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위협하는 섭식장애, 그 이면의 외모지상주의

등록일 2024년03월27일 17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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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섭식장애 환자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8,321명이었던 섭식장애 환자는 2022년 1만 2,477명으로 49.9% 증가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섭식장애 진료비 총액은 239억 7,247만 원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대다수가 청년층 및 청소년층 여성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사를 통해 △섭식장애의 정의와 현황△섭식장애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섭식장애의 정의와 현황

섭식장애는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크게 신경성 식욕부진증 (이하 거식증)과 신경성 대식증(이하 폭식증)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사회적△생물학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섭식장애는 정서적인 영향이 큰 정신적 질환으로 자기 신체 불만족에 의한 사회적·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현재 우리나라 섭식장애 환자는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성 환자의 비율과 증가세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321명이었던 섭식장애 환자는 2022년 1만 2,477명으로 49.9% 증가했다.

 

그중 남성은 1,607명에서 2,351명으로 46.3% 증가한 반면 여성은 6,714명에서 2022년 1만 126명으로 50.9% 증가했다. 이는 전체 비율로 봤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약 13배 많은 수치이며 연령대로 본다면 거식증 환자의 대다수인 84.9%가 10대부터 40대 여성이었다.

 

한편 2022년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 조사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비만율은 여성 25.7% 및 남성 47.7%로 여성의 비만율이 남성의 절반 수준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3-2021년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9-29세 여성의 15.1%가 체질량지수 18.5 미만인 저체중 상태였다. 그러나 저체중 혹은 정상 체중임에도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은 46.0%에 달했다. 청년층 여성의 비만율이 현저히 낮은 나라임에도 정상 체중 이하 여성의 절반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는 점과 여성의 섭식장애 환자 비율이 남성의 5배 이상 많은 결과는 우리나라 여성에게 신체적 강박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엔 섭식장애를 넘어선 ‘프로아나 (Proana)’까지 등장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접두어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합성어로 마른 몸을 선망하며 거식증을 지향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X’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에서 활동하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마른 몸매을 찬양하며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과 자극 사진들을 공유한다. 이러한 풍조를 중심으로 △개말라(매우 마름)△먹토(먹고 토하기)△무쫄(무식하게 쫄쫄 굶기)△키빼몸(키-125 몸무게가 목표)△뼈말라(뼈만 남게 마름)△씹뱉(씹고 뱉기) 등 과도한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

 

◆섭식장애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점

청년층 섭식장애 급증의 원인이 되는 신체 불만족 정서는 근본적으로 외모 지상주의에 기반한다.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외모지상주의의 여파로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가 형성되고 이에 대한 선망이 과한 다이어트 강박과 식이장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외모지상주의와 섭식장애를 확산시키는 주요 요인은 SNS다. SNS 사용이 보편화되며 자신들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할 수 있게 돼 자신과 타인의 삶을 과도하게 비교하고 의식하며 외모지상주의가 심화된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주 콘텐츠(Contents)로 하는 SNS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시각 이미지의 영향력 또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Platform) 중 하나인 틱톡(TikTok) 사용자의 연령 비율은 18세-24세 36.7%, 25세-34세 32.6%이며 인스타그램(Instagram) 또한 18세-24세 30.8%, 25세-34세 30.3% 로 주요 SNS이용자의 60% 이상이 청년층이다. 이와 같이 청년층 이용률이 높은 SNS 상에서 흔히 이뤄지는 △다이어트 식단 공유△마른 체형의 유명인을 찬양하는 행위△바디 프로필(Body Profile) 촬영 유행△사진 보정 행위는 이상적 체형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확산시킬 뿐 아니라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를 무분별하게 습득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의 청년 세대도 △신문△잡지△TV와 같은 매체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의 악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편화 이후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하루에도 수백 번씩 외모지상주의 메세지를 주입받으며 자신의 모습을 대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청년층의 외모 강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섭식장애는 신체 및 정신적 손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사회생활과 대인관 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심화될 경우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닌다. 2021년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저체중 집단일수록 스트레스 인지 정도가 높고 우울감 및 자살 생각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에 발표된 식품의약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사용한 환자는 116만명이며 그중 여성의 비율은 92.7%로 상당수의 여성이 다이어트를 위해 약물 복용을 선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약물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섭식 장애 관련 진료비 총액이 239억 7,247만 원에 달한 것으로 볼 때 의료비 지출과 같은 사회적 비용의 증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섭식장애를 부추기는 외모지상주의 문화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것도 문제다. 2019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 없이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는 등 극단적 다이어트를 시도한 학생 수가 2015년 16.1% 에서 2019년 22.6%로 급증했다. 즉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를 조성하는 문화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다음 세대로까지 심화된 채 확산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층의 섭식장애 증가 추세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해결방안과 사회구조적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정책적 차원에선 먼저 의료적 지원을 확충 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섭식장애 환자들이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접근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남 의원)은 섭식장애에 의료보험 적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의원의 신청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는 조기에 개입한다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방치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화되고 난치성 질환으로 바뀌게 된다”며 “섭식장애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즉 거식증을 중증 난치성 질환에 포함시켜 산정특례를 받도록 해야 하며 일본과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섭식장애 환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는 것이다.

 

또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SNS의 역기능에 집중해 관련 미디어법을 신설하는 것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22년 영국에선 루크 에반스(Luke Evans) 보수당 하원 의원이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SNS에 신체 사진을 올릴 때 사진 보정 유무를 의무적으로 고지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의사 출신인 루크 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비현실적 모습 때문에 불안과 우울을 겪는 젊은이들이 많 다”며 “보정된 사진 등을 보며 섭식 장애를 겪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법안 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1년 노르웨이에서도 인플루언서의 광고글엔 사진 보정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케팅법 개정안 이 통과된 바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으로 인한 사회적 강박을 줄이기 위해 이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법안 신설은 SNS 내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외모지상주의적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될 것이다. 사회구조적으로는 획일적인 미를 추구하는 외모지상주의를 넘어서 개인이 자기 신체를 긍정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섭식장애 치료 과정에서 자기자비(self-compassion)를 높이는 방법이 유의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년층 이용률이 높은 SNS 내에서 내 몸 긍정주의 챌린지(Body Positive Challenge) 확산 등을 통해 개인이 자기자비 능력을 향상시켜 자기 신체를 긍정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적 체형을 선망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당연한 심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 섭식장애의 비정상적 증가와 프로아나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 풍조와 이상적 체형에 대한 선망이 그 수준을 넘어 섰음을 인지하게 만든다. 이젠 사회적 미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평가뿐만 아니라 이상적 체형에 대한 과도한 찬양 및 홍보 또한 외모 지상주의를 확산시킬 뿐 아니라 청년층을 섭식장애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층을 위협하는 섭식장애와 그 이면의 외모지상주의를 직면하고 정책적·사회구조적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신체 이미지에 대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청년층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기쁨 기자 08gippeu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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