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후 대학가 곳곳은 축제의 열기가 한창이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는 지난 8일과 9일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는 지난 22일과 23일에 각각 축제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축제 기획 과정에서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축제 기획 과정△논란의 배경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학교 봄 축제 기획 과정
축제 기획은 구체적으로 △무대 설치 및 각종 장비 도입△세부 프로그램 기획△연예인 섭외△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 다수의 인력이 참가해 이루어진다. 이중 △각종 시설△무대 장비 설치△연예인 섭외의 경우 전문인력의 필요성과 행정상 편의를 고려해 기획사에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보통 기획사 선정은 입찰의 형태로 이뤄진다. 설캠의 경우 우선 ‘이비즈포유(Ebiz4u)’라는 업체에 입찰 공고를 올려 축제 대행을 희망하는 기획사를 모집한다. 이후 △단과대학 학생회장△독립학부 학생회장△총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와 축제 기획단장 그리고 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발표를 진행해 이 과정에서 △무대 설비△안전 관리△예산안△섭외 가능한 연예인 명단이 담긴 계획안을 검토한다. 발표 종료 후 참가자는 △우리학교만의 특수성 반영 여부△예산 효율성△프로그램 충실도 등의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게 되고 취합 결과 최고점을 받은 기획사가 대행 업체로 선정된다. 글캠의 경우 기획사의 발표가 진행된다는 점은 설캠과 동일하나 입찰 공고가 학생지원팀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과 평가 주체가 △총학생회장단△총학생회(이하 총학) 내 유관국서△학교 관계자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부 프로그램 기획은 주로 총학에 의해 이뤄진다. 이는 매년 총학에서 정한 기조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는데 지난해 설캠 총학의 경우 봄 축제인 ‘포레스트, for rest’에선 청춘과 힐링(healing)을 주제로 잔디광장에서의 피크닉(picnic)이 기획됐으며 이번 해의 봄 축제인 ‘Bloom: 꿈을 피우다’에선 꿈을 주제로 꿈 공작소가 운영됐다.
홍보 역시 총학의 재량에 맡긴다. 총학은 카드뉴스를 활용해 축제의 진행을 예고하거나 축제에 방문하는 초청 연예인의 공개 순서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 홍보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일례로 우리학교 설캠의 경우 연예인들의 실루엣(silhouette)을 공개함으로써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홍보 방식을 활용했다.
축제 당일의 환경 정비 및 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통제 역시 총학의 주도로 이뤄진다. 양 캠퍼스(이하 양캠) 총학은 일반 학우 및 단과대학 학생회를 대상으로 자원봉사단(이하 자봉단)을 모집해 △공연 관람객의 입장 및 퇴장 시 질서 유지△입장객 관리△취식 공간 정리 등 축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한다. 설캠 축제에 참여한 장혜지(영어영문 22) 씨는 “자봉단의 노력 덕에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전에는 쓰레기통이 가득 찼음에도 비워지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것들이 많아 아쉬웠는데 이번 축제에선 그런 부분들이 많이 보완돼서 좋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획 과정에서의 문제점
이와는 별개로 기획 과정에선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대표적으로 양캠의 축제 기획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양캠 모두 입찰의 형태로 기획사의 선정이 이뤄지지만 소수의 인원만이 입찰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일반 학우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입찰 과정에서 사용된 후보 기획사 측의 자료나 선정 이유 역시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한 입찰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노연정(중국중언문 21) 씨는 “일반 학생의 입장에선 축제에 방문하는 연예인이 어떻게 선정되는지 관련 절차나 방식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며 “최소한 기획사 입찰 과정과 선정 이유를 공개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적절한 홍보 방식과 대처 역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5일 공개된 글캠 축제 공연엔 여자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newjeans)와 유사한 명칭으로 활동 중인 ‘뉴진스님’이 출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글캠 총학은 축제 출연 연예인을 암시하기 위해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의 기자회견 착장을 한 인물을 등장시킨 바 있다. 영상에선 해당 여성이 뉴진스의 노래 가사가 쓰인 종이를 바라보며 뒤로는 검지와 중지를 꼬고 있는 이른바 크로스 핑거(cross finger)가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통해 영상 내의 요소들을 근거로 뉴진스가 아닌 뉴진스님이 출연하는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자 학생들의 불만이 확산됐다. 이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전략이 오히려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후 글캠 총학 측은 논란이 된 해당 영상을 삭제했으나 별도의 부연 설명 없이 이뤄진 삭제 조치는 학생들의 더 큰 공분으로 이어졌다. 김도윤(동유럽루마니아 21) 씨는 “초기에 홍보 영상을 보고 뉴진스가 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결과는 뉴진스님이었다”며 “학생들을 농락하는 듯한 홍보전략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가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에타에서도 관계자와 일반 학우 간의 거친 설전이 이뤄졌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자봉단 인력들에 대한 내부 통제가 부족하단 점도 지적됐다. 특히 연예인 공연이 진행될 당시 무대 근처에 배치된 자봉단이 통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설캠 축제에 자봉단으로 참여한 A 씨는 “자봉단 분들이 무대를 보고 싶어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무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일부 단원 중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현재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기획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동국대학교의 경우 지난 3월 23일 ‘수요조사 참여해서 원하는 연예인 보러가자!’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게시해 공개적인 의견 수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사전 신청을 통해 일반 학생들도 축제 기획사들의 발표를 청취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장에서 질의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기획사의 발표 종료 후 현장에서 바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닌 관련 자료를 지역 단위 학생회 집행부원 혹은 운영위원회에 공유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입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입찰 결과를 정리한 뒤 학생들에게 공지하는 등의 방안 역시 고려돼야 한다.
홍보 수단의 변화 역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홍보 수단의 활용은 중요하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학생들의 기대를 반감시키는 홍보는 지양해야 한다. 특히 출연 연예인 사전공개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직접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단서의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립대학교와 중앙대학교의 경우 공식적으로 사용된 출연 연예인들의 사진을 실루엣으로 만들어 홍보에 활용한 바 있다. 추가로 인기작품들을 주제로 한 홍보물의 작성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강대학교의 경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경을 활용하여 축제 참여 연예인 공개 및 축제 반입 금지 품목 설명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자봉단의 내부 통제 부족 문제의 경우 단원 간의 지속적인 언급과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A 씨는 이와 관련해 “자봉단장 차원에서 본인이 맡은 실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호소한 적이 한 차례 존재했다”라고 전했다. 축제 당일의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최전선에 배치된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관객 쪽을 상시 예의주시하며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축제를 준비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총학은 학생을 대표하는 최상위 자치기구인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과 그에 상응하는 개선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