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웅(사회·미디어 07) 아나운서(이하 임 아나운서)는 KBS 48기 공채로 입사해 현재 ‘6시 내고향’의 패널(panel)이자 KBS 뉴스광장의 진행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임 아나운서는 ‘YTN 뉴스출발’과 ‘해 볼만한 아침 M&W’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으며 진행자로서 왕성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 MBC 아나운서와 YTN 앵커를 거쳐 KBS 아나운서로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임 아나운서를 만나보자.
Q1.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학과에서도 크게 주목 받는 학생은 아니었죠. 학과 동기들과 어울리기보단 음악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우리학교 방송국 FBS에서도 아나운서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는 항상 성실하게 참여했죠. 주위를 보면 수업을 종종 빠지는 친구도 있었는데 저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선지 대학 시절엔 재밌는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Q2.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진학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며 아버지와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부터 어떤 형태로든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중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가진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습니다. 이렇듯 아나운서를 희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학과의 진학을 꿈꾸게 됐죠. 우리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당시 우리학교는 이중전공을 통해 언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영어와 밀접한 삶을 살아온 제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우리학교 출신 선배님들이 언론계에 다수 포진하고 계셨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죠.
Q2-1. 이중전공으로 영어통번역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아나운서로 방송을 할 때 영어를 통역할 수 있으면 그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나운서로 일을 하며 외국 유명 인사를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고 영어로 사회를 봐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해 11월에 ‘ABU(Asia & Pacific Broadcasting Union)’란 국제적인 행사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이중전공을 통해 배운 영어 실력을 활용해 2시간 동안 영어로 사회를 봤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미국 시민권을 지닌 이중국적자란 배경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선 영어 선생님이시고 저도 카투사 (KATUSA)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영어실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억지로라도 자신에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에 도전했습니다. 해당 전공 소속의 교수님 중 절반 이상이 원어민 분이셔서 수업은 당연히 원어로 진행됐고 그 덕분에 영어 실력도 향상된 것 같아요.
Q3. 아나운서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아버지와의 진로상담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원래는 희극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그 정도로 재밌는 사람은 아니란 것을 깨닫고 가수로 진로희망을 바꿨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수를 하기엔 애매한 실력이란 생각에 막연히 방송인의 꿈만 가지게 됐어요. 이후 학업 성취를 통해 갈 수 있는 방송인의 길이 아나운서라는 것을 알게 됐고 제가 가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고 생각해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나가게 됐습니다.
Q3-1. 재학시절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속도는 느릴지언정 언론인이란 방향성은 일관적이었던 것 같아요.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취업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할 수 있을까?’란 고민도 생겼습니다. 준비 과정에선 다양한 방송을 많이 봤는데 사라진 프로그램을 찾아볼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특히 김성주 아나운서님의 방송을 많이 찾아봤고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해 책과 영화도 열심히 봤습니다. FBS에서의 활동들이 만들어준 기본기 덕에 아나운서를 준비하며 다녔던 학원에서 준비가 잘돼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준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추가적으로는 노래하며 다져진 발성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Δ군악대Δ밴드부Δ합창단 등의 경험이 무대의 익숙함과 함께 대중 앞에서 긴장을 조절하는 법도 가르쳐줬습니다.
Q4. 재학시절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실제 현장에 가서 취재한 후 기사를 작성하는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요. 팀을 꾸려 약재시장 취재도 했고 장애인 정책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장애인단체도 방문하며 기사를 썼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엔 이문동 재개발이 부진할 때였는데 재개발 현장에 가서 취재한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마치 스스로가 언론인이 된 것처럼 많이 몰입했던 것 같아요. 이후 언론인이란 직업을 결정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5. 아나운서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KBS에 합격했던 당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가장 들어가고 싶던 곳이기도 했고 처음 아나운서 시험을 봤던 곳이었어요. 처음 시험을 봤을 땐 아나운서 학원을 다닌지 한 달도 안됐을 때여서 당연히 떨어졌지만 이후 여러 도전 끝에 2021년에 합격했습니다. 먼길을 돌아와서 그런지 더욱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처음 들어갔던 전주 MBC는 아나운서 준비 6개월 만에 합격했기에 준비가 거의 안 됐던 상태였어요. 그래서 많이 긴장한 나머지 뉴스를 랩처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업무적인 역량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과정에서 방송사고 등을 좀 일찍 경험했던 것 같아요. YTN 입사 순간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2019년 11월경 아나운서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지원 한 곳이 YTN이었어요. 그곳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후에는 승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4개월 후에 연락이 와서 운 좋게 입사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아나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YTN 덕분인 것 같아요
Q6. 생방송을 진행하면 여러 돌발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데 인상 깊은 사건이 있었는지와 당시의 대처방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전주 MBC에서 근무할 당시 저녁에 진행하는 생방송 일 일 프로그램에서 송출 영상이 끊기는 사고가 있었어요. 다른 직원들은 사고 수습을 위해 바빠지기 시작했지만 저는 침착하게 “뒤의 내용이 정말 궁금한데요”라고 능청을 떨며 상황에 대처했습니다. 그렇게 대응하는 동안 제작진은 재정비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죠. 이를 미루어 보아 아나운서에겐 뻔뻔함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아나운서는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전달자인 만큼 제작진이 실수를 하더라도 아나운서만 잘 하면 그 실수가 티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뻔뻔함은 생방송의 돌발 사고를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나아가 아나운서로서의 역량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7.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평상시의 모습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하는 과정에서도 평소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생각△언어습관△행동 등이 불시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일상 생활에서도 생각을 깊게 하거나 바른 말을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실제 방송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Q8. 언론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중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중립이 될 수도 있고 특정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중립성이 될 수도 있죠. 자칫 너무 감정이 앞서면 한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의 발언이나 태도를 계속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9. 앞으로의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바른 생활을 하는게 당연했고 그래서 아나운서란 직업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아나운서로서 유명해지거나 인정받는 것 이상으로 같이 일하는 제작진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Q10.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의 특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 아나운서가 됐을 땐 아나운서만의 정해진 목소리 혹은 표현 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KBS에 들어온 후 아나운서는 딱히 정해진 상이 있는 게 아니다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나운서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모두 다르고 심지어 목소리 까지도 다르거든요. 그렇기에 꼭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편견을 갖기보단 스스로의 강점이 뭔지 잘 파악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준비가 잘 돼있으면 분명히 기회는 오니 자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