을 찾는 학생의 비율은 상당히 낮다”며 “대학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의 경우 교육부 추진과는 별개로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과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과간의 장벽을 허무는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런 와중 교육부에서 무전공 입학 비율과 재정지원사업의 보조금을 연계하는 정책을 발표해 우리학교 또한 다음 해 적용을 목표로 무전공 입학을 논의하게 됐다.

 

◆무전공 입학 제도를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무전공 입학에 관해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정책은 명확한 기대효과와 우려지점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중립적으로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학우들을 대상으로 무전공 입학 관련 해설과 설문조사를 진행해 여론을 수렴한 후 특정 입장을 취할 예정이다” 고 밝혔다. 총학이 예상하는 무전공 입학의 기대 효과는 폭넓은 전공 선택으로 인해 신입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다. 정부 측의 보조금 또한 학내 시설 개선을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액수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우려되는 점에 관해선 △구성원 소속감 저하△전공 전문성 감소△특정 학과 쏠림 현상 등이 있다고 밝혔다. 전공 전문 성과 관련해선 박정운 우리학교 총장(이하 박 총장)의 발언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박 총장은 광역화에 맞춰 졸업학점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교무처 또한 “1학년 신입생들은 전공의 교육과정이 아닌 공통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설캠 총학은 “기존 4년제 전공 교육과정이 3년제로 축소될 것이기에 전공 전문성이 감소할 것으로 파악된다”며 “언어 교육에 특화된 우리학교의 특성상 전공 전문성이 감소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더불어 “특정 학과 쏠림 현상으로 인해 교원과 강의실 등 학내 기반 시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같이 무전공 입학 제도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총학은 “여러 학사제도 개편에 수반되는 각 과정들을 분석해 학우들이 원하는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학교에선 이미 무전공 입학을 시행하고 있는 학과가 존재한다. 이준영(기후융합학부 23) 글로벌자율전공(이하 글자전) 학생회장은 “글자전의 경우 2학년 때 본 전공이 정해지는 만큼 자신의 전공 이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은 1학년 때 교양수업만 듣는 경우가 많다” 며 “이런 경우 2학년 때 전공수업을 한 번에 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또한 “글로벌캠퍼스 경상대학의 경우 대부분의 학과 및 수업 담당자들이 해당 학부의 본전공생들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문제 사항을 학교 측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무전공 입학 제도를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무전공 입학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수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 학부장은 “모듈제를 실시한 융인은 사실상 광역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며 “융인대에 입학하는 신입생 들은 모든 모듈의 수업을 듣고 2학년 때 자신의 전공 모듈을 정하기에 특정 모듈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광역화 모집의 시행착오를 겪어온 학과임에도 학교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며 “융인과 학교가 소통을 통해 무전공 입학에 대해 논의해 나간다면 무전공 입학 제도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무전공 입학 제도에 관해 다른 학교의 사례도 눈여겨 볼 만하다. 먼저 한양대학교는 현재 총장의 공약에 의해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 터칼리지’를 신설할 예정이다. 학과 계열의 구분 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이스트 (KAIST)△지스트(GIST)△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항공대)는 이미 무전공 입학을 시행 중이다. EBS에 따르면 카이스트에선 전산학부와 전기 및 전자공학부엔 각각 전체 학생의 28%와 24%가 쏠렸다. 지스트는 학생 절반에 해당하는 277명이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를 선택했다. 이는 가장 적은 학생이 선택한 지구·환경공학부인 15명의 18배가 넘는다. 포항공대도 비슷한 상황으로 컴퓨터공학과(27%)와 전자전기공학과(20%) 순으로 인기가 많다. 이공계 중에서도 산업계 수요가 높은 두 전공에 입학생의 절반 가량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동대학교(이하 한동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신입생 100% 무전공·무학부 입학’을 시행했다. 한동대의 경우 성적 및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졸업 전에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전과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지난 28년 동안 전공이 맞지 않아 반수 혹은 재수하는 학생의 수가 다른 학교와 비교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무전공 입학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촘촘하게 학생을 지도하고 다음 단계로 학과 수강 안내가 이뤄져야 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방황하는 학생이 발생할 뿐만 아니 라 진로 지도가 충분하지 않아 특정 학과로 쏠리는 현상도 존재할 것이다”며 “이런 현상들에 대한 대책으로 진로지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도전적 학습 태도를 충분하게 기르고 장래 희망의 방향성을 정해 학습 설계를 신중히 해야 한다”며 “특정 학과의 학생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강의실의 제한이나 교강사 부족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단순히 입시제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반 시설 측면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전공 입학에 대한 학사 개편이 아직 논의 중인 가운데 우리학교는 무전공 입학의 기대효과와 우려지점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전공 입학의 원활한 실행을 위해 우리학교가 단순히 입시제 도의 개편만이 아닌 시류에 맞춰 다양한 학문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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