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각종 배달 업체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인상된 배달료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내놓은 자구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배민은 ‘배민클럽이 새롭게 찾아옵니다’란 제목으로 배달료를 할인해주는 이른바 구독형 회원제의 도입을 알렸다. 이러한 배달료 인하 방안은 궁극적으로 실효성보다 더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배달업의 현황△현행 배달업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배달업의 현황
지난해 12월 통계청에서 작성한 ‘외식배달비지수 작성 결과’에 따르면 배달비 분포별 비율은 △2,000원대 30.9%△3,000원대 47.3%△4,000원대 11.3%로 3,000원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배달 기사 부족 현상으로 최대 1만 원까지 인상된 바가 있었던 배달료는 한때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만을 야기해 일시적인 배달 수요의 감소로 이어졌다.
배달업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5월엔 배달업계 종사자 노동조합이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실시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엔데믹(endemic) 이후 소비자들의 야외활동 증가로 인한 배달앱(app) 수요 감소와 맞물려 결국 파업이 중단됐다. 지난 7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Rider Union)지부에선 “배민이 배달노동자들의 배달 수수료를 삭감하는 등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을 요구하고 이에 동의한 노동자에게만 일을 제공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며 현행 배달업 종사자에 대한 처우를 규탄했다.
배달업계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경쟁 역시 지속되고 있다. 업계의 저조한 성장세 속에서 쿠팡이츠가 내세운 구독형 회원제의 등장은 기업 간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자사 회원제인 쿠팡와우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번 해 3월부터 무제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649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현재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민을 추격했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앱 신규 설치자 수에서 배민을 앞서며 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지켜본 요기요와 배민 역시 이와 유사한 구독형 회원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 ‘요기패스X’를 출 시해 구독료를 9,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했으며 최근엔 이를 2,900원까지 인하함과 동시에 해당 회원제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배달비를 무료로 변경했다. 배민의 경우 사전 공지를 통해 ‘배민 클럽’의 도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현행 배달업의 문제점
현행 배달업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이중가격제’가 있다. 이는 동일한 제품의 현장 판매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배달비 부담을 전가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파파이스(popeyes)’는 매장 메뉴의 경우 평균 4% 정도의 가격 인상을 진행한 반면 배달 메뉴는 평균 5% 높은 가격으로 인상해 판매했다. KFC 역시 배달 주문 시 매장보다 100~800 원 가량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인 구독형 회원제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배달료가 무료인 것과 달리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로 점주에게 전가된다. 배달앱의 배달 방식은 크게 점주가 직접 배달기사를 호출하는 방식과 배달기사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도 가게가 일부 배달비를 부담해야 하나 대다수의 점포에서 사용하는 후자의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료를 줄이기 위해 점주 측이 최대 3,300원의 배달료를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쿠팡이츠의 경우 ‘스마트 (smart) 요금제’에 가입한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만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때 점주는 고객 유치를 위해 불가항력으로 해당 회원제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점주가 배달앱에 9.8%의 수수료와 더불어 최대 2,900원의 배달비를 부담해야 하기에 결국 점주는 줄어든 마진의 상쇄를 위해 음식 가격을 인상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무료 배달을 이용할 경우 대다수의 점포에서 비교적 높은 최소주문 금액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배민의 경우 ‘가게배달’과 ‘알뜰배달’을 분리해 운영하며 후자의 경우에만 배달료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때 일부 점포에선 전자보다 후자에 더 높은 최소주문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배달 수수료 지불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손해를 점주들이 최소주문금액 상향을 통해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이문동에서 파스타를 판매하는 한 식당의 경우 가게배달로 주문할 때엔 최소주문금액이 5,000원이지만 알뜰배달로 주문 시 최소주문금액이 9,000원으로 표기돼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점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야기해 주문을 꺼리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한수 연(중국·중외통 23) 씨는 “배달료가 무료라는 이유로 알뜰배달을 이용했는 데 여느 때와 동일한 메뉴를 주문하는데도 최소주문금액이 충족되지 않아 주문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1인 가구의 입장에선 최소 주문금액을 높게 설정해둘수록 더 많은 메뉴를 주문해야 한단 점에서 불가피하게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더불어 현재의 배달업은 배달업계 종사자에게도 배달료 부담을 전가한다 는 문제가 있다. 통상적으로 주문 건당 일정 금액으로 배달업계 종사자들의 임금이 책정되기에 별도의 하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배달업계 종사자들은 배달중개앱에 배달 의뢰가 들어오면 이를 수락해 수수료를 지급받는데 구독형 회원제의 배달비 무료화로 인해 가게 업주에게 전가된 배달료 부담이 건당 수수료를 삭감하는 형태로 배달업계 종사자들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배달업 종사자를 특수 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법 적용을 거부하게 된 결정과 맞물려 배달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배달료 인상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배달앱 확대 및 장려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선 다양한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에 있는데 대표적으로 경기도의 ‘배달특급’과 인천의 ‘배달e음’이 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에서 자체 개발하고 광주광역시가 공공 배달앱으로 채택해 운영 중인 땡겨요도 있다. 이들은 민관협력방식으로 운영돼 낮은 수수료로 배달 중계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다만 적은 이용객으로 인해 점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하나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 제공△지속적인 재정적 지원△홍보를 꾸준히 진행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고액 배달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구독형 회원제가 가진 문제의 경우 배달 중개를 담당하는 플랫폼(platform) 사업자 측에서 점주에게 배달료를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배달비 무료화는 대부분 점주들이 배달앱에 대한 수수료와 배달비 일부를 동시에 부담해 고객에게 추가적인 배달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는 구조로 설계돼있다. 이러한 수익 구조에서 10% 가량을 차지하는 배달앱 수수료는 단기적으로 배달 중계 업체에게 이익이 될지언정 장기적으로 배달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당장 극적인 수수료의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우나 매해 자사의 영업 실적에 따라 점주에게 차등적으로 배달료를 지원해주는 등의 방식은 점주들의 수수료에 대한 점진적인 부담 경감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한편 업체 간의 무제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공적 개입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배달 업체들이 배달비 무료라는 정책을 내세우게 된 계기는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시장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쟁은 시장의 성장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나 현재와 같이 △배달업 종사자△ 소비자△자영업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쟁으로 발전한다면 이는 시장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배달업 종사자의 현황처럼 개인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배달업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시기를 거쳐 오늘날 월평균활성이용자수가 2,300만 명에 이르는 주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시장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만큼 수많은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 배달 중개 업체는 이러한 성장에 걸맞게 자신들의 책임감 역시 상당해졌음을 인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닌 시장 내의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의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