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들이 주로 찾는 공연의 입장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암표로 인한 다수의 부정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Premium)* 거래와 사기 거래 문제로 인해 많은 청년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선 법적 및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암표 거래 현황△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실태△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들의 암표 거래 현황
암표 거래는 △뮤지컬△스포츠△연극△영화△콘서트 목적의 각종 입장권을 구매한 후 추가 금액을 붙여 되파는 거래 행위다. 특히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표를 대량 매입한 뒤 고가로 되파는 행위가 문제시된다. 이는 문화생활을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공정한 구매 기회를 빼앗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다.
암표 거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로 침체됐던 공연과 스포츠 업계가 코로나 종식 이후 부활함과 동시에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약 1227%의 수치로 대폭 증가했다. 암표 거래가 급증함과 함께 이전보다 더욱 조직화된 것도 문제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악협회) 회장은 “최근 암표 거래상이 기업화·조직화됐다”며 “인력을 수십 명 고용한 후 그들에게 입장권 예매처 아이디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보내 입장권을 예매토록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암표 거래의 조직화는 △기술 발달△암표 거래 수법의 다양화△암표상들의 체계화를 초래해 해당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치밀해지는 암표 거래 문제는 문화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청년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해 음악협회에서 발표한 암표 거래 현황에 따르면 암표를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층은 20대로 전체 비중의 총 32.8%를 차지했다. 암표에 50만 원 이상의 추가 금액을 지불한 연령대 역시 20대가 유일했으며 암표 구매로 인한 피해 금액 또한 2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암표 거래가 청년들의 삶과 상당히 밀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공연을 조사해 보니 암표 거래가 성행했다. 브루노 마스(Bruno Mars) 공연의 그라운드 구역 8연석 입장권을 1억 8,000만 원에 판매하는 글과 세븐틴(Seventeen) 공연의 11구역 입장권을 500만 원에 판매하는 글은 실제 암표 거래 플랫폼 (Platform)에 등장했던 내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실태 암표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정가의 몇 배에 달하는 추가금을 주고 구매하게 돼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먼저 한 장의 입장권을 여러 대상에게 판매하는 행위와 입장권 양도 중개 플랫폼을 위조해 가짜 입장권을 판매한 후 잠적하는 등의 사기 거래로 인한 피해가 있다. 또한 암표 거래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도용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암표 문제는 구매자뿐만 아니라 공연 업계 관계자에게도 손해를 끼친다. 공연이 임박한 시점에 대거 취소 표로 빠져 발생하는 손해도 암표가 야기하는 문제지만 이를 막기 위한 별도의 감시 및 처벌 시스템의 구축·유지 비용 그리고 이에 따른 관객들의 불만 증가 역시 판매처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손해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곧 공연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거나 공연 진행 자 체를 무산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가수 장범준 씨는 지난 1월 1일 자신의 공연 입장권에 대한 암표 거래가 성행하자 공연 자체를 취소한 바 있다. 이처럼 암표 거래는 공연예술 생태계를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 청년들이 질적으로 향상된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할 행위다.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경한 대응책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정보통 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 및 관람권 등의 부정 판매 금지’를 다룬 조항이 추가됐다. 해당 법률을 위반한 대상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이창현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암표상들의 목적은 거래를 통한 이익 창출이기에 거래에서 얻는 이익보다 몇 배의 재산을 몰수당할 위험 부담을 안고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며 “이번 법안 개정이 이전 대비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만큼 암표가 근절되는 데 실질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한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을 기대한다”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연예계에서도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존재했다. 가수 성시경 씨의 매니저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접속해 암표상에게 거래하는 척 직접 연락한 뒤 역으로 신상을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 씨의 소속사는 입장권 관리 대행사와 협력해 △사이트 접속 로그△이용자 패턴△예매 패턴을 분석했다. 또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의 암표 거래를 포착해 이를 신고한 제보자에게 포상으로 해당 공연 입장권을 주거나 한정판 굿즈를 제공하는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를 운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적발된 부정 예매자에겐 △입장권 무효 처리△음악 사이트 이용권 영구 정지△팬 클럽(Fan club) 영구 가입 불가 등의 각종 제재가 잇따른다. 지난해 6월엔 한 암표 판매자가 입장권과 예매 내역서를 여러 명에게 판매하고 잠적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경우도 존재했다.
한편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도 존재한다. 장범준 씨는 암표 문제로 입장권을 전부 취소한 후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NFT(Non- Fungible Token) 방식을 택했다. 추첨제로 판매됐던 이 입장권은 블록체인 (Block Chain) 기술을 통해 암호화 돼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QR 코드를 통해서만 공연에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써 입장권에 담긴 QR 코드를 캡처해 양도하거나 재거래하는 등의 행위를 차단할 수 있었다. 추가로 회원가입 시 본인인증을 진행토록 해 복수 계정을 활용한 조작 역시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NFT 입장권은 구매 계정을 양도해도 다른 기기에선 추가적인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입장권을 구매한 계정 자체를 판매하는 암표 거래도 차단할 수 있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위와 같은 노력이 암표 거래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한 법률 개정안의 경우 공연이 아닌 문화행사의 경우나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엔 개정된 법률에서도 다루지 않는 대상이기에 처벌이 불가 하다.
NFT 입장권 역시 아직은 분명한 한계점을 지닌다. 우선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접근성이 낮다. 전자기기 활용을 어려워하는 시민들의 경우 원활한 관람을 위한 접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한편 비용 문제도 NFT 입장권의 한 계점으로 작용하는데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을 결국 입장권 판매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강경한 대응책을 펼쳐 암표를 근절한 사례가 있다. 일본과 대만은 주최 측 동의 없이 입장권을 정가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모든 행위를 불법 전매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현장에서의 거래만이 아닌 온라인 QR코드와 같은 전자티켓도 포함된다. 또한 일본에선 입장권을 추첨제로 판매하며 입금 후엔 어떤 상황에도 취소와 환불이 불가하다. 캐나다에선 공정한 입장권 구매 절차를 회피하는 자동 구매 소프트웨어 등의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의 경우들에서 알 수 있듯 암표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암표 거래에 관한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측면에서 분석한 사례도 있다. 김준희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 는 “우리나라 공연 시장은 어느 공연이든 대체로 입장권 가격이 비슷해 암표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수요와 공급에 맞지 않는 가격 책정이 암표 발생의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입장권 가격이 다양화된다면 건강한 공연 예술 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암표 문제는 오랜 시간 공연 문화를 병들게 한 문제로 존재해 왔다. 그렇기에 완전한 근절을 위해선 다각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 청년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꾸준한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프리미엄: 동산·부동산 등의 매매에 있어서, 제 값에다 더 얹어서 거래되는 웃돈.
**매크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
이병찬 기자 08byeongcha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