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저소득층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2018년 16만 5,452명에서 지난해 23만 8,784명으로 약 44%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한 단계 위 저소득층인 20~30대 차상위계층 또한 33% 가량 증가했으며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액 중 회수불능으로 정한 금액은 274억 8,900만 원으로 2018년부터 매해 증가 중이다. 청년층이 빈곤해지며 Δ빈부격차Δ우울증Δ저출산 같은 각종 사회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Δ청년 저소득층의 실태 및 현황Δ원인 및 정부의 대책Δ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 저소득층의 실태 및 현황
청년 저소득층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청년층 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자금 대출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수는 매해 증가해왔다. 특히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전체 학자금 대출액 6조 4천억 원 중 44.8%가 소득 3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집중됐다는 점은 가난한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을 많이 이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비 대출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생활비 대출은 1조 4851억 원으로 학자금 대출보다 높은 수치였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로 인해 많은 빚을 안고 시작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안고 있는 빚은 학자금 대출만이 아니다. 202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부동산 및 주식 투자에 참여한 우리나라 청년 비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으로 돈을 대출해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신용거래 금액은 46조 89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미수거래 금액도 3조 7,709억 원으로 큰 규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년들의 빚투(빚을 내서 투자함의 줄임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의 줄임말)은 고금리 및 고물가로 인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이는 청년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야기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5대 은행 및 6대 증권 사가 20~30대 청년들에게 상환 받아야하는 자금 규모는 약 134조 원에 달했다. 또한 연체 금액이나 다중채무자의 수도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청년층이 부동산 및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결과는 참담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수도 상당하다. 정부가 청년들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갚지 못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단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조명한다. 실제로 2023년 9월 기준 20대의 소액 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은 27.4%로 대출을 받은 청년들 중 4분의 1이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으며 30대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도 19.8%에 달했다. 이처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은 불법 사채와 같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청년들은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이나 2금융권에선 자금을 대출받지 못하는데 이로 인해 이러한 청년들이 찾게되는 불법 대부업체는 연 1,000%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하기도 하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원인 및 정부의 대책
전문가들은 청년 저소득층이 증가한 것을 청년 개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가장 먼저 청년 층의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청년확장실업률은 2015년 21.9% 이후 2021년 27%로 매해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는 학업을 끝낸 청년들 중 150만 명이 실업 상태인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노동자 중 73%가 첫 직장에서 월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아 자산 형성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물가마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 상황에선 청년층이 목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오늘날 청년 빈곤은 청년층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소득불균형 및 자산가치 폭등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청년 저소득층이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청년들이 주택 구입 혹은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56.5%이며 2017년부터 5년간 부동산이 없는 청년층의 자산은 20.6% 증가한 반면 부동산이 있는 청년층의 자산은 58% 증가했다. 즉 부모 세대가 자식의 부동산 구입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자식의 자산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청년 저소득층 문제에 대한 복지정책은 빈약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주로 아동 및 노약자에 집중돼있고 청년층은 소외돼있다. 물론 ‘청년고용법’과 2019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이 있지만 고용과 기본권 외의 다른 측면을 고려한 법안은 없다. 이는 그 동안 청년 빈곤 문제를 단순히 취업문제로만 귀결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 청년복지와 관련된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가장의 역할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들을 가족 돌봄청년으로 규정했고 은둔청년 및 자립준비청년 같은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 청년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지난 1월 정부는 Δ국가장학금Δ근로장학금Δ학자금 대출 등의 청년 지원 예산을 4,335억 원 늘려 총 5조 879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해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자녀 중 둘째까지만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해부턴 모든 자녀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장학금의 지급 규모도 확대된다.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학자금 지원 1~3구간 학생들에게 50만 원의 장학금이 추가로 지급되며 근로장학생의 시급 또한 대학 및 기관별로 인상됐다. 마지막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기간도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는 기초·차상위 계층의 경우 대학 졸업 전까지만 이자가 면제됐지만 이번 해부턴 취업 후 일정 소득을 벌기 전까지 학자금 대출 이자가 면제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뀐다. 이와 같이 정부는 청년들의 교육권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위한 지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22년엔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됐으며 지난해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고 이번 달 1일부터 청년내일저축 계좌의 신규 가입자 모집이 시작됐다. 이처럼 자금 형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힘든 청년들이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납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나아가야 할 방향
독일과 싱가포르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청년 저소득층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먼저 독일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약 43~58만 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또한 이 돈의 대부분은 교통요금카드 비용이나 학생 식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사실상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생활비 지원 제도도 잘 형성돼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은 매달 65만 원의 주거비를 포함해 최대 약 108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의 절반은 무료고 나머지 절반의 원금만 갚으면 된다. 이외에도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으면 개인연금 보험료의 70~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또한 다양한 제도들을 통해 청년층을 돕고 있다. 일정 조건을 충족 할 시 35세 이상이 되면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으며 독일과 비슷하게 학비 보조금이 큰 편이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이 출생했을 때부터 목돈 마련을 돕는 아동발달계좌(CDA)나 대학교육계좌 (PSEA)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최근 3년간 청년층의 자금 형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청년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만든 제도가 아닌 단기 이벤트성 정책이란 비판도 존재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 복지 정책을 더 세밀하게 세울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연구원 소속의 김승연 연구위원(이하 김 연구위원)은 “대체로 청년을 20세부 터 34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20대와 노동 시장 진입이 이뤄지는 30대는 빈곤의 원인과 특성이 매우 다르다”며 “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지자체별로 청년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고 말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청년 저소득층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사회적 과제다.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장기적 비전과 세부적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청년들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면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된다면 청년 저소득층 문제의 해결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민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할 시점이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